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압수수색 때 영장 사본제시…공소사실 입증 증거 부족”

불법 도박사이트 청주 지역 총책인 A 씨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청주에 4곳의 사무실을 차리고 11개의 계좌에 컴퓨터 등을 이용해 다수의 도박 이용자로부터 281억여 원을 입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와 같은 폭력 조직원인 B 씨(40대) 등 8명은 사이버머니를 충전·환전해 주거나 대포통장 계좌를 모집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에 넘겨진 A 씨 일당은 “경찰이 위법한 수사를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경찰이 압수수색 당시 영장 원본이 아닌 팩스 사본을 제시했고, 압수 이후 압수품 목록을 A 등에 교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경찰이 뒤늦게 압수수색 영장 원본을 제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영장 집행 절차에서 팩스를 송부했을 뿐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사건이 기소되고 영장 집행일로부터 3개월~1년 10개월이 지나서야 원본을 제시된 점 등을 종합할 때 영장이 적법하게 집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입수한 전자정보를 선별하는 단계에서도 피고인들의 변호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압수 목록을 교부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수집 과정이 위법했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