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이상의 ‘노력과 실력’ 보여준 라이징 스타…“나를 잃지 않는 게 가장 큰 목표”

9월 28일 자체 최고 시청률 17.1%를 기록하며 tvN 토일드라마 역대 5위의 자리에 오른 사극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폭군의 셰프’ 속, 이채민은 폭주기관차처럼 힘의 균형을 잃고 폭정을 이어가는 연희군 이헌을 연기했다. 실제 역사 속 연산군을 모티프로 한 이헌은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한 미슐랭 3스타 셰프 연지영(임윤아 분)을 만난 뒤 조금씩 변화하며 아름답고 절절한 로맨스를 그린다.
결말에 이르러 눈물의 이별 끝에 지영은 현대로 다시 돌아오지만, 이헌 역시 어느새 같은 시대로 타임슬립해 두 연인은 결국 재회한다. 완전한 해피엔딩이긴 해도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현대로 왔는지) 안 알려줌 엔딩’으로 불릴 정도로 ‘물음표’가 붙은 결말이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이채민은 “저는 재회했으니까 만족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헌으로서는 굉장히 행복한 결말이 아닌가 싶은데, 그렇게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시청자들마다 시각은 제각각이니까요. 저는 이헌이 정말 절절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지영과 헤어질 때 망운록이 바로 그 사랑의 힘을 알아준 게 아닐까 생각해요. 망운록도 얼마나 슬펐으면 이헌을 현대로 보내줬겠어요! 판타지니까 다 이해되는 일 아닐까요(웃음)?”

“준비할 시간이 빠듯하다 보니 ‘내가 이 시간 안에 이 역할을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저 자신을 향한 의문이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반대로 ‘그러니까 더 열심히 만들어 보자. 이왕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니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최대한 피해 끼치지 말자’란 마음도 있었죠. 그런 마음가짐과 함께 감독님을 비롯한 여러 제작진 분들, 그리고 (임)윤아 선배님, 함께해 주신 다른 선배님들의 믿음과 도움 덕에 촬영을 시작하고 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이헌은 실제 조선시대 폭군인 연산군을 모티프로 한 인물로 군주로서의 카리스마와 함께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거침없고 때때로 난폭해지는 성정을 지녔다. 자기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들을 향해서는 곧바로 칼날 같은 성질머리를 드러내며 언제든지 반격할 태세를 갖춘다. 이채민은 그런 이헌의 자기방어적인 외면 아래 천진한 소년이 들어있다는 것을 간파한 뒤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헌은 폭군으로 설정돼 있지만 그건 그의 내면이 아니라 외부 상황으로 인해 만들어지고 극대화된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원래 이헌은 굉장히 솔직하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천진난만하고 소년미가 있는 인물이거든요. 불합리한 것에 대해 말을 크게 할 줄 아는 성격인데 그런 면에서 조금 폭군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는 평화주의자라 싸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헌을 연기할 땐 제게서 잘 보이지 않은 면모를 일부러라도 끄집어내려 했어요. 화가 안 나도 소리 지르고 발악하고…. 집에서 가끔 연습하기도 했는데 이웃이 들으면 어떡하나 걱정되더라고요(웃음).”

“이헌의 마음 속엔 벽이 존재해요. 내 사람과 내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보이는 태도의 차이가 분명하죠. 저는 그런 이헌이 지영과 함께 있을 때와 지영이 아닌 사람들과 있을 때 미세하게나마 다른 부분이 드러나길 바랐어요. 지영과 있을 때는 좀 더 로맨스적인 말투나 눈빛, 행동을 보이려고 했죠. 저 나름대로 잘 드러났다고 생각하고, 시청자 분들도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지영이었어도 이헌한테 반했을 걸요(웃음)? 츤데레적인 매력이 있는 친구잖아요.”
로맨스를 메인으로 하는 퓨전 사극 드라마지만 ‘폭군의 셰프’를 이루는 또 다른 기둥은 ‘요리’였다. 에피소드마다 지영이 만들어내는 맛깔 나는 음식의 향연에 이어 이를 더할 나위 없이 맛있게 즐기는 이헌의 ‘먹방’까지 연일 화제가 될 정도였다. 맛있는 음식을 만끽할 수 있다는 건 실제 촬영에서도 행복한 일이었지만, ‘OK’가 나올 때까지 똑같은 음식을 몇 번이나 먹어야 했던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헌의 날카로웠던 턱선이 조금씩 ‘푸근해져 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는 게 이채민의 이야기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웠던 촬영 현장을 뒤로 한 이채민은 다음 작품을 위한 걸음을 늦출 새가 없다. ‘폭군의 셰프’ 덕에 올해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발돋움한 그에게는 30편이 넘는 차기작 제안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한 작품의 엄청난 성공이 때로는 그 무게 이상의 족쇄가 되기도 하는 만큼, 데뷔 5년 차 신인에게는 행복과 부담이 동시에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이채민의 포부는 다음 작품에서도 지금의 기대보다 더 잘해낼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대중들을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배우를 선택할 때부터 세워놨던 스스로의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 드라마를 촬영할 때 주변에서 이 말을 진짜 많이 들었어요. ‘채민아, 이 작품 찍고도 변하지 마라.’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데엔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이 직업을 하면서 가장 큰 목표가 ‘나를 잃지 않는 것’이거든요. 다 행복하게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나를 잃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배우로서 어떤 감정이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해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일단 나부터 좋은 사람이어야 하겠죠.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먼저 저 자신을 찾고, 그것을 잃지 않으려는 고민도 시도도 많이 하고 있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