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현 1순위 증명, 강동희 아들 강성욱 존재감 드러내…1년차 영건들 무더기 활약

드래프트 참가자 46명 중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문유현(안양 정관장)의 맹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수순이다. 드래프트 이전부터 어느 팀이 1순위 추첨권을 뽑든 그 주인공은 문유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포인트 가드 포지션을 맡는 그는 고교 시절부터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같은 나이대에서 최상위급 재능을 인정받았다. 대학 진학 후에는 2학년임에도 대학 리그 MVP를 수상했다. 3학년 시즌 역시 MVP를 가져갔다. 대학생 신분으로 성인 대표팀에도 합류한 경험이 있다.
문유현이 더욱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친형 문정현(수원 KT)이 이미 KBL과 국가대표팀에서 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형제가 같은 무대에서 뛰는 것은 농구계에서 생소한 장면은 아니다. 농구대잔치 세대부터 쌍둥이 형제 조상현-조동현이 있었고 현재의 '슈퍼스타' 허웅-허훈 형제도 있다. 귀화 혼혈 선수 문태종-문태영이나 이승준-이동준 형제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문유현-문정현 형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사상 처음으로 형제 모두가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체 1순위는 상징적인 이력이다. 같은 해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신인 중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는 의미다.
다만 문유현의 프로 첫걸음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학리그에서 입은 어깨 부상, 입단 이후 연습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데뷔 날짜가 미뤄졌다. 신인 출전이 가능한 2025년 11월부터 뛴 일부 동기들과 달리 문유현은 2026년이 돼서야 KBL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홈 데뷔전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부상으로 많이 힘들었다. 데뷔가 늦어지면서 잠을 잘 못 잘 때도 있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늦은 데뷔로 문유현의 출전 경기는 아직 10경기를 채우지 못했다. 22일 기준 7경기에서 평균 25분 18초를 소화하며 10.3득점, 4.3리바운드, 2.7어시스트, 2.4스틸을 기록 중이다. 적은 경기 숫자임에도 단숨에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떠올랐다.

이번 신인들 중에는 '농구인 2세'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전체 4순위 고양 소노 강지훈과 8순위 KT 강성욱이다. 강지훈은 강을준 전 감독, 강성욱은 강동희 전 감독의 아들이다. 흥미롭게도 마치 재산을 상속받듯 이들은 현역 시절 아버지의 포지션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강지훈은 빅맨, 강성욱은 볼핸들러다.
먼저 관심을 받은 쪽은 강성욱이다. 아버지가 농구계 레전드이기에 어린 시절부터 존재감을 발휘했다. 같은 포지션이어서 1순위 문유현과 라이벌로 꼽히기도 했다. 둘은 동갑내기로 실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욱은 아버지와 같은 가드다. 볼핸들링, 패스, 게임 리딩 등에 능해 아버지와 유사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다만 슈팅과 수비는 약점으로 꼽혔다. 약 183cm의 신장에 비해 마른(73kg) 체형도 우려를 샀다. 이에 지명 순위가 예상보다 뒤로 밀리기도 했다(8순위).
부상으로 데뷔가 늦었던 문유현과 달리 강성욱은 곧장 1군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팀의 기존 주전 가드 김선형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일찍 기회를 잡았다. 2연속 스핀 무브를 선보이는 등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문경은 감독도 "100점 만점에 200점"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우려를 샀던 약점도 대학 시절에 비해 향상된 모습을 보인다. 그간 18경기를 뛰며 문유현과 비슷한 기록을 내고 있다. 평균 10점 내외 득점에 리바운드는 적지만 어시스트는 더 많다. "슈팅 동작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살짝 보인다"는 선배들의 평가는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키 2m의 빅맨 자원 강지훈도 존재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데뷔 초기 짧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던 그는 팀이 트레이드로 같은 포지션의 자원을 '교통 정리'한 이후 중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15일 원주 DB전에서는 37분 가까이 소화하며 24득점, 8리바운드, 2블록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24득점은 문유현과 강성욱도 도달하지 못한 수치다.

대학에서 4년을 보내지 않고 이른 시점에 프로 무대에 뛰어드는 이른바 '얼리 드래프트'는 이제 KBL에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대학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기보다 수준 높은 프로 무대에서 실력을 쌓는 것이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이전보다 많이 하고 있다. 때때로 대학에서 오랜 기간을 보내는 이들을 향한 비판이 나올 정도다. 앞서 언급된 문유현, 강지훈, 강성욱 모두 대학 3학년을 마치고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이를 넘어 대입조차 마다하고 프로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었다. 이번 시즌에는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시점에 KBL 무대에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고졸 루키' 열풍의 신호탄은 부산 KCC의 송교창이 쐈다. 삼일상고(현 삼일고)를 다니던 2015년 이례적으로 드래프트 참가를 선언, KCC에 입단했다. MVP 수상 경력을 보유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며 성공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1년차에는 D리그(2군 리그)에서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시즌의 고졸 루키들은 성장세가 남다르다. 강혁 대구 한국가스공사 감독은 이번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으로 울상일 때가 많지만 2025년 12월 6일 정관장전에서는 미소가 눈에 띄었다. 데뷔 이후 두 번째 경기를 가진 18세 신인 양우혁이 3점슛 3개 포함 16득점 7리바운드로 맹활약한 덕분이다. 깊은 인상을 남긴 양우혁은 이후 D리그 출전 없이 1군 경기에 꾸준히 나서며 적지 않은 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2025-2026 KBL은 최초로 연고 지명 선수가 리그에 데뷔한 기념비적인 해이기도 하다. 2018년 연고 지명 선수 제도 도입 이후 초등학생 시절 각각 서울 SK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았던 에디 다니엘과 김건하는 이번 시즌 프로 입단을 선택했다. 어린 시절 연고 지명을 받고 구단이 지명권을 유지한다면 드래프트 없이 곧장 프로행이 가능하다.
김건하는 2025년 12월 1군 무대에 데뷔, 그간 15경기에 나서며 팀 전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데뷔 이후 여섯 번째 경기인 SK전에서는 11득점 10어시스트로 리그 최연소 더블더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연고 지명 선수 중 더 큰 주목을 받는 쪽은 다니엘이다. 18세답지 않은 피지컬(키 190.9cm, 몸무게 97kg), 이를 바탕으로 한 수비력과 골밑 공격이 호평을 받는다. 또한 50kg이 넘는 골격근량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1군 경기에 다소 뒤늦게 등장, 9경기에 나서며 성인 무대에 적응해 가고 있다.

최근 KBL은 프로에 첫발을 내딛는 신인이 즉시 전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농구계에선 '흉작 드래프트'라는 평가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신인들에게는 가혹한 평가가 이어진 것이다.
이에 2024년 신인왕 유기상을 제외하면 지난 5~6년 사이 특급 신인의 활약을 보기 힘들었다. 1년차 신인들이 두드러지지 않아 2년차 선수가 신인왕 트로피를 가져가거나 기대를 받던 1라운더를 제치고 2라운더가 수상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또한 2023년과 2025년에는 아시아쿼터 자원인 아바리엔토스와 조엘 카굴랑안이 차례로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2023년에는 토종 신인들이 아바리엔토스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KBL 무대에 '라이징 스타'가 탄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해외파 여준석과 이현중에 더해 KBL의 젊은 스타들을 중심으로 꾸린 국가대표팀은 '황금세대'로 불리며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 중국을 상대로 2연승을 기록하며 신바람을 냈다. 다만 현재 리그 중심에 선 스타들도 신인 시절에는 성장통을 겪는 등 기대를 밑돌았다.
이와 달리 이번 시즌에는 신인답지 않은 플레이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들이 많다. 단순히 신인의 패기를 앞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능숙한 경기 조율과 베테랑 못지않은 기술 완성도로 탄성을 자아낸다. 각 팀에서는 이들에게 조연에 그치는 수준이 아닌, 팀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이번 시즌 KBL에는 신인왕 경쟁 또한 볼거리가 되고 있다. 농구장을 찾는 팬들은 새로운 '황금세대'의 탄생을 기대하는 중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