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어도어 전속계약 해지 소송서 ‘민희진 카톡’ 증거 채택…·쏘스뮤직·빌리프랩·하이브 소송 영향 가능성
여기에 그동안 민 전 대표가 '불법 감사로 채증되고 유출된 개인 간의 대화 내용'이라며 민감한 반응했던 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증거로 채택되면서 판결문을 통해 일부 공개되기까지 했다.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2024년 4월 25일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부터 모회사 하이브(HYBE) 및 산하 레이블들과 민 전 대표 간 불거진 고소·고발전까지 사실상 모든 사건의 열쇠가 이 '카카오톡 대화'에 있다는 점에서, 이후 민 전 대표의 남은 소송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뉴진스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뉴진스 측이 신뢰관계 파탄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 하이브-어도어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에 대한 감사 및 해임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서 민 전 대표는 2024년 4월 25일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축출'은 뉴진스를 지키기 위해 하이브에 정당한 이의제기를 했으나 오히려 '경영권 탈취 미수범'으로 몰리면서 이뤄진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임원 등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를 증거로 채택하고 "대화 내용에 따르면 민희진 전 대표는 뉴진스가 포함된 원고(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려는 의도로 사전에 여론전, 관련기관 신고 및 소송 등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화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뉴진스 멤버들을 하이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언급한 게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지적이다.
민 전 대표가 어도어 전 임원에게 하이브에 문제를 삼을 수 있는 증거를 찾으라고 지시한 것 역시 뉴진스 보호와는 무관하게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 시키기 위해 '하이브의 책임 있는 사유'를 찾기 위함이라고 봤다. 이처럼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 대해 진행한 감사는 어도어 독립 또는 뉴진스 빼가기 계획이 원인이 된 것이므로 부당 감사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 판단은 하이브와 민 전 대표 사이의 약 260억 원가량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놓고 맞붙은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3월 경 체결한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 18% 중 13%를 하이브에 매각할 수 있는데, 이 권리는 2024년 11월부터 행사할 수 있어 계약의 '해지 시점'을 두고 소송이 붙었다.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의 이른바 '뉴진스 빼가기' 등 업무상 배임 시도로 신뢰관계가 파괴됐으므로 2024년 7월 자신들의 통보로 이미 계약이 해지돼 풋옵션 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 전 대표는 뉴진스가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것이 2024년 11월 28일의 일이므로 하이브의 주주간계약 해지 통보 시점에는 '뉴진스 빼가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맞섰다. 그러나 어도어-뉴진스의 소송에서 민 전 대표의 이런 '행위'가 2024년 3~4월 경부터 시작돼 왔다는 점이 지적된 만큼,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에서도 이 지점을 눈여겨 볼 가능성이 커졌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인 아일릿이 뉴진스의 데뷔 초 콘셉트 등을 카피했다는 의혹과 이에 대한 뉴진스 멤버 부모들의 항의도 민 전 대표를 통해 과장 또는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 역시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대화 내용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2024년 3월 30일부터 빌리프랩 측에 보낼 항의 메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신 대신 멤버의 부모들이 앞장서도록 하고, 특정 멤버의 부모가 쓴 것처럼 메일 내용을 고쳐 쓸 것을 제안하거나 지시하며 여론전과 향후 소송 방향을 준비했다. 멤버 부모들이 전면에 나서는 동안 자신은 어도어를 인수할 투자자를 찾으려 한 정황도 카카오톡 대화에 담겼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에 대해서도 "일부 유사한 점이 확인되긴 하나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복제했다고 인정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여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가 어도어-뉴진스 전속계약에서 보호할 권리로 정한 상표권, 퍼블리시티권, 지적재산권 등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만에 하나 실제 콘셉트 복제 사실이 있고 이에 소속사가 일부 미흡한 대응을 했다고 하더라도 계약상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 문제는 현재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소송과도 연결돼 있어 주목받는다. 아일릿의 소속사인 빌리프랩은 2024년 4월 25일 민 전 대표 기자 회견 당시 언급된 '아일릿 뉴진스 카피' 발언을 지목해 명예훼손, 업무방해 및 모욕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약 20억 원 상당의 손해액을 민 전 대표 측이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 전 대표 측은 아일릿의 표절 의혹은 대중으로부터도 제기된 객관적인 사실임을 강조하면서, 하이브 산하 레이블 간의 아이디어 침해 등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연 기자회견이었으므로 공익성이 인정돼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맞받아쳤다.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민 전 대표 측도 2024년 11월 빌리프랩을 상대로 5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 전 대표가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의 '부당 감사'를 주장하며 내세웠던 근거들은 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으로 상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빌리프랩과 쏘스뮤직(걸그룹 르세라핌의 소속사)의 각각 소가 20억 원, 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판결을 가를 가장 유력한 증거가 된다.
쏘스뮤직의 경우 빌리프랩과 마찬가지로 민 전 대표가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르세라핌으로 인해 뉴진스 데뷔가 밀렸고, 자신이 뉴진스의 멤버 발탁부터 제작까지 모두 관여했다고 주장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며 허위사실 및 업무 방해 등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민 전 대표의 발언으로 르세라핌 멤버들이 '뉴진스의 데뷔를 방해한 그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 극심한 악플에 시달리고 광고 계약 등이 무산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어도어-뉴진스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는 뉴진스의 멤버들이 각각 2018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쏘스뮤직 소속 연습생이었으며 2021년 11월 어도어가 설립된 뒤에야 어도어 소속으로 데뷔를 준비했다고 확인했다. 또 지난 8월 쏘스뮤직과의 소송 3차 변론기일에서 증거로 채택된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그는 "걸그룹 애들(뉴진스 멤버) 내 레이블로 데려오고 싶어졌어" "쏘스(뮤직) 좋은 일 시키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는 뉴진스 멤버들이 쏘스뮤직 소속으로 데뷔 준비 중이었던 것을 민 전 대표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두 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민 전 대표 측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은 공익성, 그리고 뉴진스의 소속사 대표로서 아티스트의 권리 보호를 위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한 것이므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앞선 어도어-뉴진스 소송에서 민 전 대표 측의 행위가 공익이나 계약상 의무 이행을 위한 것이 아닌,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이 주장 역시 배척될 가능성이 높다.
민 전 대표가 엮인 소송은 11월에 쏘스뮤직(7일), 빌리프랩(14일), 하이브(27일) 순으로 변론기일이 지정돼 있다. 특히 하이브의 주주간계약 해지 관련 소송은 기일 당일 당사자 신문을 한 번 더 진행한 뒤 12월 18일 변론 종결 예정이다. '카카오톡 대화'로 거미줄처럼 엮여있는 소송들은 어느 하나라도 이 증거를 바탕으로 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거 채택 반대' 주장이 먹혀들지 않은 현 시점에서 민 전 대표가 이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주장과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면 사실상 그의 '소송 전패'로 긴 싸움의 결말이 내려질 수도 있어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