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키 맞추기, 바이오 등 종목 순환매…이미 고평가 논란 속 ‘부실기업 정리’ 목소리 나와

지난 1월 26일 코스닥 지수가 종가 기준 2022년 1월 5일(1009.62) 이후 4년 만에 1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오전 1000포인트(p)를 넘어선 코스닥 지수는 1064.41에 거래를 마쳤다. 1월 28일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4.7% 오른 1133.52p로 장을 마감했다.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10일 코스닥 지수는 장중 2925.5p, 종가 2834.4p까지 치솟았다. 이후 코스닥 지수가 1100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코스닥 지수는 17.15% 상승했다. 같은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은 4.63%에 그쳤다. 범위를 넓히면 올해 들어(1월 2일~1월 29일) 코스닥 지수 수익률은 25.82%로, 코스피 지수 수익률(23.90%)을 웃돌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6월 4일 740.29p에서 출발한 코스닥 지수는 1월 29일 1164.41p를 기록해 상승률은 57.29%에 달했다.
코스닥 지수 상승은 기관투자자가 견인했다. 기관투자자는 1월 26일 2조 6217억 원, 27일 1조 6528억 원, 28일 2조 3022억 원, 29일 2조 427억 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이 기간 금융투자사의 순매수 비중의 높았다. 금융투자사 매수로 잡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리면서 금융투자사 순매수가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1월 26일부터 이틀간 개인투자자들은 ‘KODEX 코스닥150’ 상품을 1조 763억 원, 코스닥150 상승에 두 배를 베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상품을 5394억 원 순매수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한 바이오와 2차전지 종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총 5위 종목인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종가 기준 1월 19일 19만 6700원에서 1월 29일 24만 5500원으로 약 25% 올랐다. 이 기간 시총 6위~10위인 삼천당제약(75%), HLB(27%), 코오롱티슈진(38%), 펩트론(38%), 리가켐바이오(25%)도 주가가 올랐다. 2차전지주도 로봇 테마로 묶이면서 이 기간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주가는 각각 60%, 81% 상승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9일 바이오 대장주 알테오젠을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정부 정책 지원 기대감이 지수 급등의 촉매 역할을 했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00선을 돌파한 지난 1월 22일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청와대에서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코스닥 3000선 달성을 위해 디지털자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위에서 공식적으로 ‘코스닥 3000’을 목표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이 코스피 상승 모멘텀을 코스닥으로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한동안 코스닥 지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현재(1월 28일)까지 코스피는 120% 정도 상승한 반면, 코스닥 수익률은 76% 정도에 그친다”며 “최근 들어 바이오나 2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관련 종목의 연쇄 상승)가 진행되고, 중소형 장비주로 온기가 확산되면서 코스닥과 코스피의 ‘키 맞추기’가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코스피 상승 모멘텀이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닥이 쫓아오고 있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이런 흐름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1400조 원 규모의 연기금 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를 반영해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기획예산처는 1월 29일 기금자산운용정책위원회를 열고 발표한 ‘2026년 기금 자산운용 기본방향’을 통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강화를 주문했다. 2024년 연기금이 코스닥에 투자한 규모는 5조 8000억 원으로 국내 주식 투자의 3.7%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국민연금기금과 고용보험기금 등 외부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운용 계획을 세우는 24개 기금의 평가 항목에서 해외 투자를 17년 만에 없애고 벤처 투자 항목을 신설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코스닥 성장세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동안 코스닥 상승 여력은 있겠지만, 지속성이 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며 “코스닥 기업의 3분의 1 정도는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못 갚는 기업들이다. 또 코스닥 중소형주로도 온기가 확산하려면 금리가 인하돼야 하는데,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예정된 대장주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은 코스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7개 종목(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비엘바이오·삼천당제약·HLB·코오롱티슈진·펩트론)은 적자로 인해 PER(주가수익비율)이 집계되지 않는다. PER은 주가가 1년 순이익(주당순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월 30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코스닥 시총 4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PER은 7000배에 달한다. 시총 10위 리가켐바이오와 5위 알테오젠의 PER도 각각 933.92배 359.64배다.
코스닥에 상장한 종목은 1800개로 코스피에 상장된 종목(837개)보다 115% 많다. 반면 시총 규모(1월 29일 기준)는 코스닥이 637조 5402억 원으로 코스피(4315조 6778억 원)와 7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본질 가치 대비 이미 고평가된 주식이 많다. 인위적으로 지수 주가를 끌어올리면 버블이 형성돼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며 “보다 과감하고 빠르게 부실기업을 정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29일 이재명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증권거래소는 일종의 백화점”이라며 “상품가치 없는 썩은 상품과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냐”고 밝히기도 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