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셧다운 재발, 오바마케어 보조금 만료, 기업 실적 발표, 관세 대법 판결 등 동시 터질 수도

11월 11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셧다운 종료 기대에 강한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이날 CR 내용과 민주당의 반대 입장이 알려지면서 오후 들어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11일까지 71% 이상 오르며 글로벌 증시 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내년 전망도 나쁘지 않다. 5000선을 넘어 6000선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내년 초 미국 정치 상황에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낙관이 쉽지 않다.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11일 하락했다가 12일 다시 상승세다. 달러 강세에 대한 반영이다. 원·달러 환율도 1470원에 다시 근접하고 있다. 아시아 증시도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 약세다.
애초 민주당이 예산안 통과를 막아선 이유는 올해 연말로 종료되는 오바마케어(ACA, Affordable Care Act) 보조금 연장 문제 때문이었다. 셧다운을 종결하기 위해 상원 공화당 지도부는 12월 중순에 ACA 보조금 연장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겠다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러한 공화당의 ‘조건부 약속’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표결을 하더라도 상원 과반(53석)을 장악한 공화당이 반대하면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은 무산되기 때문이다.
이번 CR 가결은 8명의 민주당 및 무소속 의원이 당 지도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공화당은 랜드 폴(켄터키) 의원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일부 상원의원들이 공화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대한 현실적 고려가 깔려 있다. 셧다운이 장기화될수록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이는 재선을 앞둔 의원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경합 지역구 출신 의원들에게는 ‘정부 마비 사태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내년 2월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내년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중 한 곳이라도 과반을 회복하려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극렬히 반대하는 오바마케어 보조금 유지를 계속 압박해야 한다.
미국 의회는 2년마다 상원 3분의 1(33석)과 하원 전체 의석을 새로 선출한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53석)과 하원(219석)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하원 선거에 대비해 공화당이 집권한 주들에게 선거구 재조정(Mid-decade redistricting)을 주문하고 있다. 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다시 그리는 작업(Gerrymandering)이다. 민주당도 자신들이 집권한 주에서 선거구 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하원에서 4~5석의 추가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5석은 과반을 좌우할 수 있는 충분한 의석 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 선거에서는 선수를 친 셈이다.
결국 민주당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상원에서 과반 의석을 탈환하는 방법밖에 없다. 내년 11월 상원 선거 대상은 33개 주이며, 현재 이들 주의 의석 분포는 민주당 13석, 공화당 20석이다. 민주당이 상원 과반(51석)을 차지하려면 자신들의 13석을 모두 방어하면서 동시에 공화당 의석 6석을 빼앗아 와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경합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민주당 의석 중 5~6석, 공화당 의석 중 2~3석에 수준이다. 여론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민주당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이 하원이든 상원이든 공화당 우위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여론전이 필요하다. 오바마케어와 셧다운은 트럼프 행정부와 여당인 공화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실제로 이번 셧다운 초기에는 책임론이 민주당(32%)과 공화당(35%) 사이에 비슷하게 분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회의 순수 지지율(Net Approval)은 민주당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특히 무당파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공화당에 대한 책임론(48%)이 민주당(32%)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내년 2월 셧다운이 재발하거나 ACA 보조금 연장안이 상원에서 부결될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케어 보조금이 만료되면 약 2200만 명의 보험료가 연간 888달러에서 1904달러로 평균 114% 급등하고, 약 400만 명은 아예 보험을 잃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료가 두 배 이상 오르거나 보험 자체를 상실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ACA 가입자의 57%가 공화당 하원 지역구에 거주하고 있어, 오바마케어가 중단되면 중간선거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번 다음에는 더 강하게 셧다운을 무기로 공화당에게 오바마케어 연장을 압박할 만하다.
실제로 올해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 후보가 승리했고, 뉴저지주에서는 주지사직과 함께 주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다. 버지니아에서는 애비게일 스팬버거 후보가 주지사로 당선되며 주의회 다수석도 확보했다. 이러한 결과는 민주당에게 내년 중간선거에 대한 희망을 주는 동시에, 공화당에게는 경고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내년 2월에 셧다운이 재발한다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셧다운 기간 중에는 연방정부가 발표하는 고용, 소매판매, 주택, 인플레이션 등 핵심 경제지표가 공개되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정보 공백이다. 게다가 2026년 1월 30일 CR 만료 시점은 2025년 4분기 기업 실적 발표 시즌과 정확히 겹친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자금조달 문제가 다시 시장의 고민이 될 공산이 크다. 주요 정부 통계가 ‘깜깜이’인 상황에서 기업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가이던스(향후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경우, 투자자들은 셧다운 장기화 위험과 실적 악화 등이 결합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가 위법인지를 다투는 연방 대법원 판결도 내년 초 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의 주요 판결은 보통 회기 종료 시점인 다음 해 6월이나 7월에 나온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이번 사안을 신속처리(Fast-track)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1월 5일 구두변론에서 대법원 판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권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2월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대법원이 1·2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하게 관세를 부과한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하면, 연방정부는 최소 1000억 달러 이상을 기업들에게 환급해야 한다. 관세를 지렛대로 재정을 보강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달러 가치와 금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관세로 거둬들인 돈을 국민들에게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셧다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민주당으로 넘기고, 대법원도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결국 내년 2월은 셧다운 재발 가능성, 오바마케어 보조금 만료, 기업 실적 발표 시즌, 그리고 관세 소송 대법원 판결이라는 네 가지 리스크가 동시에 터질 수 있는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의 시점이 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