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모르게 설치한 뒤 인터넷 접속, 채팅 내용 등 확인…전문가들 사생활 침해 및 법 위반 지적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은 홍보 문구다. 이 감시 소프트웨어 가격은 매달 300위안(6만 3000원)이다. 회사 측은 “‘완벽한 은신’이라는 작전명으로 부른다. 직원이 퇴근한 후 몰래 설치하고, 그 어떤 검색이나 백신 프로그램에도 이 소프트웨어는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왕 아무개 씨(가명)는 이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설치는 불과 30초 만에 끝났을 정도로 간단했다. 노트북, 데스크톱 모두 가능했다”면서 “직원들이 업무 시간에 수시로 위챗으로 사적인 대화를 하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소프트웨어 설치 후 제어 시스템에 접속하면 사용자의 컴퓨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컴퓨터가 감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앞서의 왕 씨는 “실시간뿐 아니라 녹화된 것도 볼 수 있다. 또한 컴퓨터 안의 파일이나 사진도 열어볼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 소재 한 IT 업체는 얼마 전 청두 지점에 직원들 모니터링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베이징과 청두의 거리는 약 2000km다. 본사의 메인 컴퓨터는 청두의 직원들 컴퓨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이 업체의 한 임원은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백신 프로그램을 돌려본 결과, 이 소프트웨어는 식별되지 않았다”면서 “직원들은 자신들의 컴퓨터가 모니터링 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의미”라고 했다.
기업뿐 아니라 한 대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내륙도시 우한의 한 이공계 대학은 ‘단말기 보안 시스템’이라는 명목으로 소프트웨어를 구매했다. 이를 학교 내 컴퓨터에 설치했다. 교직원들은 학교 측이 부당하게 컴퓨터를 감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의 구매 사실은 한 소프트웨어 업체의 판매 목록이 폭로되며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앞서의 대학교뿐 아니라 유명 IT 서비스 기업, 중견 부동산 그룹 등에서 이 소프트웨어를 샀다. 이 밖에 금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매달 498위안(10만 5000원)을 내면 이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다. 50개부터 구매 수량에 따라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고 한다.
이를 공개한 업체 영업사원은 “명칭은 보안 시스템이지만, 실제론 직원 감시용”이라면서 “직원들이 방문한 웹사이트, 채팅 내용, 메일, 출근 상황 등을 실시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고 했다. 그는 “직원들 모르게 이런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감시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려면 사전에 직원에게 알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자신의 컴퓨터가 실시간 모니터링 되고 있다는 사실도 팝업 등을 통해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런 종류의 소프트웨어는 직원들 몰래 설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개인의 힘으론 설치 여부를 판별해내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컴퓨터 전문가로 유명한 한 블로거는 감시용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해 설치한 뒤, 이를 찾는 과정을 생중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우선,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폴더를 찾는 것 자체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삭제가 쉽지 않았다. 강제로 소프트웨어를 지워도, 어딘가 다른 폴더에 재설치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 블로거는 “바이러스로 치면 정말 지독한 악성”이라고 했다.
한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사용 목적과 방법만 다르다. 소프트웨어가 침투해가는 과정, 그리고 자신의 존재와 가동을 숨기는 프로세스 등은 거의 흡사하다”면서 “트로이 목마처럼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실제 얼마 전엔 트로이 목마처럼 감시용 소프트웨어로 개인 정보를 빼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행위가 형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본다. 베이징의 한 로펌 소속 리정원 변호사는 “소프트웨어 설치 자체로는 문제 삼기 어렵다. 그러나 직원들의 사생활 침해는 명백하게 법 위반”이라면서 “이 경우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쪽은 물론 판매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