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극 로코에 1인 3역까지 ‘김세정스럽게’…“스윗한 강태오 덕에 로맨스 케미 업”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웃음을 잃은 세자 이강(강태오 분)과 기억을 잃은 부보상 박달이(김세정 분)의 영혼 체인지 역지사지를 그린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다. 작품 속 김세정은 달이로서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부보상답게 구수한 입담과 번뜩이는 재치를 보여주는 동시에, 달이와 똑같은 얼굴을 한 이강의 전 세자빈 연월도 소화해야 했다. 여기에 ‘이강의 영혼이 들어간 달이’의 모습까지 연기해야 했으니 사실상 1인 3역을 도전한 셈이었다.
“제가 연기하는 세 명을 어떻게 구분 지어야 할지가 첫 번째 숙제였어요. 우선 연월이는 양반집 규수로 자라나 온화하고 기품 있을 테니 곱고 단아한 목소리로, 호흡을 많이 실어서 톤으로 무게감을 잡아가고자 했죠. 또 달이는 부보상으로 살아와서 소리도 많이 치고, 장사꾼 발성이 나도 모르게 자라났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강단 있고, 힘 있고, 멀리 뻗어나가는 목소리를 만들었죠. 그리고 이강 역을 할 땐 (강)태오 오빠와 대본이 나올 때마다 서로 대사를 읽어주고 녹음하면서 준비했어요. 시간이 없을 땐 카카오톡 보이스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고요(웃음).”
‘남녀의 영혼 체인지’를 연기하는 데 있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곁에 있다는 것도 행운이었다는 게 김세정의 이야기다. 2018년 tvN 예능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에서 처음 연을 맺게 된 배우 하지원이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2011)의 경험을 살려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는 것. 영혼 체인지뿐 아니라 사극 경험 역시 선배였던 하지원에게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밖에서는 ‘영혼 체인지’ 선배의 응원과 조언으로 힘을 얻었고, 안에서는 상대 배우의 물심양면 지원으로 또 더 큰 에너지를 쌓아갈 수 있었다. 상대가 강태오라는 것만으로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절반은 해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는 김세정은 강태오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너무 스위트한 분”이라며 특유의 큰 웃음을 터뜨렸다.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고 할까요? 연기적으로 제가 이렇게 해보고 싶다고 하면 거절 없이 다 수긍해주고, ‘세정이 하고 싶은 것 있으면 다 해’라고 말해줬어요. 서로 영혼이 바뀌었을 때도 오빠가 달이로서 연기를 너무 잘해주니까, 저 역시도 믿고 가도 되겠다는 믿음직스러움과 함께 ‘나도 강이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지’라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주고받은 마음과 열심히 했던 흔적들이 너무 많다 보니 오빠한테 정말 고마워요. 한 번 더 같이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배우들이 만들어낸 좋은 호흡은 캐릭터들 간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로 이어졌다. 사이가 너무 좋은 배우들은 반대로 ‘달달한 로맨스’ 신을 촬영할 때 조금 어색해지기 마련이었지만 김세정은 강태오와 함께 ‘프로 정신’으로 모든 신을 완성해 냈다. 연기하는 자신뿐 아니라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어떻게 해야 설렐 수 있을지를 120% 분석하고, 여기에 그 신의 로맨스 농도를 철저하게 계산해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해주는 모든 제작진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게 김세정이 전해준 뒷이야기였다.

한번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김세정이 깨닫게 된 것은 “시도도 하지 않고 사서 두려워할 일은 없다”는 진리였다고 했다. 퓨전이긴 해도 사극을 거뜬히 해냈고, 주연을 넘어서 1인 3역이라는 부담 넘치는 롤마저 소화했으며, 마지막 14회에서 6.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기록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12월 17일에는 첫 싱글 앨범 ‘태양계’를 발매하며 가수로서의 자아도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꽉 채운 2025년을 보내며 내년 ‘30대의 김세정’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라는 그는 이제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는 새로운 챕터로 천천히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역시나,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어요(웃음). 이번 작품은 정말 간만에 도전의 두려움을 느꼈던 작품이었는데, 해본 결과 하길 잘했다고 느꼈거든요. 앞으로도 도전할 일이 생기면 피하지 말고 마음껏 응하는 내가 돼야겠다(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감독님이나 배우분들에게 ‘김세정은 이런 모습도 갖고 있답니다’라고 보여드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앞으로 ‘또 김세정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길, 그래서 더 많은 부름을 받을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