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과 외교적 역학관계, 레드라인 넘지 않아…사실상 핵무기 보유한 점도 이란과는 달라

하메네이는 이란 최고지도자로 재임하며 시아파 맹주로 떠올랐다. 페르시아에 연고를 둔 이란 최고지도자가 ‘아랍 큰형님’ 역할을 해왔다. 이란은 물밑에서 시아파 군사조직을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었다. 2025년 이란-이스라엘 분쟁이 격화했고,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지를 재차 불태우기도 했다.
결과론적으로 이스라엘과의 대립 전선은 하메네이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하메네이는 2026년 2월 28일 미국 공습에 따라 폭사했다.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과 이스라엘의 ‘포효하는 사자’ 작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고,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다. 최고지도자를 잃은 이란은 ‘원유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결사항전을 외쳤다.

다만 이란엔 석유가 나고, 북한은 그렇지 않다. 지정학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이란은 인도와 중동을 있는 교두보 위치인 페르시아에 위치했다. 중국과 직접적으로 국경이 맞닿은 나라가 아니다. 북한은 중국 접경국이며, 세계적인 강대국들이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한반도에 자리잡고 있다.
‘장대한 분노’ 작전 이틀 전인 2월 2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제9차대회 폐막 소식을 보도하며 김정은 ‘사업 총화’ 내용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은 “국가 핵무력을 더욱 확대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의지”라면서 “만일 미국이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북한) 헌법에 명기된 우리 현 국가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정은은 “조미(북미) 관계 전망성은 전적으로 미국 측 태도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란 공습을 통해 ‘핵무기 개발에 대한 원천적 차단’ 메시지를 표출했다. 김정은이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과 맞물린 미국의 이란 공습은 향후 대북정책과 관련한 여러 해석을 낳는 시발점이 됐다. ‘미국-이란 전쟁’이 일단락된 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타깃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미국의 ‘장대한 분노’에 북한은 규탄 메시지를 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월 1일 담화를 통해 “패권적 야욕 달성을 위해서라면 군사력 남용도 서슴지 않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했다. 북한이 규탄 메시지를 내면서도 선을 넘지는 않는 최대한의 수위 조절을 했다는 평가다.

“이란이 외통수에 몰린 것은 시리아 ‘친이란 정권’이 무너질 때부터다. 시리아의 가장 큰 뒷배는 러시아였는데, 러시아는 알다시피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장기화되며 다른 나라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적어졌다. 시리아 정권을 러시아가 지키지 못하면서, 그 나비효과가 이란에게까지 미친 셈이다. 이란의 비공식적 ‘경제적 뒷배’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은 먼 거리에 있는 이란을 군사적으로 도울 방법이나 명분이 마땅치 않았다.”
아울러 이 소식통은 “이란과 달리 북한은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과 외교적 역학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이 이란처럼 북한을 공습한다면 중국과 직접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중국 심장부와 가까운 접경국이기 때문에 이란 공습 때와는 달리 미국이 중국과 직접 부딪혀야 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6·25 전쟁에 참전을 결정한 시점은 미국이 대동강을 넘었을 때”라면서 “중국은 유사시 대동강 이북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명분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무력 충돌 지점이 중국 국경과 가까워질수록 중국의 개입 강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할 만한 요소는 일거에 최고지도자를 집어내는 ‘핀셋 작전’인데, 이란 공습을 바라본 뒤엔 철저한 계산 아래 절대 레드라인을 넘으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미 체제 경쟁에서 뒤처진 북한은 ‘적대적 두국가론’을 제시하며, 사실상 정권 세습 고착화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미국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일 것이며, 직접적인 미국과의 대화에도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윤석열 정부 시절 대남 비판 수위를 거세게 높였던 북한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에 아무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면서 “혹시나 계엄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북한이 극도의 메시지 조절 전략을 펼친 사례인데,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빨간 선을 절대 넘지 않는 북한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이란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 엘렌 김 학술부장은 워싱턴DC서 열린 ‘미국의 새로운 국방 전략과 인도·태평양에의 의미’ 세미나에서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군사작전 옵션을 선택하는 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엘렌 김 부장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 옵션을 선택할 시)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 및 군사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는 지정학적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전략적 공격을 검토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반대했다”면서 “미군 내부엔 (북한 핵시설 전략적 공격 시) 1억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북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무력 과시’ 행보에 나선 상황이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3월 4일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에서 실시된 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참관했다.
김정은은 “해군의 핵무장화는 만족스럽게 수행되고 있다”면서 “이런 강력한 힘의 시위는 확실한 자신감에 기초한 국가의 주권사수 의지의 뚜렷한 표현인 동시에 전쟁 억제력의 책임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