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패 노리는 한국, 이 대회서만 18연승 신진서에 기대…‘평균연령 32세’ 노쇠화 우려도

지난 10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1차전은 한국의 선봉장 이지현 9단의 쾌조의 출발로 막을 올렸다. 농심신라면배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이지현 9단은 중국 선봉 리친청 9단을 완파하며 기분 좋은 첫 승을 따냈다. 이어진 2국에서도 일본 선봉 후쿠오카 고타로 7단을 상대로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치며 연승을 기록, 한국 바둑의 사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이지현은 “어제보다 부담감이 덜해 편하게 둘 수 있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쳐 3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팀의 농심배 개막 연승은 제19회 대회에서 신민준 9단이 6연승을 거둔 이후 8년 만이었다.
하지만 3국에서 이지현은 중국의 베테랑 탄샤오 9단에게 아쉽게 역전패를 당하며 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비록 3연승에는 실패했지만, 이지현은 13전 14기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2승을 거둬 한국 바둑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이어 탄샤오는 일본 쉬자위안 9단마저 꺾고 2연승을 질주하며 1차전 마지막을 장식했다.
1차전 결과, 한국은 2승 1패, 중국은 2승 1패, 일본은 2패를 기록하며 팽팽한 균형을 유지한 채 2차전으로 돌입한다. 각국에 남은 인원은 한국 4명, 중국 4명, 일본 3명으로, 이제부터 본격적인 팀 대결의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에서 열리는 2차전의 포문은 한국의 강동윤 9단과 중국의 탄샤오 9단이 연다. 탄샤오는 1차전에서 이지현 9단과 쉬자위안 9단을 연파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경험(2011년 춘란배)이 있는 베테랑으로, 이번 중국 대표팀 중 농심배 경험이 가장 많고 통산 성적도 10승 3패로 좋다.
반면 한국의 강동윤은 이번이 8번째 출전으로 대회 통산 13승 8패를 기록하고 있다.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강동윤이 2승 4패로 약간 밀리지만, 강동윤은 현재 국내 랭킹 3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 이지현의 설욕과 함께 한국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한국 바둑의 대회 6연패 달성 여부다. 1회 대회부터 6회 대회까지 6연패를 달성했던 한국은 22회 대회부터 5연패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대회에서 최다 연패 타이기록에 도전한다. 이 대기록의 중심에는 압도적인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있다. 특히 한국 바둑은 최근 각종 세계대회에서 중국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상금이 가장 큰 농심배에서만큼은 5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신진서는 한국이 5연패를 달성하는 동안 매번 최종 주자로 나서 한국의 우승을 결정지었다. 22회 대회 5연승을 시작으로 23회 4연승, 24회 1승, 25회 끝내기 6연승, 26회 2연승 등 총 18연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이창호 9단의 14연승 기록을 넘어섰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도 신진서가 우승을 결정짓는다면 이창호 9단이 가지고 있는 6연속 우승 결정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농심배 개인 다승에서도 18승으로 3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선두 판팅위 9단과는 불과 3승 차이라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 최다승 기록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신진서 9단의 출전만으로도 한국팀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며, 그의 활약에 한국 바둑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기록과 6연패의 기대감 속에서도 한국 바둑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바로 ‘평균 연령’이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32세로, 중국(26.8세)이나 일본(27.6세)에 비해 확연히 높다. 신진서 9단만 25세일 뿐, 박정환(32), 강동윤(36), 안성준(34), 이지현(33)은 모두 30대다. 20대 1명과 30대 4명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지난 대회 26.4세보다 크게 올라간 수치여서, 노쇠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바둑 기사들의 전성기는 일반적으로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정상급 기사들조차 서른을 넘기면서부터는 급격한 하향세를 보였던 전례를 떠올리면, 한국 대표팀의 높은 평균 연령은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는 단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 바둑계의 고질적인 세대교체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신진서 9단이 맨 앞에서 지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젊고 새로운 인재들이 주류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한국 바둑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농심신라면배는 단순히 6연패의 위업 달성뿐만 아니라, 한국 바둑이 직면한 세대교체의 과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한국은 베테랑들의 노련함과 신진서 9단의 독보적인 기량으로 6연패의 신화를 완성하고, 동시에 젊은 기사들의 성장을 위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부산에서 펼쳐질 제27회 농심신라면배 2차전에 바둑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이 5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패권을 다투는데, 2위와 3위는 상금이 없고 우승국이 5억 원의 상금을 독식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가 주어진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