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이름 단 학원, 연 3000만~4000만 원 학비에도 수요 몰려…‘영어유치원’ 연장선 활용

한국교육개발원의 ‘2017 교육통계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국제학교는 국민의 외국어 능력 향상과 국제화된 전문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국가의 지원이나 국내외 법인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를 뜻한다. 초·중·고 통합 운영이 가능하다.
글로벌 국제학교 전문 조사기관인 ISC(International School Consultancy)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제주특별법’ ‘외국교육기관법’ 등으로 인가를 받은 정식 국제학교는 현재 29개교다. 교육청의 인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국제학교’는 13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식 국제학교보다 미인가 국제학교가 훨씬 많은 것이다. 이들 학교는 ‘국제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법적으로는 학교가 아닌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을 적용받는 학원이다. 교습비용은 연간 3000만~4000만 원선으로 추정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은 의무교육인데 어떻게 학교가 아닌 학원인 미인가 국제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학적을 ‘정원 외 관리’ 형태로 처리하거나 입학을 일정 기간 미루는 ‘입학유예’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입학유예는 취학 대상 아동이 질병이나 해외 체류, 발달 지연 등의 사유로 취학을 1년 범위 내에서 미룰 수 있는 제도다. 정원 외 관리는 학생이 해외 유학 등 사유로 학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학적은 유지하되 출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면서 공립초에 학적만 둔 채 정원 외 관리 형태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미인가 국제학교를 다니다 고학년 때 공립초를 다니려면 학적을 둔 공립초로 복귀하거나 다른 공립초로 전학할 수 있다. 다만 해당 학년의 교과목 이수 능력을 평가(교과목별 이수 인정 평가)받아야 학년을 배정받고 복귀·전학할 수 있다. 미인가 국제학교에 다닌 시기는 미인정 결석으로 처리돼 학생생활기록부가 사실상 공백이 되거나 출결 점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미인가 국제학교를 다닌 뒤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면 별도의 학력 인정 절차가 필요해 초·중등 과정 학력을 인정받기 위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해외 이주 전 2년 동안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냈다는 학부모 A 씨는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이 되거나 지방 도시로 이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외국인학교나 인가 국제학교를 보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부부가 모두 한국인에 맞벌이고 기러기(자녀 교육을 위해 장기간 떨어져 사는 부부)를 할 생각도 없어 집 근처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정식 학교가 아닌 ‘학원’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해외 유학 준비에 최적화된 커리큘럼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인가 국제학교 중에는 미국 본교의 분교 형태로 운영되거나 미국 교육기관 인증을 받아 해외 대학 진학 시 정식 고교 졸업장을 인정하는 곳들도 있다. 성적 관리 측면에서도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해외유학 입시컨설턴트인 임준희 청담엘유학원 대표는 ‘일요신문i’에 “해외 대학을 진학할 때도 내신이 중요한데, 미인가 국제학교가 정식 국제학교보다 평가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인식이 있어 학부모들이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를 하나의 학습 경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초등 저학년 동안 영어 몰입 환경에서 공부한 뒤 고학년 때 공립초로 복귀·전학해 사교육과 병행하며 수학 중심 학습에 집중하는 것이다. 교육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저학년엔 영어, 고학년엔 수학’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대치동식 학습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
임준희 대표는 “전에는 해외 유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이 국제학교를 갔는데, 미인가 국제학교에선 국내 대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도 볼 수 있고, 이를 위해 일부 미인가 국제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기도 한다”며 “방과 후에는 대치동 아이들처럼 한국 입시를 위한 수학학원을 따로 보내는 부모들도 있다. 전과 다른 이유로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