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테러 척결’ 명분으로 군사 행동…석유 패권 노린 ‘제2의 이라크 전쟁’ 우려 확산

미국이 3일 오전 1시경, 작전명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군사 작전을 감행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다. 20개 육·해상 기지에서 출격한 150여 대의 항공 전력이 동원된 이번 작전에서, 미군은 카라카스 내 대통령 안전가옥을 기습 타격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한 뒤 헬기를 이용해 인근 해상에 대기 중이던 강습상륙함 이오지마 함으로 옮겨태웠다. 미국 측에 따르면 교전 과정에서 미국 측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에 도착한 마두로 대통령은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입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제프리 엡스타인의 측근 기슬레인 맥스웰, 디디(션 콤스) 힙합 프로듀서, 샘 뱅크먼-프리드 전 암호화폐 FTX 설립자 등 세간의 이목을 끈 유명인사들이 거쳐 간 시설로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다.
미국 법무부는 마두로 대통령을 ‘나르코 테러리즘(Narco-terrorism·마약 테러)’ 및 무기 밀매,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미 법무부가 마두로 대통령을 기소하고 1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던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이 콜롬비아 반군과 결탁해 미국으로 수천 톤(t)의 코카인을 밀수한다고 주장하며 마두로 대통령이 국가 기관을 범죄에 악용한 국제 마약 카르텔의 수괴라고 규정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작전 직후 인터뷰에서 “이번 행동은 자유, 안보,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미군은 피를 흘리지 않고 전략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번 군사 행동은 미 의회의 전쟁 권한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이번 작전은 당초 행정부 내부에서조차 의회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던 ‘베네수엘라 영토 내 타격’을 포함하고 있어, 법적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타국 주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 논란에 국제 사회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미국의 군사 행동은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국제법의 규칙이 존중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주권 침해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고, 중국 외교부 역시 이를 ‘패권적 행태’로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중남미 지역 또한 들끓고 있다. ‘남미 좌파의 대부’인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이 선을 넘었다”고 반발했고 콜롬비아와 쿠바 등 대다수 중남미 정상들도 일제히 미국을 규탄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에너지 패권 전쟁? 시계제로에 빠진 베네수엘라
표면적으로는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웠으나, 이번 작전의 배경에는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자원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확인 매장량 기준 세계 1위 산유국이지만, 1999년 차베스 정권 집권 이후 이어진 국유화 조치와 국제 제재, 방만 경영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상태다. 채굴한 원유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판매되고 있었던 점도 미국의 개입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성공 직후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미국이 관리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을 투입해 붕괴된 석유 인프라를 재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엑손모빌, 쉐브론 등 미국 메이저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유전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제한적으로 조업 중인 유일한 미국 기업인 쉐브론 외에 다수의 기업이 진출할 경우,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은 미국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다.
미국 민주당 제이크 오친클로스 하원의원은 이를 두고 “석유를 위한 피(Blood for oil)”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미국인을 위협하는 마약은 중국발 펜타닐이지, 유럽으로 흘러가는 코카인이 아니다”라며 “마약 퇴치는 구실일 뿐, 실제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을 노린 군사 작전”이라고 지적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사라진 베네수엘라 내부는 권력 공백으로 인한 혼돈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 베네수엘라 정국을 이끄는 두 축은 마두로 정권의 2인자인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마두로 체포를 “납치”로 규정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리적인 정권 이양이 이루어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직접 통치(Run the country)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미 군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국 분열 속에서 자칫 미국에 적대적인 또 다른 정권이 들어설지 모른다는 우려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 주둔 계획이 자칫 ‘제2의 이라크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재자 제거 직후의 치안 공백과 친마두로 세력의 게릴라전 전환, 반미 감정 확산이 맞물려 장기 내전의 수렁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 유가는 마두로 체포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 군정 실시라는 초대형 이슈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이 전 세계 공급의 1% 수준(하루 100만 배럴 미만)에 불과하고 시장 자체가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 공급 면에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오히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대로 미국 자본이 본격 투입되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경우, 공급 과잉을 유발해 장기적인 유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OPEC의 가격 결정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 정상화에 수백억 달러와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즉각적인 증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에너지 담당 고위 관료를 지낸 데이비드 골드윈은 3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사례가 증명하듯 정권 교체기는 매우 험난한 과정”이라며 “어떤 기업도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법적 안전장치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장기 운영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