세계바둑대회 개최로 지역경제 활성화 이끌어…이상호 시장 “태백산 ‘바둑공원’ 조성이 최종 목표”

“과거 태백을 찾는 관광객이라고 해봐야 옛 광산 근무자들이 추억을 더듬어 오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바둑은 태백에 완전히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열린 제1회 태백시 세계바둑콩그레스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온 60여 개국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총 670여 명이 태백을 찾았다.
“바둑대회를 열고나니 서양에서도, 다양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찾아왔습니다. 특히 태백산 눈 축제 기간에 맞춰 대회를 개최하니, 외국인 참가자들이 바둑을 두고 스키도 타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돌아갔죠.” 이 시장은 서울이나 제주가 아닌 ‘태백’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의 말처럼 참가자들은 대회 기간 태백산 눈 축제장을 방문하고 지역의 음식점을 이용하는 등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옆 나라 일본이 태백시를 벤치마킹해 콩그레스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은 바둑을 통한 도시 브랜딩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러한 성공적인 흐름은 오는 11월, 더 큰 규모의 국제대회로 이어진다. 제20회 국무총리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가 11월 8일부터 5박 6일 동안 태백에서 열리는 것이다. 전 세계 55개국 대표선수들과 30여 개국의 유소년 선수들이 참가해 다시 한 번 태백은 세계 바둑인들의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굵직한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원도바둑협회와 태백시바둑협회의 긴밀한 협력, 그리고 태백산 세계바둑성지화사업추진단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었다.

이상호 시장이 바둑에서 발견한 또 다른 잠재력은 ‘가족 단위의 참여’다. 그는 얼마 전 태백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고사리손으로 바둑을 두는 아이 한 명을 따라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대회장을 찾더군요. 아이 한 명이 불러오는 방문객의 수가 엄청납니다.”
이러한 확신은 태백시장배 아마기성전, 태백산배 바둑대회 등 전국 규모의 대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유치부 130명, 초등부 70명 규모의 지역 유소년 클럽을 활성화하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스포츠 중점학교인 철암중·고등학교에 바둑학과 개설을 추진하고, 유소년 바둑 영재 100명을 육성하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이는 바둑을 단순한 대회를 넘어 교육과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시도이며, 아이들의 발걸음이 가족 전체의 방문으로 이어져 태백에 머물고 소비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일 것이다.
태백시와 바둑의 인연은 이미 유서가 깊다. 25년 동안 개천절이면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서 최정상급 프로 기사들이 기념 대국을 펼치는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등 수많은 바둑계 전설들이 태백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 시장은 “선배 행정가들께서 태백산 천제단을 바둑판의 중심인 ‘천원(天元)’으로 만들고자 오래전부터 노력해 오셨다”며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최근 태백산 당골광장 입구에 문을 연 ‘한국기원 태백분원’이다. 태백분원은 프로 기사들의 정신수양 도량이자 바둑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태백산, 세계 바둑의 성지화’ 연구 용역을 진행하며 바둑 클러스터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 시장의 최종 목표는 태백산 국립공원 입구에 ‘바둑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몸무게가 세 자리인 저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천제단까지 오르기 힘듭니다. 이런 분들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바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라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
“아직도 배가 많이 고픕니다.” 인터뷰 내내 이 시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예산 문제나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산재해 있지만, 바둑을 통해 침체된 폐광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그의 열정은 확고해 보였다. 바둑돌 하나를 놓듯 신중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정책들이 태백시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지, 바둑계 이목이 태백으로 쏠리고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