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영향,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 기대 밑돌아…ESS 기대하지만 실적 턴어라운드 난망
#캐즘으로 활용도 떨어진 말레이시아 공장
SKC가 SK넥실리스의 지분가치에 지난해 약 4425억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24년 SK넥실리스가 SKCFT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며 SKC가 SK넥실리스 지분가치에 평가한 장부가액은 1조 5814억 원까지 늘었으나 지난해 말엔 8273억 원으로 감소했다. SKC는 미래에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현금흐름할인법(DFC)을 활용해 SK넥실리스 지분가치를 평가했다. SKC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등 외부 환경 영향으로 선제적으로 지분가치와 영업권 손상을 회계 장부에 반영했다”라고 밝혔다.

SKC가 SK넥실리스 지분가치와 영업권에 손상차손을 반영한 것은 SK넥실리스의 실적 악화와 연관이 있다. 지난해 SK넥실리스는 연결 기준 매출 5060억 원, 영업손실 1746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매출 3182억 원, 영업손실 1505억 원)보다 매출은 59% 늘었지만 적자폭 역시 확대됐다. SK넥실리스는 SKC가 인수한 지 3년째 되는 해인 2022년 매출 8100억 원, 영업이익 986억 원을 냈지만 이후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실적이 하향 추세다.
SK넥실리스의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경쟁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솔루스첨단소재보다도 큰 수준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해 각각 1452억 원, 715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SK넥실리스는 전력비나 인건비가 저렴한 말레이시아로 메인 생산 기지를 옮기는 과정인데, 전방 수요가 안 좋다 보니 지난해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이 많이 올라오지 않았다”라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말레이시아 산업단지에 공장이 있는데 SK넥실리스보다 먼저 가동을 시작해 적자 규모에 차이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동박업계 한 관계자는 “SK넥실리스는 정읍과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삼았는데 캐즘으로 정읍 공장에서 물량 커버가 가능한 상황이 왔다”며 “그러다 보니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졌고 고정비가 올라가는 구조였다”라고 말했다.
#ESS 수요 바탕으로 매출 확대 방침
SKC는 올해 SK넥실리스가 영위하는 2차전지 소재사업 판매량을 2025년 대비 5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증가하는 ESS 수요를 바탕으로 매출을 확대하겠단 방침이다. 실제 SK넥실리스 ESS용 동박 매출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8%에서 지난해 4분기 25%까지 올랐다. SK넥실리스는 올해 ESS용 동박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ESS 시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북미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박동주 SK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하반기 주요 고객사들의 신규 ESS향 배터리 생산이 계획돼 있어 안정적인 ESS향 동박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박 CFO는 이를 토대로 연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 달성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ESS용 동박 실적이 전기차용 실적 공백을 메울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OBBA(예산조정법안)’은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배제하고 있어 국내 업체가 생산한 ESS용 배터리 사용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배터리 셀 업체는 현지에서 생산하면 조 단위의 AMPC(생산세액공제) 보조금을 받아 전기차 라인에서 생긴 판매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다. 반면 소재 업체는 보조금 측면에서 수혜 강도가 약해 판매 공백을 온전히 메우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동박업계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용 동박 판매량이 워낙 많아 전기차 시장이 살아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IAA 초안엔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 70% 이상을 유럽산으로 사용해야 현지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유럽에 생산거점이 있는 배터리 소재사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 SK넥실리스 역시 폴란드에 공장을 완공해뒀다. 하지만 주로 한국에서 생산해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국내 동박업체에도 우려 요인이다. 박진수 연구원은 “유럽 시장에서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의 점유율이 언제 회복되는지도 (동박업체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SKC는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량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말레이시아 공장이 정읍 공장 생산량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 말레이시아 2공장도 가동될 예정이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