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하원의장으로 승계 등 ‘우회로’ 현실성 낮아…“정치적 영향력 극대화 전략”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9)이 2028년 대선 출마에 관심을 표하면서 3선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이미 2016년과 2024년 각각 한 차례씩 당선되면서 재선에 성공한 만큼 트럼프의 이런 바람은 실현 불가능하다. 미국 헌법상 한 사람이 두 번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령 개헌을 염두에 둔다고 해도 현재의 정치구도상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우회로를 제시하면서 ‘트럼프 2028’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과연 이들이 주장하는 시나리오들은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정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3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3선 도전의 합법성을 두고 법정에서 다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알다시피 우리에게는 훌륭한 인물들이 많다. 그들(민주당)과는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인물들은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었다.
또한 2028년 대선에서 부통령으로 출마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트럼프는 “그건 법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너무 ‘잔꾀’라고 생각한다. 국민들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옳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질문이 나온 배경에는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수석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의 발언이 있었다.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배넌은 트럼프가 3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 있다고 말하면서 “트럼프는 2028년에 다시 대통령이 된다. 사람들은 이 사실에 적응해야 한다. 적절한 때가 오면 ‘계획’이 무엇인지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사실 트럼프 역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스스로 3선 도전에 대해 언급해 왔다. 지난 3월 말, NBC 전화 인터뷰에서는 3선 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그렇게 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추가 임기를 원하냐는 질문에는 “나는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는 트럼프가 처음으로 농담조가 아닌, 진지하게 3선을 고민하고 있다는 속내를 처음 드러낸 사례였다.

심지어 트럼프는 2018년 1기 행정부 시절, 공화당 후원자들을 위한 비공개 모금 행사에서 시진핑이 ‘종신 주석’이 된 것에 빗대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거 참 멋진 것 같다. 언젠가 우리도 한 번 시도해 볼까요?”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고, 이 말을 들은 청중들은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그런가 하면 고 찰리 커크가 주최한 ‘터닝포인트 USA’ 회의에서는 환호하는 군중이 “4년 더!”를 외치자 “이제, 그들을 미치게 하고 싶다면, 이렇게 말하세요. ‘16년 더! 16년 더!’”라고 외쳤으며, 백악관을 방문한 유럽 정상들에게는 ‘트럼프 2028’ 모자를 자랑스럽게 보여주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믿고 있는 3선은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까. 이는 법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 수정헌법 제22조에 명확히 “누구든 대통령직에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이 대통령직을 세 차례 수행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1951년 비준된 수정헌법 제22조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까지 하자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의회가 통과시킨 법이다(루스벨트는 1932년, 1936년, 1940년, 1944년 총 네 차례 당선됐으며,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사망했다).
이처럼 법으로 명시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3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몇 가지 우회적인 방법들이 있다. 먼저 부통령직을 승계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다시 말해 ‘선출’이 아닌 ‘승계’이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미시간 주립대 법학 교수인 브라이언 칼트는 2012년 저서 ‘헌법을 뒤흔드는 위기들’에서 “대통령이 되는 방법에는 선출만 있는 게 아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 대한 법적인 반대 논거도 존재한다. 가령 1812년 비준된 수정헌법 제12조에 따르면, ‘헌법상 대통령직에 부적격인 사람은 부통령직에도 부적격하다’는 점이 그렇다. 따라서 트럼프의 부통령직 도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는 방법이다. 하원의장은 현직 의원이 아니더라도 의원 과반의 지지만 얻으면 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시나리오다. 또한 미국 헌법 역시 두 번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하원 의장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만일 트럼프가 하원의장에 선출된 후, 대통령과 부통령이 모두 사임한다면 트럼프는 대통령직 승계 2순위인 하원의장으로서 대통령직을 이어받게 된다.
여기에도 허점은 있다. 역사적으로 하원의장은 늘 하원 의원 가운데 선출되어 왔으며, 만일 트럼프가 이 방법을 시도한다고 해도 즉시 대법원의 위헌 심사를 받게 될 게 자명하다. 퀴니피액대학의 웨인 운거 법학 교수를 비롯한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대법원이 이를 위헌으로 판단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현실성이 낮은 시나리오인 개헌은 어떨까. 개헌을 위해서는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50개 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비준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219 대 213으로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고, 상원에서는 53 대 47로 근소하게 앞서 있는 상태다. 또한 주 의회에서도 28개 주만 장악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오늘날처럼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개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 트럼프는 여전히 공화당 내부에서 확고한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임기 시작 이후에는 점차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처리 방식과 뚜렷해진 고령의 징후로 인해 배신감과 불안감을 느낀 일부 지지자들이 하나둘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주의를 분산시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3선 카드를 내놓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애드보케이트’ 매거진의 수석 편집자인 존 케이시는 트럼프의 3선 발언을 가리켜 “트럼프의 시선 돌리기, 즉 ‘여기를 보지 말고 저기를 봐라’라는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케이시는 “국민들이 트럼프의 세 번째 임기가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집착하는 동안, 트럼프는 이미 자신이 야기한 혼란들, 가령 연방정부 셧다운,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기타 긴급한 국내 문제들을 잊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가 민주당을 비롯한 반대파들을 조롱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존슨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3선에 대한 염려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민주당을 놀리는 걸 즐긴다”고 말했으며, 친트럼프 정치 전략가인 데이브 카니는 ‘뉴욕타임스’에 “혼란에 빠진 상대를 분노하게 만드는 능력은 트럼프의 가장 큰 강점 가운데 하나”라면서 “트럼프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균형을 망가뜨리는 데 있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라고 분석했다.

‘뉴요커’의 수잔 글래서 역시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건 명백히 위헌이지만, 지금까지 트럼프가 보여준 한 가지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동 이후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추방된 인물로 취급받았던 트럼프가 지금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글래서는 “트럼프가 미국 정치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실제 행동에 옮길 의지가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