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에이전시·매니지먼트 이원화 확산…가짜 법인 운영·세무 관리 문제 등 쟁점 부상

#미국·일본에서는 이미 ‘1인 기획사’가 대세
최근 몇 년 사이 유연석, 이하늬, 차은우 등 대형 스타들의 1인 기획사를 둘러싼 세무조사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대중의 시선은 ‘탈세’라는 부정적 프레임에 고정된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톱급 아티스트들의 1년 매출이 적어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형 소속사가 모든 업무를 맡아 관리하는 모델이 서서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소속사(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1인 기획사)가 분리되는 이원화 모델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료 배우 정우성과 함께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 컴퍼니를 차린 이정재도 미국에서의 작품 활동을 위해 디카프리오가 소속된 CAA와 에이전시 계약을 맺었다. 소속사(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사를 별도로 구분해 접근하는 ‘이원화 모델’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역시 최근 과거 소속사에 모든 업무를 떠맡기는 전속계약 대신 업무 제휴 형태가 늘고 있다. 아티스트가 본인 1인 기획사를 차려 독립하되 기존 대형 기획사와 마케팅이나 영업 업무 등을 제휴한다. 아티스트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대형사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모델이라며 일본의 일부 언론은 ‘현명한 독립’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국내도 1인 기획사 늘어날 전망
국내에는 1인 기획사가 많지 않지만 차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티스트들 입장에서는 소속사를 일감을 가져오는 ‘에이전시’로 여겨, 계약 비율에 따라 10~20%의 섭외 몫만 지급하는 것이 더 깔끔하다. 수익 배분 측면이나 절세 측면에서도 아티스트에게 유리하다. 통상 7 대 3 혹은 6 대 4로 이뤄지는 전속계약 배분율이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비용 지출’일 수 있다. 광고 등 나머지 수익은 아티스트가 차린 1인 기획사를 통해 자율적으로 운용하면 수익이나 절세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연예계에서 1인 기획사에 관심이 커져가는 것은 분명한 흐름”이라며 “이승기가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의 정산 과정에서 ‘불투명한 정보 공개 문제’로 갈등을 겪자 ‘소속사를 100% 믿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1인 기획사가 실제 근무하지 않는 가족을 앞세운 가짜 법인으로 운영되거나 비용을 허위로 계상 혹은 개인적 용도로 법인 자금을 사용하는 등 ‘탈세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다. 이는 미국에서도 1인 기획사의 부정적인 단면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 때문에 1인 기획사 모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인 기획사를 ‘세금을 피하려는 꼼수’로만 볼 것이 아니라 매출 수백억 원 규모의 아티스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업형 매니지먼트의 진화 단계’로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밝은 한 변호사는 “글로벌 영향력이 커져가는 K-팝, K-드라마의 위상을 고려할 때 1인 기획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더 나아가 1인 기획사가 직접 판권을 사 직접 제작까지 하는 사례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제한적이지만 이들이 1인 기획사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탈세’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해당 1인 기획사가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