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대표, 횡령 사실 숨기려 계약서 위조…협조한 갤러리K 관장, 1심 징역 6개월 선고

A 씨는 자신이 개인사업자로 운영하던 또 다른 갤러리 명의로 갤러리K에 미술품을 판매한 것처럼 허위 계산서를 발급해준 혐의를 받았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정필 갤러리K 대표는 A 씨 갤러리를 통해 갤러리K 자금을 유출했다. 김정필 대표 개인 채무 변제와 투자금 상환 등을 위해서였다. 김정필 대표는 갤러리K 자금 유출 사실을 숨기기 위해 A 씨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구매한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발급해달라고 A 씨에게 요청했다.
A 씨는 김정필 대표 요청을 받아들여 2018년 12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총 11회에 걸쳐 공급가액 합계 약 12억 원 상당 허위 계산서 11매를 발급했다. 갤러리K는 2017년 12월 설립됐다. 김정필 대표는 갤러리K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횡령을 저지르고 있었던 셈이다.
A 씨의 허위 계산서 발급이 2020년 8월까지였던 건 김정필 대표 횡령이 중단됐기 때문은 아니었다. A 씨는 허위 계산서가 고스란히 개인 사업소득 과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A 씨는 인건비를 허위로 꾸미는 등 방법으로 소득세를 줄이다가 이마저도 힘들어지자 김 대표의 허위 계산서 발급 요청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서울북부지법 재판부는 “허위로 발급한 계산서 액수와 횟수, A 씨가 김정필 대표 횡령 행위에 협조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다”며 “A 씨가 운영하는 갤러리가 납부해야 하는 8000만 원 가산세 등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범행을 순순히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 직접적으로 취득한 이익 규모가 큰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며 A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 판결문에 김정필 대표는 “중국으로 도주 상태”라고 적시됐다.
갤러리K는 미술품 투자자에게 연 7~9% 수익을 주고 3년 뒤 미술품을 재매입해 원금을 돌려주는 아트테크를 주력 사업으로 했다. 갤러리K는 미술품 임대 수익을 투자자에게 공유하는 새로운 아트테크 구조를 개발했다고 홍보했다. 갤러리K 매출은 2020년 130억 원, 2021년 245억 원, 2022년 546억 원, 2023년 663억 원으로 매년 급증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원금 미반환 사례가 늘어나면서 갤러리K 실체에 대한 의구심은 점차 커졌다.

A 씨도 2024년 7월 갤러리K에서 해고됐다. A 씨는 2024년 8월 초 일요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해고돼서 퇴직한 상태”라며 “갤러리K 사태에 전혀 관여하고 싶지 않다.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었다.
A 씨는 2024년 7월 갤러리K에서 해고된 이후 김정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은 A 씨가 전직 갤러리K 관계자와 2024년 7월 나눈 통화 녹음을 입수했다. A 씨는 전직 갤러리K 관계자와 통화에서 김정필 대표를 "X새끼"라고 칭했다.
A 씨는 전직 갤러리K 관계자와 통화에서 “(김정필 대표를) 예전에는 그래도 고맙게 생각했다. (갤러리K가) 어려울 때도 어디 가서 돈을 빌려서 월급을 안 밀리고 준 건 높게 산다”며 “그 이후가 문제다. 재벌 놀이하고 연예인 놀이를 했다. 돈을 빼돌려서 따로 챙기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작년(2023년)부터 조짐이 보였다. 보너스를 준다고 했다가 보너스 지급을 취소했다. 그 다음달부터 문제가 발생했다”며 “(갤러리K는) 재기 불능일 것 같다”고 통화에서 주장했다.
갤러리K는 2024년 7월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고 공지했다. 당시 갤러리K는 김정필 대표 명의 입장문에서 “미술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틈타 갤러리K에 대한 근거 없는 악의적인 소문들이 퍼지고 있다”며 “외부 법률 자문단, 회계법인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협력해 긴축경영 TF팀을 구성했다. 전문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A 씨는 2024년 7월 전직 갤러리K 관계자와 통화에서 “시간을 끄는 거다. 김정필이 앞에 나설 수 없으니 TF팀을 앞에 세워두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A 씨는 “(김정필 대표는) 자기가 다루기 좋은 사람 위주로 TF팀을 짰다. (갤러리K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자기가 불편한 사람은 다 쳐냈다”며 “TF팀으로 방어막을 친 거다. 서로 미루는 거다. TF팀은 문제를 김정필한테 넘기고 김정필은 TF팀한테 넘기고”라고 지적했다.
김정필 대표는 갤러리K 사기, 유사수신 등 의혹이 불거진 후에도 자신의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한 시도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6월 말부터 진행된 갤러리K에 대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특별세무조사 때문이었다(관련기사 [단독] ‘아트테크 사기 의혹’ 점입가경, 갤러리K 특별세무조사).
A 씨는 2024년 7월 전직 갤러리K 관계자와 통화에서 “(김정필 대표가) 없는 작품으로 돈을 받아서 자기 계좌로 넣은 게 있는 것 같다. 그 작품이 현재 없으니까 빈 작품이 있으면 자기한테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며 “내가 뭐 하러 그걸 도와주겠냐. 퇴직금을 받을 요량으로 도와주는 척만 하고 안 도와줄 거다”라고 말했다.
김정필 갤러리K 대표는 2024년 8월 23~24일경 해외 출국 후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갤러리K 딜러 등 관계자 120여 명은 사기와 유사수신 등 혐의로 2025년 10월 29일 검찰에 무더기 송치됐다(관련기사 [단독] “가짜뉴스”라더니…‘아트테크 사기’ 갤러리K 관계자 120명 검찰 송치). 이후 검찰이 2025년 11월 28일 보완수사 명령을 내리면서 사건은 다시 경찰로 넘어간 상태다.
한편 갤러리K와 유사한 구조로 아트테크 사업을 펼쳤던 업체 대표들은 연이어 구속되고 있다. 사기와 유사수신 등 혐의를 받는 이대희 서정아트센터 대표는 2025년 12월 22일 경찰에 구속됐다(관련기사 [단독] ‘서정아트센터’ 유사수신 혐의 피소…아트테크 사기 또 터지나). 역시나 사기와 유사수신 등 혐의를 받는 엄진성 아트컨티뉴 대표는 2025년 12월 8일 구속기소됐다(관련기사 [단독] 코스닥 상장사 파인테크닉스 고가 인수 뒤에 폰지 사기 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