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없어 농가 수 급감, 찻잎 가격 급등에 가공업체 줄폐업…글로벌 말차 열풍 업고 중국산까지 급부상

말차(일본식 발음 맛차)는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덮개를 씌운 차밭에서 자란 찻잎을 수확해, 이를 쪄서 말린 뒤 맷돌로 곱게 갈아 만든다. 일본 다도 문화의 중심에 있는 차가 바로 말차다.
그런데 최근 5년 사이 말차의 무대는 일본에서 세계로 옮겨갔다. 틱톡에서는 ‘초록 파우더’ 영상이 폭발적으로 재생되며 트렌드를 이끌었고, 카페 메뉴판에서는 커피를 밀어낼 정도로 존재감을 키웠다. 시장조사업체 NIQ에 따르면, 미국의 말차 판매는 최근 3년간 무려 86%나 증가했다.
해외에서 말차가 각광받는 가장 큰 배경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꼽힌다. 카테킨·테아닌 등 기능성 성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찻잎 일부 성분만 우러나는 일반 녹차보다 ‘찻잎을 통째로 섭취하는’ 말차가 더 강력한 슈퍼푸드로 입지를 굳힌 것이다. 여기에 일본 여행 붐도 열기를 더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말차 체험은 어느새 ‘일본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됐다. 영국 BBC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엔저로 일본이 매력적인 여행지로 부상하면서 일본산 말차 수요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고령화에 멈춘 일본 차밭
글로벌 말차 열풍은 일본 차 산업에 분명한 기회다. 그러나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 호황을 온전히 누리는 기업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일본의 차 생산지는 오래전부터 고령화·인구 감소·후계자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려 왔다. 일본 농민의 평균 연령은 69세에 달한다. 우지 인근 지역만 보더라도 고령 농가가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서 몇 년 사이 차 농가 수가 40곳에서 6곳으로 급감했다.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일본을 찾아와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해도, 한정된 생산량 탓에 기존 거래처 물량을 맞추는 것조차 벅찬 상황이다. 일본의 음료 대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을 일찌감치 감지했다. 산토리는 농촌 인구 감소로 생산 기반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10년간 시장가보다 높은 단가로 원료를 매입하는 장기 계약을 도입해 왔고, 이토엔도 조달망 강화를 위해 전담 공급망 팀까지 신설했다.

찻잎을 매입해 가공하는 업체들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일본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에 민감해 완제품 가격을 쉽게 올리기 어렵다 보니, 중소 가공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분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재배부터 가공까지 일관된 생산라인을 갖춘 기업들은 텐차·말차 생산으로 신속히 전환하며 매출과 이익률이 크게 올랐다. 반면 원료 구매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말차용 찻잎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센차용 찻잎 가격까지 상승하고 전기·가스 등 광열비 부담이 겹치면서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말차 열풍과 달리, 일본 차 가공업계의 파산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테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7월까지 이미 11개 업체가 문을 닫았고, 시즈오카 지역에서만 33개 공장이 폐업했다.

세계적인 말차 열풍은 국제경쟁 구도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그동안 말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지 않던 중국이 몇 년 전부터 대규모 투자를 시작하면서 생산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 NHK가 취재한 구이저우(貴州)의 한 공장은 연간 2000톤(t) 규모의 말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연간 생산량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생산량 능력만 놓고 보면 경쟁의 추는 이미 크게 기울었다. 중국의 농지 면적은 일본의 30배, 녹차 생산량은 50배에 달한다. 차 무역업자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엽록소 같은 색소를 사용해 말차의 색을 인위적으로 더 선명하게 만드는 곳도 있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와인 시장에 비유하면, 장인성과 품질로 승부하는 일본은 ‘부르고뉴’, 대규모 생산과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은 ‘칠레 와인’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러나 모든 농가가 상업적 확대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시즈오카의 차 농부 가타히라 지로는 농지를 지금의 3.5헥타르(ha)에서 더 늘리지 않기로 했다. 규모를 키우면 품질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말차는 괜찮은 부업이지만, 나는 차를 ‘예술작품’처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녹차 한 잔을 들며 그는 덧붙였다. “요즘 말차를 만든다고 뛰어드는 사람들은 다도의 가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말차라테만 떠올린다. 붐은 언젠가 식는다. 결국 이익을 좇아 말차에 뛰어든 사람들은 다음 유행으로 또 옮겨갈 것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