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생산물량뿐 아니라 한국군 운용분까지 제공 여부 타진…방산업계 생산 일정 긴급 조정중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이란 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대거 발사하면서 UAE 전역에 위협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UAE 정부가 천궁-Ⅱ의 추가 도입을 서둘러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UAE 측이 신규 생산 물량뿐 아니라 한국군이 운용 중인 천궁-Ⅱ까지 제공이 가능한지 여부를 비공식적으로 타진했다”며 “현재 방산업계와 관계 부처가 생산 일정과 공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UAE는 2022년 약 35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 규모 계약을 통해 천궁-Ⅱ를 도입한 바 있다. 이번 실전 상황에서 높은 요격 성능이 확인되면서 추가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셈이다.
# 미사일·드론으로 UAE 흔든 이란 공습
그렇다면 UAE가 천궁-Ⅱ 추가 구매를 긴급히 요청한 배경은 무엇일까. 현지 방공망이 감당해야 하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UAE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총 186발의 탄도미사일이 UAE를 향해 발사된 것으로 탐지됐다. 이 가운데 172발은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고, 13발은 해상에 추락했으며 1발은 UAE 영토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자폭 드론 공격도 대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UAE 국방부는 이란 자폭 드론 812대가 탐지됐으며, 이 중 755대가 요격되고 57대가 UAE 영토 내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또한 순항미사일 8발이 탐지돼 모두 격추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이후 이어진 보복 공습 과정에서 UAE가 오히려 이스라엘보다 더 많은 이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UAE는 중동 국가 가운데서도 비교적 강력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한 국가로 평가된다. UAE는 미국에서 도입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와 패트리어트(Patriot)를 중심으로, 천궁-Ⅱ, 러시아산 판치르-S1(Pantsir-S1) 등을 운용하며 사실상 다층 방공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어지면서 UAE 방공망 역시 전례 없는 포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번 공습 과정에서 대량의 요격 미사일이 단기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UAE 방공망은 현재까지 높은 요격률을 유지하며 방어전에 성공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막대한 물량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요격 미사일 재고 소모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미국산 패트리어트 미사일 급속 소진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고강도 교전이 지속될 경우 핵심 방어 자산인 미국산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비축량이 약 일주일 내 소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UAE 국방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UAE의 다층 방공망은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탄약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해외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 며칠 사이 1000기 이상에 달하는 미사일과 드론 표적이 탐지된 상황에서, 방어 체계가 높은 요격률을 유지하더라도 유도무기의 대규모 소모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UAE와 방위 협정을 맺고 있는 프랑스는 이란의 드론 요격을 위해 라팔 전투기를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UAE 군에 납품된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Ⅱ는 2개 포대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천궁-Ⅱ 한 포대는 미사일 발사대 4기, 다기능 레이더 1대, 교전통제소 1대, 레이더용 발전기 차량 1대 등으로 구성된다. UAE가 계약한 천궁-Ⅱ 물량은 총 10개 포대로, 아직 인도되지 않은 물량이 상당 부분 남아 있는 상황이다.
긴급한 상황에도 생산 일정 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수출 물량도 동시에 진행 중이어서 생산 라인을 조정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UAE의 요청을 쉽게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26일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해 650억 달러(약 92조 원) 규모 이상의 협력 사업 추진에 합의했다. 특히 방산 분야에서만 350억 달러(약 50조 원) 이상 규모의 협력 사업을 확정한 것이 핵심 성과로 꼽힌다.
양국은 단순 무기 거래를 넘어 설계·생산·교육훈련·유지보수까지 방위산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방산 협력 프레임워크 MOU’도 체결했다. 이 때문에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UAE의 긴급 요청에 대해 정부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UAE와의 대규모 방산 협력 사업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향후 추가 수주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