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복귀’ 사이버오로 3승1패 선두권…주전 넷 중 셋 여성기사, 복병 넘어 우승후보로

9월 29일 통합 4라운드까지 마친 결과, 8개 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레전드 중의 레전드 이창호 9단이 이끄는 디펜딩 챔피언 수소도시 완주는 쏘팔코사놀을 2-1로 꺾고 3승 1패로 선두권에 안착했고, 유창혁 9단이 버티는 의정부 행복특별시 역시 3승 1패로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초반 리그의 스포트라이트는 이들 전통의 강호가 아닌, 예상을 뒤엎고 파죽의 3연승을 질주한 사이버오로에게 쏠리고 있다. 비록 4라운드에서 의정부 행복특별시에 일격을 허용하긴 했으나 사이버오로 역시 3승 1패로 수소도시 완주, 의정부와 함께 선두권 그룹을 형성했다. 반면 신생팀 GOGO양양은 3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지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올 시즌 레전드리그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여풍’이다. 2022년부터 참가 연령이 만 40세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여성 기사들에게 문호가 개방됐고, 올해는 역대 최다인 9명의 여성 기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여자 바둑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박지은 9단과 현역 여자바둑리거로도 맹활약 중인 김혜민 9단, 이민진 8단 등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레전드들의 대거 합류는 리그 전체에 새로운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여풍의 위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팀이 바로 사이버오로다. 7년 만에 리그에 복귀한 사이버오로는 1지명 박지은, 2지명 이민진, 4지명 이영신 등 주전 4명 중 3명을 여성 기사로 채우는 파격적인 선수 구성으로 주목받았다. 개막 전만 해도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뚜껑을 열자 백팔십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장 박지은 9단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동안 여자바둑리그 불참, 극히 제한적인 대회 출전 등 오랜 공백으로 실전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라운드에서 극적인 반집승으로 팀 승리를 결정지은 데 이어, 3라운드에서는 인공지능 승리 확률 2%까지 떨어졌던 패색 짙은 대국을 놀라운 정신력으로 뒤집으며 팀에 3연승을 안겼다. ‘원투 펀치’ 이민진 8단과 ‘3장 최강’으로 평가받는 박승문 8단의 안정적인 뒷받침까지 더해지면서, 사이버오로는 복병을 넘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물론 베테랑 레전드들의 관록도 여전하다. 이창호 9단은 3라운드에서 효림의 주장 최명훈 9단을 꺾는 등 개막 후 4연승을 달리며 개인 다승 단독 선두에 올라 변함없는 클래스를 과시하고 있다.
2라운드에서는 박지은 9단과의 첫 공식전 맞대결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유창혁 9단 역시 2라운드에서 이다혜 5단에게 대역전승을 거두는 등 팀의 중심을 든든히 잡고 있다. 여기에 ‘철녀(鐵女)’ 루이나이웨이 9단(쏘팔코사놀)과 일본의 나카네 나오유키 9단(예스 문경) 등 용병들의 가세는 리그의 재미를 한층 더하고 있다.
레전드리그 안성문 전문기자는 “팀 간의 전력이 평준화되었고, 특히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여성 기사들의 대거 합류가 리그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특히 사이버오로의 초반 선전이 이를 증명하는 사례이며, 한 선수의 활약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명승부가 시즌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여풍’이라는 새로운 바람과 함께 절대 강자 없는 혼전 양상으로 시작된 레전드리그가 앞으로 어떤 명승부로 팬들을 즐겁게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1~4위를 차지한 네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25 인크레디웨어 레전드리그의 상금은 우승 3000만 원, 준우승 1500만 원, 3위 1000만 원, 4위 500만 원. 이와는 별도로 정규시즌의 매판 승자에게 70만 원, 패자에게 40만 원을 지급한다, 미출전 수당도 20만 원이 책정돼 있다. 제한시간은 각자 30분에 4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유경춘 객원기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