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 유입 확대, 주주가치 강화 압박 이점…독점 체제 강화 우려와 낮은 영업이익 등이 발목
#지주사 전환 무산된 후 IPO 논의 잠잠

한국거래소 IPO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시기는 2015년 7월이다. 당시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거래소시장 경쟁력강화 방안’ 중의 하나로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해 ‘한국거래소지주(가칭)’를 IPO하는 안을 제시했다. 한국거래소 내에 있는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 시장은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사의 완전자회사로 분리할 계획이었다. 장내 시장 간 경쟁을 강화하는 동시에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기업에 더 풍부한 자금조달 기회를, 투자자에게는 더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IPO 계획은 흐지부지됐다. 한국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했다. 그러 19대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거래소 주주들의 상장 차익 환원 규모, 거래소 지주사 본점 소재지 위치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있었다. 20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검토했지만 개정안 통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측은 “IPO 전제조건이었던 지주사 전환 추진이 보류됐기 때문에 현재 IPO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거래소가 IPO에 나서면 이익을 많이 내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활성화되고 기업들의 주가가 내려가지 않게 최대한 노력을 다할 것이다. 현재 국영 백화점 느낌의 거래소가 진정한 민간 백화점이 되면 고객을 모으고 상품을 홍보하려고 온갖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엔 자본의 크기가 중요하다. 싱가포르나 홍콩은 거래소를 IPO하고 난 후 아시아 금융 허브가 됐다”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한국거래소 IPO에 좀 더 명분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한국 사람이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든지, 한국 기업이 외국 거래소에 상장하는 사례가 많이 없었다. 국내에서도 거래소가 계속 독점 상태였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며 “현재는 해외에 상장하겠다는 기업이 많이 나오고 있는 데다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국내 경쟁도 시작됐다. 한국거래소 IPO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이미 해외 거래소는 다수가 IPO를 한 상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 일본 일본거래소그룹(JPX), 유럽 유로넥스트(Euronext) 등 자본시장을 주도하는 선진 거래소는 물론 다수의 신흥 거래소도 상장 대열에 합류했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IPO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여 공모 참여 확대나 외국기업 상장 유치 계기로 삼고 있다. 신규 자본을 통해 거래소는 신사업에도 나설 수 있다. 증권업계에선 거래소가 대규모 자본을 통해 토큰증권(STO),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당장 거래소 IPO를 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의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법적으로 거래소가 지주회사가 되어야만 IPO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IPO를 다시 검토한다면 어떤 방식이 가장 최적인지는 신중히 검토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거 논의됐던 것처럼 지주사를 세워 IPO를 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등 사업부별로 독립적인 회사를 만들어 경쟁을 시키는 게 효율적이란 의견이 많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상대적으로 코스닥 주가는 코스피와 비교해 형편없다”며 “IPO에 앞서 코스닥을 분리해 역동성을 불어넣어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상장과 관련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거래소가 IPO를 하면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위 입장에선 넥스트레이드 거래 한도 규제를 푸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넥스트레이드 규제를 완화해도 한국거래소의 덩치가 제일 크니 IPO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유입하면 또 독점 구조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시장법은 대체거래소의 최근 6개월 평균 거래량이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의 15%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주주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성이 떨어져서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이 없다. 거래소가 IPO에 나선다고 해서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찍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 정부가 의지를 보일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현재 논의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까지 낮추는 게 코스피 지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거래소는 공기업 성격이 강한 양면적 기업이라 이익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