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쏠림·상승 피로감·AI 버블론·원화 약세 혼재…상법 개정 효과 반영 뒤 상승폭 제한 가능성

실제 10월 31일부터 11월 14일까지 코스피 최근 11거래일 가운데 하루 등락폭이 1% 이상이었던 날은 11월 3일(+2.78%), 11월 4일(-2.37%), 11월 5일(-2.58%), 11월 7일 (-1.81%), 11월 10일 (+3.02%), 11월 12일(+1.07%), 11월 14일(-3.81%) 등으로 7거래일에 달했다. 2% 이상 오른 날로 좁혀도 5거래일에 달했다. 이 중 하루는 3%대 급등세를 보일 만큼 변동성이 컸다. 지난해 일평균 등락률이 -0.05%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지난 11월 5일 수요일은 투심이 악화되면서 사이드카까지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코스피 지수가 전일 종가보다 6%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한 채 1분 이상 지속될 때 선물 및 현물 매매를 5분간 중단시키는 제도다. 이날 AI(인공지능) 버블 우려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10%, -1.19%를 기록하며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장중에는 삼성전자가 9만 6700원(-7.82%), SK하이닉스가 53만 2000원(-9.22%)까지 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1월 14일 코스피 하락을 주도한 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5.25% 내린 9만 7400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8.17% 급락한 56만 2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본부 부장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좀 약해졌고, ‘AI 버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에 근접했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전고점을 넘어서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위축되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변동성 확대 분위기에도 추세적인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KB증권에서는 내년 코스피 지수 전망치로 5000, 최대 7500으로 전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외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4500, 4600으로 4000선에서 전망치를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제시한 전망치는 5000이었다.
현재의 상승 요인으로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지만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바뀌고 있는 점을 상승 요인으로 꼽는 시장 전문가가 다수다. 올해 6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상법 개정안 1, 2차가 통과되면서 시장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난 7월 국회 문턱을 넘은 1차 상법 개정안에서 주주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됐다. 8월에 통과한 2차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회 분리선출 확대 안이 담겼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3차 상법 개정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포함돼 있다. 11월 중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하는 3차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대주주 측이 경영권 방어에 자사주를 활용하기 어려워 실질적인 주주 중심의 경영에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I 업계의 훈풍을 탄 반도체 기업이 그간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해 말 5만 3200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11월 3일에는 11만 1100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7만 1200원이었던 주가는 11월 3일 기준 62만 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에 조정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조수홍 리서치본부장은 “2025년 연말보다 2026년 6월 지수 레벨이 더 높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지수 상승 속도가 빠르고, 업종 쏠림 현상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종목 장세 전환 구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기관투자자는 “현 시점에서 국내 회사들 가운데 반도체 회사를 빼곤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시장을 흔들고 있는 원화 약세 기조도 추세적인 상승의 불확실성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여파로 환율이 1480원대까지 급등한 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다시 환율이 135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다시 1475원까지 치솟으며 1480원대 전고점 돌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달러인덱스가 상승 추세로 전환하면서 원·달러 환율을 상승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3일 기준 99.556이다. 지난 9월 16일 96.63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데, 지수가 상승하면 달러화가 강세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달러 약세 기조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한국의 시장이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에는 한국의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코스피의 주가 상승은 상법 개정안에 따른 ‘코리안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인한 상승분이 반영된 뒤 코스피 지수의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코스피가 크게 오른) 지금 같은 시기에서는 포모(소외공포)에 빠져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데 (변동성이 커진 만큼) 흔들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