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박스오피스 2위 기록 중…‘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도 흥행세

한국영화 ‘좀비딸’(563만 4087명)이 지키고 있는 올해 최고 흥행작 자리도 위태롭다. 지난 8월 22일 개봉해 장기 상영을 이어가고 있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의 차이가 이제 10만 명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극장가에서는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돌풍이 거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극장가의 큰 변화 가운데 하나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열풍이다. 2년 주기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데, 그 시작은 2021년 연도별 박스오피스 7위에 오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15만 1861명)이었다. 당시 열풍은 다음 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으로 이어졌다. 1편 대비 두 배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더욱 강력해진 모습이다.
2023년에는 ‘스즈메의 문단속’(557만 4358명)이 4위, ‘더 퍼스트 슬램덩크’(478만 6406명)가 6위에 올랐다. 이 두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도합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다시 2년 뒤인 올해에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 극장가를 점령하면서 10월 16일 개봉한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까지 흥행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개봉 10일 차인 10월 25일 기준으로 17만 9784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고죠 사토루와 게토 스구루, 두 주술사의 우정과 비극의 서막을 그린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전 세계 누계 발행 부수가 1억 부를 넘긴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무서운 흥행세는 예상됐던 결과였다. 앞서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국내에서 개봉하며 큰 인기를 불러 모아 마니아층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개봉을 앞두고 폭발적인 예매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으로 이어졌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역시 동명의 인기 만화로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 3000만 부를 돌파한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의 만화 ‘체인소 맨’이 원작이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전기톱 악마 포치타와의 계약으로 온몸에서 전기톱이 뻗어 나오는 ‘체인소 맨’이 된 소년 덴지가 미스터리한 소녀 레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덴지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끌려 지금껏 가장 위험한 배틀에 몸을 던지는 이야기라 원작 만화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에피소드다. 국내 개봉 이후 원작 팬들과 실관람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누적 255만 관객을 돌파해, 장기 흥행세를 이어가며 최종 3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흐름은 비단 한국 극장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북미 개봉 첫 주 7611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며 배급사인 소니픽쳐스의 올해 최고 흥행작이 됐다. 10월 13일에는 흥행 수입이 1억 2866만 달러를 기록하며 2000년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기록했던 1억 2853만 달러까지 뛰어넘어 북미 지역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1위 타이틀까지 가져갔다.

그렇다고 일본 애니메이션이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처럼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은 전체 관람가로 모든 연령층에게 인기를 끌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많이 극장을 찾게 만든다. 11월 26일 개봉 예정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도 상당한 흥행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그러다 보니 모든 연령층보다는 원작 만화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덤을 타깃으로 한다. 영화 관계자들은 극장판 일본 애니메이션의 연이은 돌풍이 극장의 팬덤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요즘 극장은 영화 상영으로만 수익을 내는 게 아니다”라며 “K-팝 스타나 트로트 스타의 공연 실황은 물론이고 최근 임영웅은 정규 2집 앨범 청음회를 CJ CGV 약 50개 극장에서 성황리에 열었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스포츠 경기를 극장에서 관람하는 이벤트가 종종 열려 큰 인기를 끌기도 한다.
이처럼 개봉 영화를 상영해 불특정 다수인 관객을 대상으로 영업 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팬덤을 위한 콘텐츠를 따로 상영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단발성 이벤트가 대부분이었으나 팬덤을 겨냥했던 극장판 일본 애니메이션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반 대중까지 끌어들이며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극장 상영 영화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도 크다. 특정 블록버스터 영화가 대부분의 상영관을 독식해 다양한 영화를 접하기 힘든 극장가 현실을 팬덤이라 불리는 관객들이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