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검사장’ 18명 고발, 항소 포기 사태 재주목 역효과…대통령 외교성과 번번이 빛 바래도 “다목적 효과 노린 듯”

11월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 조국혁신당, 무소속 의원 11명은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10일 전국 검사장 18명은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대행에게 항소 포기 이유에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 김용민 의원은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 외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에 해당한다”며 “국가공무원법 제66조는 공무원의 노동운동이나 그 밖의 공무 외 집단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84조엔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사장 고발 사태는 정부 스탠스와는 차이가 있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1월 17일 집단 성명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도 검찰 항명 사태나 사법개혁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자제하고 있었다.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을 접하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11월 19일 김 원내대표는 “그렇게 민감한 건 법무부와 소통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추진해야 한다. 협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뒷감당은 거기(법사위)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11월 20일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법사위의 검사장들 고발 건 관련해 원내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상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법사위 상황에 대해 당 지도부가 소란스럽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이미 표현한 바 있다”며 “대통령의 순방 성과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시점에 지도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11월 21일 김용민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원내지도부에) 충분히 사전에 얘기를 해왔다”며 “원내(지도부)가 너무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 이것을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11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희들이 알고 있는 데 있어서는 그런 사전 보고가 있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 사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그라지고 있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이유다. 또한 당 지도부가 국민의힘과 협상하고 있던 ‘대장동 국정조사’ 건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핵심 조사 대상자들인 검사장들에 대한 고발로 굳이 국정조사를 열어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법사위가 지도부의 지침과 어긋나는 행동을 계속 보이면, 지도부 리더십이나 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정조사가 실시되더라도 문제점은 남는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는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근거로 이번에 고발된 증인들이 증언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전당원 1인 1표’ 도입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이 대통령 외교성과는 가려진 모습이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청래·추미애·김어준 등이)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상당한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민주당이 당내 이슈를 가지고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가려진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성 지지층만 보나
법사위 강경파의 이런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9월 22일 법사위는 범여권 강경파 위원들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 개최를 의결했다. 민주당 지도부·원내지도부는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 ‘원조 친명(친이재명계)’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9월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법사위가) 약간 급발진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러자 다음 날 김용민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한가한 상황 인식”이라고 반박했다.
정청래 대표는 9월 23일 페이스북에 “대통령도 갈아치는(갈아 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는 글을 올리며 법사위에 힘을 실었다.
법사위는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9월 30일 열린 ‘조희대 청문회’는 맹탕으로 끝났다. 조희대 대법원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증인들은 모두 불출석했다.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증명할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선 불만이 나왔다. 9월 23일(현지시각)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등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 냉전을 끝내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또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과 인공지능(AI)·재생애너지 인프라 투자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조희대 청문회’에 쏠렸고, 이 대통령 실적은 빛이 바랬다.

이 같은 법사위 독주 이면에는 당내 강성 지지층 ‘눈도장 찍기’ 경쟁이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 중 일부는 6·3 지방선거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추미애 위원장과 김용민 간사는 경기도지사, 서영교 전현희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설이 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목적은 다목적일 수 있다. 선거가 아니더라도 강성 지지층 호응을 얻어서 팬덤을 가지게 되면 정치가 편해진다. 후원금을 채울 수 있고, 대신 싸워준다”고 분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