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동원 대다수 한반도 배치 불구 조사 뒷전…재단 “시급한 국외 연구부터, 향후 국내도 고려할 것”

국외 강제동원 관련 연구용역은 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역사문제와 역사부정론: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2023년)’ ‘일본 산업시설의 조선인 강제동원 기초자료 조사(2023년)’ ‘조선인 강제노동 자료에 대한 기초 조사: 일본 간사이(關西) 지역(2025년)’ 등이다. 용역마다 30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연구자료는 비공개 상태다. 재단이 일요신문에 제공한 연구자료 요약본에 따르면 한일역사문제와 역사부정론: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BC급 전범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인식을 다루는 연구논문이다. 일본 산업시설의 조선인 강제동원 기초자료 조사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근대화산업유산군 66건’과 강제동원 관련 시설을 다룬다.

아스카·후지와라 고분과 궁터 인근에는 강제동원 사적지인 가시하라 신궁, 미미나시산 터널 등이 있다. 일본이 사도광산 등재 때처럼 강제동원 시기를 제외한 다음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꼼수를 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사이 지역 관련 연구용역은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관련기사 [단독] 제2의 사도광산? 일본 또 다른 유네스코 등재 후보지에도 강제동원 사적지 있다).
문제는 국내 강제동원 연구다.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강제동원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에 배치된 노무자 규모가 가장 컸다. 한반도, 일본, 중국, 사할린, 동남아시아, 태평양 등에 강제동원된 조선인은 총 753만 442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약 640만 명이 한반도에 배치됐다. 한반도는 강제동원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인 셈이다. 다만 한반도 도내 동원 피해자의 경우 여러 차례 중복으로 동원되거나 추후 국외로 다시 동원되는 경우가 있어 실제 동원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강제동원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이 문제를 연구하고, 사적지를 발굴하는 작업을 전담하는 기관은 없는 상태다. 관련 활동을 총괄했던 강제동원 위원회는 2015년 활동이 종료됐다. 행안부 산하 과거사관련업무지단,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국가유산청 등은 국내 강제동원 유산 발굴 및 보존 업무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반도에 설치된 약 8000개의 강제동원 관련 작업장은 대부분 방치된 상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업장인 광산은 대부분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반도에 설치된 광산은 5504개소로 집계됐다. 미쓰비시제강이 운영했던 인천광역시 부평구 군수공장 건물은 1989년 철거됐다. 공장 부지에는 부평공원이 들어선 상태다(관련기사 [단독] 휘갈긴 ‘철거예정’만 을씨년스럽게…일제 강제동원 국내 유적지 방치 실태).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 연구기관조차 국내 강제동원 관련 연구를 사실상 방기하고 있었던 셈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한일 역사문제를 연구를 전담하는 기관이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양국의 역사 인식 차이 해소 방안을 모색한다.
일본산업유산정보센터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강제동원 흔적 지우기’를 시도하고 있는 일본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 일본은 세계유산에 올릴 산업유산 300곳을 선정했다. 이 중 강제동원 관련 사적지가 약 40%에 달한다. 일본 정무는 국무회의에서 어떤 곳을 먼저 올릴지 순번을 정한다. 일본산업유산정보센터는 산업유산 등재를 요구할 논리를 제공한다.
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원래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동북공정하고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 때문에 만든 기관”이라면서도 “업무라는 것은 확장성이 필요하다. 지금 한일 간의 역사문제는 기억 전쟁으로 가고 있다. 기억을 할 때는 현장이 중요하다. 한반도에 남은 유적은 강제동원을 기억하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여태까지 (관련 연구를) 안 한 것은 아쉽다. 앞으로는 (연구를) 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혁 의원은 “강제동원의 뼈아픈 역사는 지금도 세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며 “동북아역사재단과 같은 정부 기관이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 규모를 파악하고 실태를 연구해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