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3.0 학습시킨 AI 연산 전용 칩…구글 공급망 전격 개방, 삼성·SK하이닉스 반사이익 전망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과거 인텔이 CPU 중심 사고를 고집하다 GPU의 부상을 놓쳐 위기를 맞았던 사례를 감안하면 엔비디아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다. 구글 TPU가 실제 GPU 이상의 성능을 입증한다면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건 시간문제”라며 “이 경우 일반적인 컴퓨팅에는 저렴한 보급형 GPU를 쓰고, 핵심인 AI 연산 영역은 TPU가 잠식해 들어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어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강력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자, 엔비디아도 즉각 반응했다. 엔비디아는 11월 25일(현지시각)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구글의 성공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 모든 AI 모델을 구동하고 컴퓨팅이 이뤄지는 모든 곳에서 이를 수행하는 것은 우리 플랫폼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엔비디아 제품은 특정한 AI 구조나 기능을 위해 설계된 주문형 반도체(ASIC)보다 뛰어난 성능과 다양성과 호환성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당분간 엔비디아의 독주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 배경에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쿠다(CUDA)’가 있다. 쿠다는 단순 그래픽 장치였던 GPU를 AI 연산의 핵심 도구로 변모시킨 엔비디아의 독자 플랫폼이다. 문제는 현재 개발되는 최신 거대언어모델(LLM) 대부분이 이 쿠다 환경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사가 하드웨어 성능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이미 쿠다 기반으로 짜인 방대한 코드를 전면 수정하지 않는 한 호환 자체가 불가능한 ‘락인(Lock-in)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엔비디아는 GPU를 전 세계에 팔 수 있지만, 구글 TPU는 자사 서비스 최적화용이라 확장에 한계가 있다. 구글이 TPU의 외부 공급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TPU 사용처를 늘려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다”라며 “구글 TPU가 엔비디아 GPU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 하더라도 경쟁을 통해 칩 가격을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할 가능성은 열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GPU의 만성적인 품귀 현상으로 대체재인 TPU를 찾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날수록 AI 반도체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TPU와 같은 ASIC 시장의 확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생산 라인이 주문 폭주로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원하는 구글이 삼성전자를 대체 생산 파트너로 낙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