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 연장시 ‘부자 감세’ 논란, 중과 부활시 ‘매물 잠김’ 우려…시장 혼란 속 정부 “검토중”

최근 공개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2022년 5월 이후 매년 포함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기한 1년 연장’ 문구가 돌연 자취를 감췄다. 이에 유예 조치가 사실상 종료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오며 파장이 커지자, 재정경제부가 지난 1월 4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종료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 외에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의 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현행 양도세 기본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6~45%가 적용된다. 다만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게는 중과세율이 부과되는데, 기본세율에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p가 각각 가산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를 포함하면 3주택자의 최고 세율은 82.5%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마련된 이 과세 체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부터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매년 적용이 유예돼 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양도세 중과 부활’이라는 강수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다주택자의 급매물 출회를 유도할 수 있다. 유예가 종료되기 전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매물이 쏟아지면,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고 호가가 조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경우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매물만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양도소득세가 시세 차익에 비례해 부과되는 만큼 집값 상승폭이 미미한 주택의 경우만 매도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가 부활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매물 잠김’을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고세율 82.5%와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결국 집을 판 돈으로는 동일한 수준의 자산을 다시 매입할 수 없어, 매도가 곧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대출 규제 등으로 재진입마저 불가능한 상황에서 향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다주택자들이 굳이 손해를 감수하며 양질의 매물을 내놓을 리 만무하다. 결국 매도보다는 자녀에게 증여를 택하거나,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티는 장기전 양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수치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2024년 국토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아파트 매매거래량 변동률은 양도세율이 1% 증가할 때 6.879% 감소했다. 특히 현재의 주택 수급 상황은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열악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연간 약 4만 8000호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2만 8000호로 급감했다. 임대 물량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공급은 1만 7000호에 불과해 사실상 ‘공급 가뭄’ 상태다. 이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가 부활해 기존 매물마저 잠기게 된다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을 고려하면, 정부 입장에서 유예 결정에도 부담이 있다.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과 유예를 연장할 경우, 자칫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부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상 부동산 거래가 매매 계약부터 잔금 처리까지 2~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주택자들이 중과 배제 혜택을 받기 위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사실상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며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거래 성사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른 시일 내 명확한 방침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 보유세를 강화해서 매도 유인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국회 법 개정 없이 즉각 꺼내 들 수 있는 보유세 강화 카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를 매길 때 집값(공시가격)을 얼마나 과세표준에 반영할지 결정하는 비율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증세를 위해 80%였던 이 비율을 매년 5%p씩 끌어올려 95%까지 적용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급격한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를 60%로 파격 인하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행 종부세 세율 체계는 2023년 여야 합의를 통해 이미 합리적으로 정비된 상태라 굳이 다시 손댈 명분이 없다”면서도 “대신 정부가 시행령만 고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인 80%로만 환원해도 실질적인 보유세 부담은 20% 이상 급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별도의 법 개정이나 세율 인상 없이도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압박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획일적인 규제 대신 지역별 온도차를 고려한 ‘핀셋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도세 중과는 원칙적으로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게 일괄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지역 12곳으로 대폭 확대된 현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가 부활할 경우, 그 불똥이 서민 주거 지역으로 튈 수 있다.
남현우 우리은행 연구원은 “가격 과열 우려가 적고 고령층이나 서민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은 취득세 중과를 과감히 완화해 매물 소화를 유도해야 한다. 반면 인기 지역은 규제를 유지하는 식의 유연한 지역별 차별화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비아파트에만 허용된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를 아파트까지 확대해 시장에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한편에서는 단순히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미봉책을 넘어, 다주택자 중과 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해 공급의 숨통을 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는 “매물이 시장에 나와야 무주택자에게도 내집 마련의 기회가 생기고, 중개업계 활성화와 지방세수 확보 등 전체적인 부동산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며 “중과세를 부활시킨다면 당장 5월 전 일시적으로 매물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후에는 매물이 완전히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아예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 다주택자 규제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