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낮추며 투자금 돌려막기…피해자 989명, 추징금 586억 이마저도 압류돼 피해 회복 미지수

‘서정아트센터’는 미술품을 활용한 사업 수익을 빌미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신종 아트테크를 처음 선보인 업체로 알려졌다. 이대희 대표는 2015년 서정아트센터 설립 이후 미술 대중화를 대외적인 목표로 내걸고 갤러리를 운영해왔다. 이 대표는 서정아트센터를 10년 가까이 운영했다. 그러다 2025년 5월 사기 의혹이 불거졌다. 투자자에게 수익금 지급을 돌연 중단하고 잠적하면서다(관련기사 [단독] ‘서정아트센터’ 유사수신 혐의 피소…아트테크 사기 또 터지나).
서울중앙지검은 서정아트센터 이대희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유사수신 규제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월 15일 구속기소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이 대표 재산 586억 원을 지난 1월 9일 추징보전했다. 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범죄로 얻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익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이대희 대표 공소장과 추징보전 청구서 내용을 종합하면 검찰은 서정아트센터가 10년간 신규 투자자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수사 결과 서정아트센터에는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할 만한 미술품 사업이 애초에 없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이대희 대표)은 투자 세미나를 개최하고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해당 작품을 위탁보관하면서 전시하거나 기업 등 렌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매월 0.8%에 달하는 저작권료를 지급해주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투자 원금을 돌려준다’고 거짓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사실 서정아트센터는 매월 0.8% 저작권료를 지급할 수 있는 정도로 수익을 내기 어려웠고, 투자 대상인 미술 작품 중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작품도 있었고,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판매된 작품도 있었다”며 “피고인은 약정대로 투자금을 상환하거나 저작권료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정아트센터는 미술품을 기업 등에 렌털하는 사업 등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미술품을 기업에 렌털해준 뒤 렌털 기간이 끝나면 해당 미술품을 90% 가격에 재매입했다. 렌털 사업으로 수익이 나기는 했지만, 재매입 비용을 제외하면 미술품 투자자에게 약속대로 매월 0.8% 수익금(연 9.6%)을 지급할 수 없는 구조였다. 결국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한 원천은 신규 투자자에게 받은 투자금이었다.

2023년부터는 전환사채 투자를 빌미로 투자금을 모집했다. 서정아트센터 자회사 서정아트프린팅에서 발행한 전환사채에 투자하면 연 5% 고정 수익을 제공하며 원금을 보장한다고 홍보했다. 벤처기업인 서정아트프린팅에 투자하는 금액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수사 결과 서정아트센터 미술품 조각 투자와 전환사채 투자는 투자금 돌려막기 용도였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미술품 조각 투자와 관련해 “서정아트센터는 연 8% 이상 수익을 지급할 정도로 수익을 내기 어려웠고 투자 대상인 미술품 중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판매되거나 대부업체 등에 담보로 제공된 미술 작품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전환사채 투자와 관련해선 “서정아트프린팅은 연 5% 수익을 지급할 정도로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며 “전환사채 투자금을 다른 투자자에게 대한 수익금 지급 등 목적으로 사용할 의사였을 뿐 사업 목적으로 사용할 의사가 없었다”고 했다. 서정아트센터는 아트테크 상품 수익률을 연 9.6%에서 연 8%, 연 5%로 점차 낮추면서 10년 가까이 투자금 돌려막기를 이어온 셈이다.
서정아트센터는 2016년 1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미술품 투자, 미술품 조각 투자, 전환사채 투자 등을 명목으로 총 3211억 원을 유사수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사수신은 금융당국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가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로 불법이다.
서정아트센터 유사수신 총액 3211억 원 중 투자자가 돌려받지 못한 투자금은 총 1070억 원이다. 미술품 투자 589억 원, 미술품 조각 투자 438억 원, 전환사채 투자 42억 원이다. 피해자는 총 989명이다.
이대희 대표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투자 피해가 완전히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이 대표 재산 586억 원을 지난 1월 추징보전했다. 투자 피해 총액 1070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더군다나 검찰이 추징보전한 이 대표 재산에는 다른 채권자 가압류 또는 압류도 걸려 있는 상태다. 이미 경매 절차에 넘어간 부동산도 있다. 서정아트센터 자회사 서정아트프린팅이 소유한 부산 주상복합시설 ‘엘시티’ 상가는 채권자 부산은행에 의해 2025년 7월 임의경매 개시가 결정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같은 상가를 2025년 7월 압류 조치했다.
서정아트센터가 소유하면서 수장고로 사용한 인천 서구 오류동 지식산업센터 2개 호실은 2025년 5월 강남세무서 압류 이후 2025년 7월 공매 절차가 시작됐다. 2개 호실은 각각 1억 2333만 원에 지난 1월 2일 낙찰됐다. 감정평가금액 3억 6700만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가격이었다.
서정아트센터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2025년 12월 5일 서정아트센터 파산을 공고했다. 파산 절차에 따른 채권 조사기일은 당초 지난 1월 22일이었다. 아트테크 투자자 등 채권 신고가 빗발치면서 채권 조사기일은 오는 4월 16일로 미뤄졌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