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이현중 ‘3점쇼’ 2차전 이정현 ‘해결사 모드’…외곽슛 일변도 벗어나 빅맨 적절하게 활용
현재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국 농구 레전드 서장훈이 뱉었던 말이다. 국가대표 커리어로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낸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결승전을 떠올리며 이 같은 표현을 남겼다. 당시 상대는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하던 중국이었다.

#아시아 최강, '만리장성' 중국
중국은 장기간 아시아 최강팀으로 군림해왔다. 대한민국이 역대 하승진 1명만이 NBA 무대를 밟은 것과 달리 중국은 왕즈즈를 필두로 야오밍, 쑨웨, 이젠롄, 왕저린 등 꾸준히 세계 최고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배출해왔다. 그중에서도 야오밍은 NBA 슈퍼스타에 등극했다.
한국으로선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신체 조건이 경기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 특성상 피지컬과 기술 모두 우월한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서장훈의 '야비한 짓을 했다'는 표현은 다소 과격한 플레이로 맞섰다는 의미였다. 농구대잔치 시절 화려한 스타들이 몰린 서장훈 시대 대표팀도 중국을 상대로는 일종의 '편법'을 써야만 했다. 이에 더해 당시 홈(부산) 이점이 있었고, 심판 판정도 한국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일각의 견해도 뒤따른다.
최근 2연승 이전까지 대표팀은 중국을 상대로 역대 전적에서 15승 36패 열세를 보였다. 최근 10년으로 범위를 좁혀도 3승 5패로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나마 2018년과 2022년의 승리는 귀화 선수 라건아의 비중이 컸다. 라건아와 계약이 만료된 현재 대표팀은 귀화 선수 합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2025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에서도 대표팀은 중국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표팀은 호주, 카타르, 레바논과 한 조에 편성돼 '죽음의 조'에 걸렸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2승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여준석, 유기상, 이정현, 이현중 등 2000년 전후 출생 선수들을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에 '황금 세대'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오른 8강에서 중국을 만났다. 결국 대표팀은 '천적'을 극복하지 못했다. 중국전 패배 이후 승부욕을 보여 왔던 이현중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라커룸에 울려 퍼진 서러운 울음 소리는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반면 한국을 누르고 4강에 오른 중국은 결승까지 도달, 준우승을 이뤄냈다. 한때 내리막을 걷던 중국이었으나 이 대회를 계기로 부활을 알렸다.

아시아컵 8강 탈락을 마지막으로 '노장' 안준호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임기를 끝냈다. 계약을 마무리한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감독 공모 과정을 거쳤으나 정식 감독을 선임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KBL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전희철 서울 SK 감독, 조상현 창원 LG 감독을 임시 감독-코치로 내세웠다. 2025-2026시즌 일정이 이어지고 있어 코칭스태프가 대표팀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두 감독의 구단은 리그 일정 사이에 국제 대회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 대표팀의 훈련 기간은 나흘에 불과했다.
자연스레 전희철 임시 감독 체제의 첫 일정인 2027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1라운드 B조) 중국과의 2연전 전망은 밝지 않았다. 중국은 이번 일정을 대비해 대한민국 대표팀보다 긴 준비기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 대표팀은 중국 원정길을 떠나기 전 KBL 구단인 안양 정관장과 평가전에서 14점 차 패배를 안아 우려를 샀다.
대표팀은 당초 준비했던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다. 앞서 대표팀을 꾸리기 전부터 핵심 슈터 자원으로 활약하던 유기상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미국 시애틀대에서 뛰고 있는 여준석도 합류가 여의치 않았다.
이에 더해 오랜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송교창과 최준용은 합류 직전 부상을 당했다. 희소성 있는 2m 내외의 장신 포워드 자원인 이들을 보강하기 위해 대표팀은 프로 2년 차이자 성인 대표팀 경험이 없는 김보배를 대체 자원으로 뽑아야 했다.

이번 대표팀에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시아컵 당시 대표팀은 메인 볼 핸들러 이정현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조별리그 2차전 이후 무릎 부상이 악화돼 대회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중도 귀국해야했다. 이현중에 이어 2옵션을 잃은 대표팀은 중국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중국이 높은 위치에서부터 프레싱으로 압박으로 대표팀을 당황케 했기에 이를 풀어낼 능력이 있는 이정현의 부재는 아쉬움을 더했다.
이정현은 아시아컵에서의 부상 공백을 이번 2연전으로 말끔히 털어냈다. KBL 시즌 초반, 대표팀에서의 부상 여파 때문인 듯 난조를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컨디션을 되찾았다. 이는 중국을 상대로도 드러났다.
원정 경기였던 1차전에서 33득점을 기록한 이현중의 '폭격'이 있었다면,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이정현이 팀 내 최다 득점(24득점)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1차전 맹활약으로 이현중에게 더욱 수비가 집중되자 이정현이 지능적인 플레이로 빈틈을 만든 것이다.
이현중 역시 명실상부 자신이 국가대표팀의 1옵션임을 증명했다. 원정에서 기록한 3점슛 9개는 농구 월드컵 지역예선 신기록이었다.
이현중은 지난 아시아컵에서는 중국을 상대로 고전했다. 당시 중국은 이현중 등 슈터가 스크린을 받는 과정에서 촘촘한 스위치 수비로 대응했다. 이날 이현중은 3점슛 11개를 던져 2개만을 성공시켰다. 약 3개월 뒤 열린 이번 재대결에서 그는 이전의 패배를 완벽히 설욕하는 활약을 보였다.
안영준 또한 직전 시즌 KBL MVP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공수에서 다재다능한 모습으로 1차전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15점 차 이상 대표팀이 앞서다 4쿼터 막판 중국이 거세게 추격에 나섰으나 안영준의 흐름을 끊는 수비와 리바운드 등으로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당초 안영준은 안준호 감독 체제에서도 평가전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아시아컵 직전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었다.
길지 않은 감독 커리어에도 한 차례씩 KBL 우승을 경험한 전희철 임시 감독, 조상현 코치 체제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외곽포를 고집스레 노리던 이전 중국전과 달리 빅맨 위치 조정으로 이승현, 하윤기 등 빅맨들의 공격 기여도를 이끌어낸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정식 감독 부임을 바라는 목소리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직전 시즌 KBL 1, 2위 감독들의 임시 사령탑 체제가 지속되지는 않는다. 농구협회는 곧 새 감독 선임 소식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인공은 국가대표팀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