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빌딩 매각 이어 500억 출자 ‘사익편취’ 지적도…태광그룹 “투자수익 다변화 차원”

흥국코어리츠는 흥국생명이 가지고 있는 흥국생명빌딩 매입을 위해 흥국리츠운용이 설립했다. 흥국코어리츠는 10월 31일 흥국생명으로부터 7193억 원의 매매대금을 지불하고 흥국생명빌딩을 매입할 예정이다. 흥국생명이 흥국생명빌딩을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가 출자한 흥국리츠운용 측에 넘긴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운용수익을 안기려고 흥국생명빌딩을 넘긴 것 아니냐는 시각이었다.
흥국리츠운용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호준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 씨와 장녀 이한나 씨가 각각 9%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지분 82%는 이현준 씨가 출자한 티시스가 가지고 있는 구조다. 이현준 씨의 티시스 지분율은 11.3%다.
결과적으로 흥국리츠운용이 흥국코어리츠를 통해 흥국생명빌딩을 매입하고 운용하면서 운용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흥국코어리츠가 빌딩 관리 업무를 흥국리츠운용에 위탁하고 맺은 계약을 보면 매입금액의 연 0.4%를 기본수수료로 지급한다. 흥국리츠운용은 향후 흥국생명빌딩 매각 시 매각차익의 10%를 성공보수로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태광산업이 흥국코어리츠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오너일가 승계를 위해 태광산업 자금을 우회지원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태광산업이 출자한 자금이 흥국생명빌딩 매입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의 지분 5.95%를 가지고 있는 트러스트자산운용 관계자는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을 할 만큼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이호진 전 회장의 장남의 흥국리츠운용이 운용을 맡은 흥국코어리츠에 출자하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호진 전 회장 측의 승계를 위한 거래로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 주가 하락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흥국생명빌딩에는 태광산업, 대한화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흥국화재해상보험, 고려저축은행 등 태광그룹 소속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아울러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 한국코카콜라, 모건스탠리은행 서울지점, 금호타이어, LG생활건강 등 우량 기업들을 임차인으로 두고 있다. 흥국생명빌딩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는 “태광산업이 흥국코어리츠에 출자한 것 자체보다는, 계열사가 가진 주요 부동산의 매각 및 리츠 사업에 총수일가 자녀가 참여한 사실 자체가 큰 문제”라면서 “(이 같은 행위는) 전형적인 사익편취 행위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이 흥국생명빌딩 처분에 나선 배경을 두고 지배구조에서 찾기도 한다. 흥국생명의 최대주주는 56.3%의 지분을 들고 있는 이호진 전 회장이다. 이호진 전 회장이 확보한 지분만으로 흥국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호진 전 회장은 사업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 흥국생명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보험사가 적용받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주기적으로 적격성 심사를 받는다. 만약 최대주주가 금융관계법, 공정거래법, 조세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10% 이상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9년 이호진 전 회장을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가 지난 4월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사법 리스크는 피했다. 하지만 보험사에 대한 적격성 심사가 느슨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정기적으로 보험사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할 때 특수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법률위반 사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때는 법률 위반 사항도 고려되는 것과는 다르다. 은행업과 저축은행법이 정기 대주주적격성을 심사할 때도 대주주변경 승인심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법률위반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이호진 전 회장은 특수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22년 7월 그룹 계열사였던 티브로드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23년 4월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광그룹 차원에서 흥국생명빌딩의 운영권을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흥국리츠운용에게 넘긴 것을 두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광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태광그룹 차원에서 흥국생명빌딩의 운영권을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가 지분을 갖고 있는 흥국리츠운용에게 넘긴 것은 승계를 위한 것”이라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1종 종류주를 통해 1600억 원을 확보하고, 보통주를 통해 608억 원의 재원을 마련한다. 2종 종류주를 통해 들어오는 재원은 태광산업 몫을 포함해 992억 원 수준이다. 이렇게 마련하는 재원은 총 3200억 원에 달한다. 흥국생명빌딩 인수에 필요한 나머지 자금은 부채를 통해 마련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흥국코어리츠에 대한 출자금은 투자수익 다변화 차원이지 자녀 수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다른 태광그룹 측 관계자는 “현재 경찰 고발된 사항은 아직 조사단계이고 형 확정 및 이에 따른 대주주적격성 심사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주주적격성 심사대상 위반 법률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 그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관련법령이지만, 현재 고소·고발된 사건은 특가법상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에 따른 고발로 대주주적격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