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배력 자양분 된 1980년대 유배당 보험 계약자 배당 몫, 부채 아닌 자본 분류 가능성 높아

삼성생명 일탈회계 논란은 1980년대 ‘유배당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5444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지분율 8.51%, 16일 종가 기준 약 48조 원)을 취득하면서 불거졌다. 유배당 보험은 보험료를 투자해 매각 후 그 수익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 형식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미실현 이익 중 일부를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해당 미실현 이익 중 일부 유배당 보험 계약자와 이익 배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해당 금액은 8조 9458억 원 규모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그룹 지배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재계에서는 차익 실현 목적 등으로 매각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배당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삼성그룹의 지배력 유지에 활용되고 있는 셈이지만, 현 회계 처리 방식과 지분 매각 계획 부재 등으로 보험 계약자와 이익을 공유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매입 이후 수십 배 상승했다.
삼성생명은 해당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차익 실현이 되지 않았기에 유배당 보험자와 차익을 나눌 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2010년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 계약자 3000명이 10조 원대 배당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삼성생명의 매각 차익 실현이 안 됐다는 입장이 받아들여지며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해당 이슈가 재점화한 건 지난 9월 1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생명 회계 논란과 관련해 “IFRS에 맞춰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삼성생명이 계약자지분조정으로 별도 회계 처리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2023년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며 유배당 보험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을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계약자지분조정 등 별도 회계 항목이 아닌 시가로 평가되는 ‘보험 부채’ 혹은 ‘자본’으로 처리해야 한다.
보험부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주식 매각 관련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 없기에, 미래에 예상되는 현금 흐름이 없어 보험부채를 ‘0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일탈 회계가 중단되면 계약자지분조정이 자본으로 계상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은 IFRS17 도입 전 유배당 보험 계약자 몫을 분류한 회계 등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질의를 접수했다. 재무제표 이용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금감원은 '회사 경영진의 그러한 판단이 있을 경우 예외적 회계처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수용적 판단을 삼성생명에 전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일탈 회계’가 용인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매각 계획에 없던 삼성전자 주식을 일부 처분함에 따라 회계기준 적용의 전제가 흔들리게 됐다. 지난 2월 삼성전자가 밸류업 계획 이행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며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율이 10.8%로 올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기준인 지분 10%를 넘김에 따라 일부 지분을 매각하게 됐다. 이에 지난 7월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한 이상 삼성생명이 일탈회계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계획에 따라 삼성생명은 금산법을 지키기 위해 추가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12일 삼성생명에서 받은 자료(지난 6월 기준)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전부 소각할 경우 금산법에 따라 매각해야 할 주식이 990만 주(0.17%)로 추산됐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그동안 발생한 1조 2000억 원 규모의 유배당 손실로 인해 차익을 공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과거 판매한 유배당 보험상품 금리는 7%를 적용받고 있는데 운용수익률은 3% 수준으로 손실이 커, 나머지 보전금을 회사에서 부담하고 있어 적자 상태라 지급할 배당금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의원은 “소규모 이익 발생 시나리오에서는 결손을 이유로 배당 불가를 주장한 반면,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대규모 이익(30조 원) 발생 시나리오에서는 결손 언급 없이 8조 원의 배당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투자자산을 넘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로 작동하는 기형적 구조에 있다”며 “금융당국은 개별 회계 처리에 대한 해석을 넘어 책임 있는 자세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원칙이 적용되면 이해관계자들의 불편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배당 금액은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유배당 보험 계약자와 삼성 지배구조가 관련된 문제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계획은 없으며, 추후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계 지침을 따를 예정”이라며 “재무제표상 표기만 안 될 뿐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계상돼도 보험업감독규정에 의해 유배당 보험 계약자 배당 금액은 산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