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따른 전산 시스템 마비, 정부조직법 개정 등 변수 떠올라…김현지 조희대 등 키맨 둘러싼 강대강 대치 예고

정치권에선 이번 국감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를 꼽는다. 화재는 국정감사 일정이 잠정 합의된 뒤인 9월 26일 발생했다. 대전 소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 폭발로 불이 났다. 정부 전산망 대규모 장애가 발생했다. 정부 전자시스템 96개가 마비됐고, 정부 정보시스템 709개가 가동 중단됐다.
정부는 빠른 시스템 복구에 나섰지만 10월 10일 기준 정보시스템 709개 중 214개 서비스만 복구됐다. 국정감사에 필요한 여러 전산망이 여전히 마비된 상태라는 의미다.
법안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는 여전히 먹통이다. 10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법제처 법령정보시스템의 이례적 장기 중단 사태는 법 정보에 대한 국민 접근권과 알 권리를 심대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정부는 전산망 복구 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제처는 대체 사이트를 통해 법령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기엔 최신 법령 개정 사안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월 29일 이후 공포된 법률은 법제처가 공지한 별도 사이트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혼선도 존재한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에너지 분야가 산업에서 환경으로 넘어갔다. 국회 내에서 인기 상임위로 불리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엔 에너지 산업에 관심이 큰 의원들이 지망해 왔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엔 환경과 노동 분야에 관심사가 모여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 이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상임위원회의 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산자위에선 이번 국정감사까진 에너지 분야에 대한 감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에너지 산업에 특화된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 일부 의원들은 산자위에 소속돼 있어 이번 국정감사까지는 키워 온 전문성을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에너지(분야)를 규제 부처로 넘기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산자위 소속 의원실 보좌관은 “일단 에너지 관련 국정감사를 준비해놓고 있다”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를 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환노위에선 ‘벼락치기’를 통해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감사를 준비하려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일각에선 갑작스럽게 늘어난 감사 범위에 따른 당혹감이 감지되고 있다. 어떤 상임위에서 에너지 분야를 다룰지에 대한 로드맵은 국정감사 시작 이후에나 판가름날 것이란 전망이다.
국회에서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전과 한수원 등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러 상임위에 불려 다니며 중복 감사를 받을 수 있다.
정치적 쟁점 한 가운데 서 있는 ‘키맨’들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도 예고된다. 이번 국정감사의 승부처라고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이들을 중심으로 엮여 있는 까닭이다.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조희대 대법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부속실장의 발언은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과정서 특정 인물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입증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면서 “국정운영 방향이 민생과 직결되는 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월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현지 부속실장이 국정감사에 출석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통령실이 김 부속실장을 국감에 안 내보내려 한다든가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속실장 출석이 현실화할 경우, 국회 운영위원회가 국정감사 최대 격전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전망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야가 일전을 벌이는 법사위의 키맨은 조희대 대법원장이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출석을 벼른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10월 13일과 15일 진행될 예정인 대법원 국정감사에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 발부를 예고한 상황이다. 두 차례에 걸친 ‘조희대 청문회 불발’ 이후 펼쳐지는 국감에서 반드시 조 대법원장을 불러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은 “국회가 대법원장 답변을 듣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라면서 “대법원장이 국정감사를 거부하는 것이 삼권분립 훼손”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 국정감사 출석이 현실화한다면, 여권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판결을 대선 전에 진행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은 삼권분립에 따른 재판 독립성을 꺼내들며 여권 공세를 맞받아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국정감사는 2026년 지방선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강버스 운영 중단 논란’ 등에 대한 여권 공세가 예상된다.

정치권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가 지나고 나면, 정치권은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 모드에 돌입할 것이 자명하다”면서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현역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통해 존재감을 최대한 높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여권은 국정감사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국정동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면서 “야권은 국정감사를 통해 정권 심판론 초석을 닦으려는 행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5년 국정감사에선 이재명 정부 국정동력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격화할 전망”이라면서 “강대강 대치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한참 벗어난 격렬한 정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정감사엔 거물급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김범석 쿠팡 의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