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 이후 실적 악화 ‘미운 오리’ 신세…영원무역 “독보적 브랜드로 나아갈 것”

영원무역은 2025년 12월 27일 자회사 SCOTT SPORTS SA(스캇스포츠 SA)에 만기가 다가온 대여금 한도를 증액하고 신규로 대여금을 370억 원 추가한다고 밝혔다. 누적된 대여규모는 3578억 원까지 증가했다. 영원무역은 스캇스포츠 SA에 대한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캇이 신한은행에서 빌린 863억 원에 대해 1035억 원 한도의 채무보증도 진행했다. 스캇이 2025년 12월 신한은행의 대출금에 대한 만기를 연장하면서 영원무역의 채무 보증도 연장했다. 보증기간은 오는 12월 24일까지다.
스캇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24년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이후 2025년 3분기까지 74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캇스포츠 SA는 영원무역의 스위스 소재 해외계열사 SCOTT Corporation(스캇)의 100% 자회사다. 스캇은 프리미엄 자전거 회사로 영원무역그룹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이다. 당시 영원무역은 스위스 스캇과 합작사로 스캇코리아를 설립했다.
스캇은 성래은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회사다. 2013년 스캇 지분 20%를 인수하면서 협력관계는 강화됐다. 특히 성래은 부회장이 그룹 글로벌 투자 및 신사업 발굴 총괄을 담당하던 2015년 3월 영원무역이 스캇 지분 30.01%를 추가로 인수했다. 영원무역은 스캇 인수를 위해 1545억 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영원무역은 스캇 인수 후 자전거 사업을 확장했다. 스캇은 2015년 6월 독일 자전거 회사 ‘베르가몬트(BERGAMONT)’의 지분 100%를 확보하고 12월 호주와 뉴질랜드의 자전거 회사인 ‘셰퍼드(SHEPPARD)’의 지분 80%를 확보하면서 자전거 사업을 확장했다.
스캇은 영원무역에 인수된 이후 성장을 거듭하면서 ‘알짜회사’로 거론됐다. 스캇을 알짜로 이끈 것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자전거 수요가 같이 늘었기 때문이다.
2020년 매출액 1조 490억 원, 영업이익 74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매출액 1조 534억 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이 1054억 원으로 1000억 원대를 돌파했다. 2022년에는 매출액 1조 3975억 원, 영업이익 1765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문제는 2023년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체제로 돌아서면서 스캇의 실적이 꺾였다는 점이다. 2023년 매출액 1조 2424억 원, 영업이익 587억 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1.0%, 66.7% 감소했다. 2024년에는 매출액 9536억 원으로 1조 원 미만으로 축소됐으며, 영업손실 2122억 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영원무역은 스캇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2025년 11월 스캇의 2대주주이자 창업자인 베아트 카우그의 지분을 콜옵션을 행사해 353억 원에 인수한 것.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영원무역은 지난 2022년 카우그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2025년 11월 18일 국제상업회의소(ICC)의 판단이 나오면서 그가 보유한 스캇 지분 전체(583만 7500주)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결정했다. 해당 지분은 영원무역의 소유가 됐다. 지분 확보 후 영원무역이 보유하는 스캇 지분율은 100%가 되면서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다만 급격한 사업 확장의 상흔은 영원무역에 남아있다. 스캇이 공격적으로 재고를 늘렸지만 판매부진에 빠지면서 영원무역의 재고자산은 2025년 3분기 기준 1조 14743억 원 넘게 쌓였다. 2020년 4978억 원에 견줘 2배 이상 증가했다.
#재고 부담 가중, 성래은 부회장에게 쏠리는 눈
2025년 초 영원무역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자산 가운데 바로 판매가 가능한 제상품은 7716억 원이었는데 896억 원이 재고자산평가충당금으로 처리했다. 재고자산평가충당금은 재고자산의 순실현가능가치가 취득원가보다 낮을 때 설정하는 평가손실으로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을 감액한다.
영원무역은 스캇의 재고처리에 나서고 있다. 영원무역 측은 “코로나19가 종료됨에 따라 글로벌 자전거 시장 수요가 둔화돼 판매감소 및 재고 과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2025년에도 시장 전반적으로 과잉재고 및 할인판매가 지속되고 있으며, 스캇도 일부 재고 할인판매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성래은 부회장은 스캇 정상화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25년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성래은 부회장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갑자기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스캇을 비롯한 기존 자회사의 실적 정상화를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영원무역의 성장을 위해서는 스캇의 정상화가 필수다. 영원무역 매출에서 차지하는 스캇의 비중이 2025년 9월 말 기준 17.6% 수준에 달한다. 스캇의 성장이 뒷걸음치면 자연스레 영원무역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절 큰돈을 벌던 회사들이 무리하게 투자를 늘린 회사들이 많다”면서 “이미 투자한 자산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원무역그룹 관계자는 “스캇 전망이나 계획 등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제품 개발 및 재고보관단위(SKU·Stock Keeping Unit) 합리화를 통해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의 독보적인 브랜드로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