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선거구 조정·통합시 선거룰 등 현안 논의 지연…입후보자 선거운동 난항, 유권자들도 혼란 불가피

3월 3일 국민의힘은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통과에 반발하며 거리 행진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하라는 취지였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70여 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그러나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아 구호를 외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순방 중이라 청와대를 비운 상태였다.
정개특위는 ‘사법개혁 3법 유탄’을 맞았다. 국민의힘이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 정개특위 활동도 멈췄다. 정개특위 한 관계자는 “원래 오늘(3월 4일) 아니면 내일(3월 5일) 중으로 진행한다고 했었는데, 지금 국민의힘에서 보이콧 하는 중이라서 같이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윤건영 의원도 3월 5일 일요신문에 “원래는 구두로 3일 또는 4일 하자고 협의가 됐었다”면서 “국민의힘 지도부 방침이 일종의 보이콧, 그것을 풀지 않겠다고 해서 정개특위 (재개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3월 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3월 5일부터는 전국을 돌며 장외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장동혁 대표는 3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919년 3월 1일이 조국 독립의 서막이었다면 2026년 3월 1일은 대한민국 헌정 종말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3대 악법에 모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3월 4일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대미특위) 일정에 협조하고 정개특위 활동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수석부대표는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이라는 중대한 사안이 조속히 정리돼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개특위 재가동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으로부터 정개특위 관련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정개특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3월 5일 “최대한 빨리 하려고 하는데 당분간은 스톱 돼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이 원인인지 묻자 “그런 게 좀 있다”며 “우리 당 의원들끼리는 미팅을 한다. 지도부하고 상의해서 의논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선거구 획정 기간은 이미 지났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선거일 180일 전(공직선거법 제24조의 3)이다. 6·3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2025년 12월 5일이었다. 앞서의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어느 안건은 정개특위에서 다루고 어느 안건은 행안위에 있을지 아직까지 명확하게 라인이 안 그어졌다”고 설명했다. 정개특위가 재개돼도 선거구 획정까지 하세월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허석재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 입법조사관은 ‘늦은 시작은 없다? 제22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의 의미와 과제’에서 “상대적으로 늦게 출범한 이번 정개특위가 6·3 지방선거에 적용될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임박한 제도개편은 선거 당국은 물론이고 입후보자와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매번 반복된 일이긴 하다. 역대 국회가 선거법을 위반해 온 것이다. 국회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광역의원(시·도의원)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다. 기초의원(시·군·자치구의원)은 의원 정수 등을 정한다. 그러면 해당 지역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의원 정수에 맞춰 지역별로 안배한다. 최종적으로는 조례를 통해 선거구가 획정된다. 국회가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면 광역·기초의회 출마자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 출마 후보자들은 선거 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때는 42일 전 선거구가 획정됐다. 당시 출마했던 한 광역의원은 행정동이 옆 선거구로 이동하는 등 선거구가 급격하게 변하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경선이 중요한 텃밭 지역 출마자들은 경선 단계부터 혼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산적한 과제들 뒷전으로
이번 정개특위가 다뤄야 할 사안들은 산적해 있다. 2018년 헌재는 인구 편차 기준을 3:1(상하 50%)로 정했다. 한 지역 전체 선거구 인구 평균치에서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는 국회의원(2:1)보다 완화된 수치다.
그러나 국회는 인구 5만 명 미만 자치구·시·군 지역의 의원 정수를 최소 1명으로 보장했다. 시·도의원 지역구 획정 때 인접한 2개 이상의 구역을 합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해당 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헌법소원에 관여한 김준우 변호사(법무법인 덕수)에 따르면 충청남도 금산군·서천군, 대구 중구, 인천 옹진군, 경기 동두천시와 연천군, 충북 옥천군, 전북 무주군·장수군, 경북 군위군·영양군·울릉군, 경남 의령군·고성군·거창군 등 전국적으로 인구 편차 3:1 기준에 어긋나는 선거구가 획정됐다. 인구 변동을 고려해도 정개특위가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다뤄야 할 선거구가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회가 이번에도 헌재 결정과 어긋나는 선거구 획정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재외국민 국민투표권을 보장하는 ‘국민투표법’은 3월 1일 11년 7개월 만에 개정된 바 있다. 김준우 변호사는 “(헌재 결정을 어겨도) 처벌 규정이 없다. 의원을 직무유기죄 같은 것으로 고발해야 하는 데 어렵다. 의원 300명을 다 고소·고발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합특별시의회 의원 정수 문제도 과제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만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 출범을 목전에 둔 상태다. 통합특별시의회 의원의 지역별 대표성 보장이 문제로 떠올랐다. 관련 법안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부직 제3조의 통합특별시 의원정수 산정 때 각 지역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광주시의회 측은 광주 지역이 과소 대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정수는 광주 23명(비례 3명), 전남 61명(비례 6명)으로 약 3배 차이다. 의원 1인당 대표 인구를 계산하면 광주는 약 6만 9000명, 전남은 약 3만 2000명 수준이다. 광주시의회에서 통합 이후 전남 지역 민심이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행정통합 지역은 현행 소선거구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온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당 3~5인을 선출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3월 3일 임미애 민주당 의원,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관련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선거제도 개선 없이 광주시의회 의석을 2배가량 늘리거나 전남도의회 의석을 줄여야 하지만, 단순히 의석을 2배가량 늘리는 것은 예산과 국민 여론상 쉽지 않은 선택이며 있는 의석을 줄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결국 의석 조정을 최소화하면서 표의 등가성과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광주·전남 지역 광역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대구가 지난번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율이 68%다. 광주도 55%다. 어떻게 보면 정당 독점이 고착화되는 느낌이다. (호남에서) 정의당이나 진보당이나 조국혁신당마저도 (당선이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에 양당 체제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단순히 인원수를 늘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균형도 맞춰야 한다. 이번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정치 개혁의 진전을 보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정개특위가 너무 늦게 열렸다. 구성도 늦었다. 작년에 기본적인 가닥을 만들고, 큰 맥락을 정했어야 한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