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첨단전략산업법 개정’ 구상…지주회사 규제 완화로 자본시장 공정성 훼손 우려

이번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 논의는 초기에 ‘금산분리 완화’ 논란이 부각됐지만 정책의 실질적 핵심은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에 있다고 판단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는 주저할 이유가 없고, 때로는 정부 정책의 개입을 통해 투자 확대를 유도할 필요도 있어 이번 정부 계획의 취지나 목적 자체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지주회사 규제의 실효성(취지)을 훼손할 소지가 있고, 구체적인 방식 측면에서도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 소지가 있는 규제 완화 정책이 국가 차원의 자금 조달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지 이제라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정부안은 최소한의 수준으로나마 유지 중인 지주회사 규율에 큰 예외를 허용하는 것으로, 기업 지배주주의 경제력·지배력 집중이 오히려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은 지주회사가 원칙적으로 증손회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금지하되, 지분 100%를 보유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지주회사 체제에서 지배주주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다수의 계열회사를 지배함으로써 경제력과 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그런데 증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 기준을 50%로 낮출 경우 단순히 보면 종전 대비 절반 수준의 자본으로 증손회사를 둘 수 있다. 그런데 지주회사 체제 특성상 지배주주의 지배력에는 실질적 변화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 규제의 실효성을 크게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더욱이 이번 정부안은 특정 기업집단, 특히 SK그룹의 투자 구조를 전제로 설계된 사실상 ‘핀셋 규제 완화’ 성격이 강해 공정성과 정책 원칙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구상은 증손회사에 대한 예외를 활용해 SK하이닉스가 50%, 정책자금 등 외부자금이 50%를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K의 손자회사)을 설립하고, 이 특수목적법인이 공장을 지어 SK하이닉스에 금융리스 형태로 대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책자금이 들어갈 특수목적법인이 금융리스 형태로 자신의 모회사인 SK하이닉스에 자금을 대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식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건전성 차원에서 금융리스 등 시설대여업자가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해 대주주에게 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적정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것도 요구한다. 정부 구상은 이러한 현행 법률과의 정합성 측면에서 충돌 가능성이 크다. 또, 대규모 설비투자라는 막대한 위험을 부담하게 될 정책자금이 고정적인 금융리스료만으로 투자수익을 얻는다면 정책자금의 운용 원칙과 위험 분담 구조 측면에서 설득력(합리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의 최근 지분은 약 3.7%에 불과하다. 이 의장은 최근 네이버페이와 두나무 합병 기자회견에서 “회사를 지분으로 경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지분이 줄어드는 것보다 회사가 더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차등의결권 없이 불과 4% 남짓한 지분으로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을 이끌고 있다. 자본시장 활용 등 정석적인 자금 조달 노력을 시도하지 않고 규제 완화부터 요구한 SK그룹 상황과 대비된다.
한편 이번 정부 계획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자금을 충분한 위험 요인 고려 없이 특정 산업·기업에 집중 지원하는 꼴이 아닌지도 우려된다. 경제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취지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국가 차원의 자금 지원 규모에도 한계는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민간자금으로 분류되는 재원에는 연기금도 포함된다. 결국 재원의 성격(명칭)과 관계 없이 그 위험과 부담은 상당 부분 국민과 미래 세대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다.
집권 세력은 경제성장에 관한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경제력 집중을 원하는 대기업집단의 유혹은 강력하다. 최근 일련의 정책 행보에 비추어 볼 때 이재명 정부 역시 기업의 이러한 유혹을 적절히 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가급적 완화하고 불공정한 지배력 집중을 해소함으로써,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성장의 지름길이자 유일한 선택지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