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주하고 무주택자 불안 심화…‘삶의 터전’과 ‘자산 증식 수단’ 사이 균형점 찾아야

문제는 균형의 상실이다. 자산의 기능이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집은 이제 ‘삶의 터전’이라기보다 ‘수익률의 장’으로 변했다. 주택의 가치는 더는 가족의 웃음소리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얼마에 샀느냐, 얼마나 올랐느냐’가 그 집의 가치를 결정한다. 주택의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가 우위에 서면서, 내 집 마련의 의미도 달라졌다.
1960~1970년대 무주택자의 설움은 안정된 보금자리를 갖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대문 옆 단칸방에 세 들어 살던 가장의 꿈은 단출했다. 가족이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웃을 수 있는 독채를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세입자들이 느끼는 설움은 다르다. 그것은 ‘주거 불안’이 아니라 ‘재테크 불안’이다. 집값 상승의 흐름에 동승하지 못한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이른바 ‘자산 소외감’이 새로운 사회적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순수성은 옅어졌다. ‘우리 가족이 편히 살 공간’이라는 소박한 욕망은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자산’으로 대체되었다. 만약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없다면, 굳이 내 집을 가질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전세로 살아도 주거의 효용은 비슷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순수한 실수요자보다 자산적 동기를 가진 수요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경제학적으로 주택시장은 2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주거공간을 소비하는 공간시장(Flow Market)이고, 다른 하나는 자산으로 보유하는 자산시장(Stock Market)이다. 플로(Flow)는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처럼 흐름을 의미하고, 스톡(Stock)은 저수지에 고여 있는 물이다. 주택이 점점 ‘저수지’로만 인식될 때, 시장은 유연성을 잃고 불안정해진다. 그러나 반대로 적절한 자산 기능은 사회의 자본 순환을 돕는다. 문제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 때 생긴다.
오늘날 한국의 주택 시장은 ‘스톡의 논리’가 ‘플로의 논리’를 압도하고 있다. 사람들은 주택을 운용해 얻는 임대 소득보다 되팔 때의 매매 차익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주거의 효용보다 자산의 수익률을 계산하는 사회, 그곳에서 집은 더 이상 ‘사는 곳’이 아니라 ‘사두는 것’이 된다. 이 같은 흐름은 필연적으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 주택 가격은 제어장치 없는 기관차처럼 질주하고, 무주택자의 불안은 심화한다.
그러나 투자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부동산은 여전히 한국 가계의 핵심 자산이자 경제 성장의 기반이다. 일정한 수준의 자산화는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하고, 도시의 재생과 산업을 촉진한다. 문제는 투자의 목적이 삶과 단절될 때다. 투기가 불안정성을 낳는 것이지, 투자 그 자체는 성장의 동력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의 자본이 집으로 흘러가느냐’다.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할 해법은 간단명료하다. 집의 복합적 가치, 즉 삶의 공간이자 자산의 그릇을 함께 인정하고 조화시키는 것이다. 주택의 경제적 기능을 살리되, 인간적인 온기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이 오늘의 주택시장과 정책이 고민해야 할 방향이다.
집은 여전히 인간의 거울이다. 그 속에는 안식과 욕망, 현실과 이상이 함께 비친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이의 균형을 찾아내는 일이다. ‘마이 홈’과 ‘마이 하우스’ 사이, 그 경계 위에서 우리는 갈등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