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시가총액 기준 단계적 상향…회계 부정 등 상폐 피하기 ‘꼼수’ 우려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코스피 시총 기준이 기존 50억 원에서 2026년 200억 원, 2027년 300억 원, 2028년 500억 원으로 단계적 상향된다. 코스피 매출 기준은 기존 50억 원에서 2027년 100억 원, 2028년 200억 원, 2029년 300억 원으로 강화된다. 코스닥 시총 기준도 기존 40억 원에서 2026년 150억 원, 2027년 200억 원, 2028년 300억 원으로 오른다. 코스닥 매출 기준은 30억 원에서 2027년 50억 원, 2028년 75억 원, 2029년 100억 원이다.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한 상장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내에 10일 연속 또는 누적 30일 이상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즉시 상폐 절차에 들어간다.
최근 사업연도 매출이 기준 미달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다음 사업연도 매출도 기준 미달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따라 상폐 여부가 결정된다. 단, 매출이 낮아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상장사를 위해 최소 시총 요건(코스피 1000억 원, 코스닥 600억 원)이 충족되면 매출액 요건이 면제된다.
지난 10년간 시총·매출액 요건으로 인한 상폐 사례는 없었다. 기준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진입 대비 퇴출이 지나치게 적어 부실 상장사가 누적됐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최근 3년간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수(SPAC 등 제외)는 2023년 112개, 2024년 99개, 2025년 92개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폐 결정이 내려진 상장사는 2023년 19개, 2024년 31개, 2025년 35개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자본시장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에 상장된 기업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며 “시장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들을 잘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부실 상장사들이 본질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029년까지 약 230개 기업이 상폐 기준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상장회사 중 약 8% 수준이다. 거래소 측은 지난 1월 1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해외와 비교하면 여전히 국내 상장회사 수가 많다”며 “다산다사(多産多死) 원칙에 따라 전체적인 시장 건전성 관리를 위해 다양한 부실기업의 조기 퇴출 방안을 정책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견·중소 상장사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매출액의 경우 기업의 자체 노력이 필요하지만, 시총의 경우 주주들의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며 “재무구조가 튼튼함에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면 상폐 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데, 그런 불이익에 대해 구제해 줄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업계 한 관계자는 “만성 적자인 상장사는 물론 IR(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설명 및 홍보 활동)이나 주주가치 제고에 소홀히 하는 기업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시총이나 매출이 미달이 되어도 지속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고, R&D(연구개발) 비용 투입으로 인해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는데 정량적인 요소로만 평가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가총액 미달 기준을 벗어나기 위해 무분별하게 M&A(인수합병)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이 많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업 시너지 등 관계가 전혀 없는 기업 간 M&A는 자칫 회피성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장 요건 유지를 위한 다양한 시도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단순히 매출이나 시가총액 요건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 M&A나 반복적인 유상증자는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편법적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며, 단순 숫자 맞추기식 대응을 유도하지 않도록 정성적 평가와 감독 강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부실기업의 경영진은 자금 확보를 위해 불투명한 자본 조달, 무분별한 M&A 등 불공정 거래를 시도할 동기가 높아지며, 최근에는 상폐를 회피하기 위해 허위·가공 매출을 계상하는 회계 부정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며 “자금조달의 목적성과 투명성에 대한 외부 감시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상폐로 피해를 볼 수 있는 투자자들을 보호할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폐가 되더라도 K-OTC(한국장외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데 장외 거래소가 투명하고 공정해지도록 플랫폼을 정비할 필요도 있다”며 “자진 상폐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정리매매 기간 불합리한 가격 산정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