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휴전’ 일단락, 트럼프 금관과 핵추진 잠수함 설왕설래…이재용-정의선-젠슨 황 소맥 러브샷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0개월여 동안 무역 갈등을 벌여왔다. 경주 APEC 직전까지도 두 국가는 각각 ‘100% 추가관세’와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며 일촉즉발의 신경전을 벌였다. 대한민국에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극적 화해 대신 ‘휴전’을 선택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와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 협력에 동의했고, 미국은 중국에 부과해온 관세를 10%포인트(p) 인하하기로 합의한 것이 주된 골자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26년 4월 중국을 방문하고, 그 후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 상호 방문 계획에도 합의했다. 양국이 당분간 안정적인 관계를 가져가려는 스탠스로 풀이된다.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자마자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겨냥해 다자무역·다자주의를 강조하면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정은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바로 그쪽(북한)으로 갈 수 있다”며 순방 일정을 연장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직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서도 “김정은은 수십 년간 미사일을 발사해왔고, 이번에도 또 발사했을 뿐”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실제 국제 외교가에서는 북측 영토인 판문관 등에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귀국길에 “내가 너무 바빠 우리(트럼프와 김정은)는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며 “김정은과 관련해서는 다시 오겠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행보가 패착이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번에 가벼운 만남이라도 했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끊임없는 구애로 김정은 몸값은 충분히 올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등과의 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도 만나 북한이 정상국가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표하며 친분을 과시했지만, 이번에 당한 수모를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럼 다음에 미국이 북한에 강한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무궁화대훈장과 함께 신라 천마총 금관을 본뜬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받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선물에 호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 금관은 정말 특별하다. 무궁화대훈장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지금 당장 착용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특히 천마총 금관 모형에 대해 “특별히 잘 챙겨 내 박물관 맨 앞줄에 소장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더 미러’에서는 보디랭귀지 전문가 주디 제임스 분석을 인용해 “그가 선물을 받는 순간 금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매혹됐다”며 “이런 행동은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들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표정과 몸짓에서도 기쁨이 드러났다”며 “입술은 다물고 있지만 몸을 좌우로 약간 회전하는 제스처를 보였는데, 이는 억눌린 즐거움과 흥분을 나타내는 신체 신호”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선물은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규탄하며 확산되고 있는 ‘노 킹스(왕은 없다)’ 시위와 맞물려 더 관심을 모았다. 실제 SNS(소셜미디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천마총 금관을 쓴 채 멜라니아 여사와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합성 영상 등이 확산됐다.
대통령실은 금관 선물 배경에 “경주를 국빈으로 찾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에 처음으로 평화를 가져온 신라의 정신과 함께 한미동맹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의미로 금관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트럼프를 왕으로 인정하는 것이냐’라고 불편하게 보는 사람도, ‘한국의 고도의 돌려까기 풍자 유머냐’고 해석하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며 “‘노 킹스’ 시위 이전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 전부터 기획됐던 선물이다. 대통령실 설명 이외에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반도체 관세도 한국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하고, 쌀·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을 막고 검역 절차에서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품목관세 중 의약품·목제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항공기 부품·제네릭(복제약) 의약품·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도 핵추진 잠수함 건조의 길이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로 쓰이는 농축우라늄 공급을 요청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한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관세협상이 타결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현장에서 담판이 지어진 것”이라며 “조선업 협력 등을 무기로 이 대통령이 완강하게 대응했던 태도가 유효했다는 평가다”라고 전했다. 실제 협상을 총괄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조차 브리핑에서 “어제저녁에도 그렇게 (관세협상) 전망이 밝지 않았고, (회담) 당일날 급진전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도 순탄하게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격변하는 국제정세와 통상환경 속에 이웃 국가이자 공통점이 많은 한일 양국이 그 어느 때보다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그간 구축해 온 일한관계 기반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나는 확신한다”며 “지금의 전략 환경 아래 일한 관계, 일한미(3국) 간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셔틀외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다카이치 총리가 극우적 성향의 정치인이라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첫 대면에서는 큰 의견 차이 없이 회담이 성사된 것 같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앞으로 행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에는 첨예한 쟁점인 과거사 문제 등에 직접적 언급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적 기업의 총수들은 개방된 식당에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정 회장 제안으로 셋이 ‘러브샷’을 했고, 젠슨 황 CEO는 치킨을 들고 주위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나눠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젠슨 황 CEO가 이 회장과 정 회장을 가리키며 “두 분이 아주 돈이 많다”며 “디너 이즈 프리(저녁은 공짜)”라고 외치자 주위 손님들이 일제히 “젠슨 황” “이재용” “정의선”을 연호하기도 했다. 200만 원가량의 1차 비용은 이 회장이 냈고, 인근에서 벌어진 2차 자리는 정 회장이 계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