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린 롯데지주 고정욱·노준형 새 대표 역할 주목…롯데그룹 “HQ 제도 폐지하며 실무형 조직 변화 추구”

#재무통 전진 배치, 숨은 역할 있나
재무통인 고정욱 대표는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재무 출신의 지주 대표이사 선임에는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전체 그룹 계열사의 위기론이 불거지자 소방수 역할로 고정욱 대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인 고정욱 대표는 1992년 롯데건설에 입사한 정통 롯데맨이다. 1998년 롯데그룹 경영관리본부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3년 롯데캐피탈 경영관리·자금·인사총무 등을 거치면서 이력을 쌓았다. 2008년에는 롯데캐피탈 본부장(영업·경영전략 등)을 거쳐 2019년 롯데캐피탈 대표이사에 올랐다.
2021년 말부터는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겨 재무혁신실장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를 관리했다. 2024년에는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진급했으며, 불과 1년 만에 그룹 전체의 자금 흐름을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받게 됐다.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간 부침을 겪고 있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 과거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롯데케미칼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수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5096억 원의 영업손실이 쌓였다.
2차전지 소재 기업인 롯데머티리얼즈도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등의 영향으로 2024년 644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로 전환해 2025년 3분기 누적 509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본업인 유통의 주력 계열사 롯데쇼핑은 2024년 47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5084억 원보다 6.9% 감소했다. 2025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3193억 원으로 전년 3259억 원보다 줄어들었다.
롯데건설도 수년째 유동성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2025년 6월 국내 주요 3대 신용평가사는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는 3조 1000억 원 규모다. 한국신용평가 김상수 수석애널리스트는 “2025년 9월 말 연결기준 PF보증 규모는 자기자본과 보유 유동성에 견줘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고정욱 대표에게 숨겨진 역할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동안 롯데지주는 쌓아놓고 소각하지 않은 자사주로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상반기 기준 롯데지주의 자사주 보유량은 전체 발행 주식 가운데 27.51%에 달한다. 실제 롯데그룹은 자사주 소각에 대한 계획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문제가 2025년 제기됐고 고정욱 대표는 당시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자격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해 ‘원칙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하는 방향이 맞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의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교환사채(EB) 발행을 단행할 수 있지만 주주들의 반발을 해소해야 한다. 2025년 KCC의 경우 대규모 EB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취소한 사례도 있다. 현재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이 포함돼 있어 고정욱 대표가 어떤 행보를 펼칠지 주목되고 있다.
#신사업 성과는 아직인데…
롯데그룹의 경영혁신을 맡은 노준형 대표에게도 이목이 쏠린다. 노준형 대표는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 출신이다. 계명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노준형 대표이사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롯데이노베이트에서 인사팀장·전략기획팀장을 맡았다. 2012~2016년에는 전락경영본부장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사업본부장을 거쳤다. 2021년 롯데이노베이트 대표이사로 부임해 2023년 12월까지 전기차 충전, 자율주행 등의 새로운 사업을 도입했다.
롯데그룹에서는 노준형 사장을 전략·기획·신사업 전문가로서 기존 사업의 역량을 높이고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적임자로 평가해 2023년 말 롯데지주의 경영혁신실장으로 앉혔다. 이듬해 부사장이었던 노준형 대표를 사장으로 직급을 높였으며 불과 약 1년 만에 대표이사직을 부여하면서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내부거래 중심의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주로 영위했던 롯데이노베이트에 신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공로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다만 그가 도입한 사업부문에서 성과가 뚜렷하지 못하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사업은 롯데이노베이트 실적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전기차 충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이브이시스(EVSIS)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칼리버스 2024년 각각 133억 원, 13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2025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iM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롯데이노베이트의 목표주가를 3만 5000원에서 2만 55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이브이시스의 경우 2024년에 이어 2025년의 경우도 전방산업 업황 부진 등으로 인하여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는 아직까지 지속성 있는 수익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지 못해 매출이 고정비를 커버하지 못하고 적자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인사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실무 중심의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고정욱·노준형 대표가 새로 선임됐다”면서 “노준형 대표는 기획 쪽을 맡고, 고정욱 대표는 재무 쪽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