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범정부 대응 체계를 통해 전문적인 법리 방어 진행 중”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벌인 전방위적 규제가 투자자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자체상표(PB) 상품 우대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부과한 약 1600억 원의 과징금과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제재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투자사들은 이런 조치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이며, 결과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의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당초 2곳의 투자사로 시작된 이번 분쟁 시도는 3개 사가 추가로 합류하며 공동 대응 규모가 대폭 확대되는 양상이다. 구체적인 피해 요구액은 산정되지 않았으나, 규제 발표 이후 쿠팡의 시가총액 변동폭을 고려할 때 실제 제소로 이어질 경우 배상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상공회의소 등 현지 경제단체들 역시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특정 국가 기업을 겨냥한 ‘표적 규제’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무부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은 추가 접수된 중재의향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며 관계 부처와 협의에 들어갔다. 법무부 측은 “추가 청구인들은 기존 중재의향서와 동일한 취지로 주장을 전개하고 있으며, 정부는 범정부 대응 체계를 통해 전문적인 법리 방어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미 FTA 규정에 따라 중재의향서 접수 후 90일간의 냉각기간 동안 정부와 투자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중재기구에 정식 제소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기업 규제를 넘어 국가 간 통상 마찰로 비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영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가 특정 미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규제하는 것은 자유무역 정신에 어긋나며, 한미 동맹의 경제적 신뢰를 저해하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향후 90일 동안 투자사 측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국내법 집행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치밀한 법리 검토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