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 구속 성공했지만 금품수수 의혹 관련 ‘로저 비비에’ 기소 못하고 ‘디올백’ 다툼의 여지

#로저 비비에 가방은 기소 못한 특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김건희 씨의 다섯 가지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알선수재죄는 청탁의 구체성과 알선 여부가 핵심 구성 요건이다. 이 때문에 특검과 김 씨 측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다섯 가지 금품 수수 대상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540만 원 상당의 디올백을 시작으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받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명품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받은 금거북이·세한도, 로봇개 사업가로부터 받은 400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목걸이, 김상민 전 검사로부터 받은 1억 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등이다. 금액은 모두 3억 원 중반에 달한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하지만 267만 원 상당의 로저 비비에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배우자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김건희 씨는 기소하지 못했다. 김기현 의원 부부에게 적용한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는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 원 또는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다고 적시돼 있지만, 정작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뇌물죄도 적용하지 못했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가방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어야 하고, 그 대가로 윤 전 대통령이 김 의원에게 준 편의를 입증해야 한다. 김 씨에게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이 경우 가방을 받는 대가로 다른 공무원의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인지 및 개입 여부를 입증하지 못했다. 특검은 로저 비비에 가방 안에서 발견된 “당선을 도와주어 감사하다”는 취지의 메모를 중요한 증거로 판단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김건희 씨나 김기현 의원 측이 “정치적 동료의 배우자끼리 주고받은 의례적인 선물”이라는 해명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했다.

일각에서는 디올백 역시 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덕적으로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법리적으로는 특검의 수사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검은 ‘유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알선수재 혐의를 김 씨에게 적용했다.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김건희 씨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엮어야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김 씨의 금품수수를 알고 있었는지 입증하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2월 20일 조사에서 “빌렸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 김 씨의 금품수수 등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어 기소 자체가 무리다. 그러다 보니 '최후의 보루'로 알선수재죄를 선택한 것이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 직무에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적용할 수 있다. 직접적인 권한이 없거나 알선 실현 여부와 상관이 덜해도 처벌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공무원이 아니어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입증돼야 해 단순한 친분에 따른 상담이나 선물 수준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공여자들이 김 씨에게 명품을 건네며 ‘인사 청탁 등 특별한 부탁을 하며 도와 달라’고 얘기한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가족(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사위)의 인사 청탁이나, 본인(이배용 전 위원장, 김상민 전 검사)의 인사 청탁 성격이 있었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금거북이·세한도, 이우환 화백 그림의 경우 알선수재로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지만, ‘함정 취재’ 논란이 있었던 디올백의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 목사가 건넨 디올백의 경우 ‘함정 취재’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최 목사가 ‘청탁을 하려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더라도 카메라까지 몰래 숨겨 간 점이나 이후 나온 영상 폭로를 고려하면 알선수재 구성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고 판단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건희 씨 관계없는 기소도 20여 건
김건희 특검은 180일 동안의 수사를 통해 장기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던 의혹의 실체를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올백 수수를 기소했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씨를 공범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비판도 적지 않다. 기소 대상만 76명에 달했지만, 실제 김 씨가 직접 연루된 범죄 혐의는 일부에 그쳤다. 2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은 김 씨와의 연관성이 없는 범죄로 기소됐다.
또한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디올백 수수 사건 무혐의 결정에 대해서는 시간 부족을 이유로 수사하지 못했다. 통일교 관련 의혹은 특검 수사 범위를 넘어선 사안이라는 판단 아래 수사기관에 이첩됐다. 다만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특검 차원의 문제 제기와 공론화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