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절벽 속에도 수요 억제책 통할 가능성 높단 의견이 우위…“2026년 상반기 ‘초급매’ 주목,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마지막 퇴로”를 강조하며 다주택자를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일몰을 앞두고 시장에 상당한 재고 물량이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벌써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 주 만에 매물이 느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7월 세제 개편안에 담길 보유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 축소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5월 9일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재고 물량이 유통될 여지가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유예 종료 직전까지 이전보다 저렴한 매물이 나오고, 임박 시점에는 상당한 수준의 급매가 쏟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과거와 달리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팔지 않고 버티기 어려운 구조”라고 짚었으며,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일몰 이후 매물잠김이 예상되는 부분이 있지만 5월 9일 이전까지 매물이 지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2주 동안 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서울 주요 지역의 경우 지난해 계절성 요인으로 인한 증가분의 50~60% 수준이다. 다주택자 압박을 통한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신규 공급이 아니기에 근본적인 수급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똘똘한 한 채’ 현상 강화되나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일몰이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을 가속화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진단은 ‘현상 강화’와 ‘신중론’로 다시 팽팽하게 갈렸다.
먼저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본 전문가들은 규제의 역설이 서울 핵심지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리서치랩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규제로 시작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규제가 강해질수록 수요자들은 재화 선택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확실한 한 채’를 찾아 전국의 자금이 서울 핵심지로 모여드는 경연장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승현 대표 역시 “실거주 수요 위주로 계속 시장이 재편되면 거주만족도가 높은 곳의 희소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1주택자는 다주택자보다 세금 부담이 적기 때문에 상급지 쏠림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석 교수는 “다주택자에게 과세를 강화하면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응집되는 것은 시장의 당연한 순리”라고 말했으며 권일 리서치팀장 역시 “정부가 시장을 흔들수록 투자자들은 가장 안전한 자산인 똘똘한 한 채에 관심을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고 짚었다.

함영진 리서치랩장은 “세금 강화 기조 속에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정부가 지방균형발전을 얼마나 강하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누그러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똘똘한 한 채 현상은 근본적으로 세제 정책 때문이 아니라 자산가치의 양극화 때문에 생긴 문제다.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핵심지에 대한 선호는 심리적으로 이미 과열돼 있다”며 “지금 각종 규제로 매수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거래가 활발히 터지며 시장을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급 절벽이 밀어올릴까…2026년 서울 집값 전망
2026년에는 신규 공급 부족과 입주 물량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한 ‘공급 절벽’ 리스크가 화두가 되고 있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27.7% 감소한 17만 2270가구에 그친다. 특히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서울 입주물량은 지난해 대비 48% 감소한 수준인 1만 6412가구로 감소했다.
윤지해 리서치랩장은 공급 부족과 인플레이션, 전월세 상승이라는 ‘삼중고’가 부동산 가격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리서치랩장은 “이미 인건비, 자재비, 조달금리 등 모든 제작 원가가 오른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만 낮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의 수요 억제책만으로 이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지난 1월 29일 발표한 6만 호 공급 계획은 착공 시점이 2028~2030년 이후인 만큼 당장 올해의 시장 수급과 무관하다. 공급절벽이 해결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장이 정책적 효과와 수요 억제책에 힘입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들이 근소하게 더 많았다. 함영진 리서치랩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매입임대사업자나 비실거주 목적의 주택 보유 관련해서도 언급하면서 SNS를 통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시장에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며 가격 상승률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9·7 대책과 달리 이번 6만 호 공급 계획은 서울에 집중돼 있고, 올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2·3기 신도시 물량 2만 9000호의 착공과 분양이 대기 중인 만큼, 불안감에 추격 매수하는 ‘포모(FOMO)’ 수요를 충분히 다독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합수 교수는 올해 부동산 시장이 연간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공급 부족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수요 억제는 더 강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연간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매수세를 억누르고 있어 대폭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게다가 지난해 이미 너무 큰 폭으로 상승해서 올해 추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다주택자 매물 출회로 4월까지는 하향 안정되며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최은영 소장 또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 무게를 두며 시장 안정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을 드러냈다. 최 소장은 “정권 초기부터 대통령이 직접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정책 실행력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1·29 대책 역시 지역의 반발 등이 적어 시장 안착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급 부족이 집값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서울의 보급률이 낮게 잡히는 것은 오피스텔이나 고시원이 주택으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지 실제로 살 집이 모자라서는 아니다”며 “공급이 절대적 요인이라면 공급이 급감했던 윤석열 정부 기간에 집값이 대세 상승장으로 폭등했어야 하지만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그런 현상은 없었다. 역대 집값 폭등은 공급 부족보다는 수요 폭발이 주된 원인이었고 공급 물량과 주택 가격의 상관관계는 시장의 믿음만큼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입주 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는 이미 2년 전부터 시장에서 충분히 회자됐고 이미 가격에 선반영됐다. 올해 서울의 절대적인 입주 물량 수치가 당장 심각한 수준은 아닌 만큼 공급 부족이 가격을 흔들 절대적인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5월 9일까지 하락하고 이후 보합이 이어지면서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입주 감소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지만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정부가 보유세 인상 압박에 나서는 등 시장을 더욱 옥죈다면 올 하반기 집값 상승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26년 주식 시장은 반도체 호황과 기업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사상 첫 ‘코스피 5000’ 시대를 열며 시장의 유동성을 무섭게 빨아들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제 부동산은 국민 마음속 투자 순위 2위로 내려앉았다”며 ‘부동산 불패 신화’의 종말을 선언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기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신화가 꺾였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최은영 소장은 “아직까지는 정부의 희망사항인 것 같다. 주식과 코인시장 활황으로 벌어들인 유동성은 결국 나중에 부동산으로 왔다”며 “우리 사회는 수십 년간 ‘강남 불패’를 포함한 부동산 신화를 학습해왔다. 정말 주택 가격이 안정될 거라는 확신을 줘야 하는데 아직 그런 믿음을 시장에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일 리서치팀장 또한 “부동산은 단순 투자뿐만 아니라 실거주나 증여 목적을 위한 수요가 꾸준하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중단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실물과 금융자산은 유동성을 주고받는 관계이며, 늘 더 뜨거운 시장을 찾아 자금이 이동한다. 주식시장이 주춤해지면 그 자금은 다시 실물 시장으로 진입하게 된다”며 “금융 시장이 뜨거웠으니 실물 시장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뜨거워진다고 보는 게 맞다. 부동산은 안전자산인 데다 임대 사업도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자금 유입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송승현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규제 상황에서는 주식에서 수익을 실현해도 실거주 없이는 집을 못 사는 구조라 자금 유입이 현실적으로 억제된다”고 말했다. 김효선 전문위원 역시 “규제가 워낙 까다로워 살 수가 없다 보니 여유 자금이 주식으로 흘러간 측면이 크고, 과도한 투기 수요가 부동산으로 넘어오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토허제 종료 전망과 매수희망자들 매수 전략은?
전문가들은 전원 정부가 토허제를 쉽게 종료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리서치랩장은 “지난해 잠실·삼성 등 일부 지역을 해제했다가 시장이 다시 불안해진 학습 효과가 있다”며 “정부가 세금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규제지역을 풀어 완화 시그널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영 소장 역시 “과거 서울시가 해제 후 한 달 만에 재지정한 사례가 있듯, 집값 상승의 모든 화살이 토허제로 향할 수 있어 쉽게 풀지 못할 것”이라며 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특히 6월 지방선거는 규제 해제의 가장 큰 변수로 꼽혔다. 박합수 교수는 “풀면 가격이 오를 테니 정치적 부담 탓에 조기해제는 안 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리서치랩장 또한 “지방선거가 코앞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와 갈아타기 수요자들에게 ‘무리한 추격 매수는 피하되, 상반기에 나올 급매물은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입을 모았다. 박합수 교수는 구체적인 골든 타임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인 3월 말~4월 말을 지목했다. 박 교수는 “시세보다 10% 정도 떨어진 급매물은 충분히 검토 가치가 있다”며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셋값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자금 여력이 있다면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일 리서치팀장 역시 “매도세가 몰리는 유예 종료 직전이 매수 적기”라고 말했다.
주거비 부담 급증에 따른 ‘자기 집’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김효선 위원은 “서울은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데다 월세화 가속으로 주거비 체감도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가능한 선에서의 올해 내 매입을 권유했다. 윤지해 리서치랩장 또한 “결국 원리금을 내며 내 집에 사느냐, 계속 오르는 월세를 내며 남의 집에 사느냐의 선택 문제”라며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을 공략해 장기적인 주거비 상승 리스크를 방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고점 매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은영 소장은 “서울은 이미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 자칫 ‘꼭짓점’에서 물릴 위험이 있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무리한 대출은 금물이며, 실수요자라도 매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현석 교수 역시 “전국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서울은 분명 오버슈팅(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신중한 매수를 당부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