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구인난 심각한데 현역 단체장 불출마 요구 파장…민주 후보자 풍년 ‘계양을’ 교통정리 골치

1월 1일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오세훈 갈등이 분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국민의힘 신년 인사회에서 장동혁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서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직격했다. 오 시장은 “목소리만 큰 소수에 휩쓸리지 말고, 절대다수의 상식과 합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윤어게인(윤석열 두둔 세력)’과 절연하라는 요구였다.
다음 날인 2일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에 대해 계속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요구를 일축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2월 12일 장 대표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했다. 이 위원장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서 12·3 비상계엄은 대통령 권한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장 대표의 이 위원장 발탁으로 윤어게인과의 절연 요구는 또다시 묵살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위원장은 2월 26일 페이스북에 ‘현역 지자체장 불출마 촉구’ 글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당은 지금 위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와 헌신”이라며 “공천심사 이전에, 공고 이전에, 새로운 인재와 새로운 시대를 위해 스스로 길을 열어주는 결단,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책임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정치는 자리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을 때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반 장동혁’ 지자체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동안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오세훈 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 중 처음으로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촉구한 인물이다. 박 시장은 2025년 11월 23일 “국민의힘이 분명하게 국민에게 정말 잘못된 일이고 미안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 시장은 “그런 이야기조차 무서워한다면 보수의 가치가 분명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대표와 지자체장 사이의 파열음은 계속됐다. 오 시장은 2월 6일 페이스북에 ‘장 대표의 재신임 투표 승부수’에 대해 “장 대표가 원하는 당원 투표 결과가 나온다 한들 그것이 민심을 거스른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며 “당심에 갇혀 민심을 보지 못하면 결국 패배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그것이야말로 당심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장 대표는 스스로 자격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일요신문에 “이정현 대표는 예측 불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연일 지옥 훈련 이야기를 하고, 단체장들한테 불출마하라고 한다. 선거 ABC에 하나도 안 맞는 이야기를 한다”며 “결국에는 (오세훈·박형준 등) 특정인을 겨냥한 위협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오세훈 시장은 컷오프 가능성까지 일각에서 나올 정도다. (공천) 파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뇌관”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의 ‘윤어게인’ 세력 옹호 기조가 후보 수급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윤어게인 옹호→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인재들의 국민의힘 기피 현상’ 구조다. 한국갤럽 기준 국민의힘 지지율은 21~26%대에 머물고 있다. 3월 6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21%를 기록했다. 46%의 지지율을 보인 민주당의 절반 수준이다. 2월 4주 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17%까지 추락했다. 이 조사에선 보수 텃밭 대구·경북(TK)에서도 28%로 민주당과 동률을 이뤘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제로 국민의힘은 후보자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에 따르면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과 새벽 배송 전자상거래 기업의 40대 고위 임원 두 사람은 국민의힘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 밖에 외부 인사들 상당수가 국민의힘 러브콜에 고개를 젓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지사 후보군이었던 유승민 전 의원과 김은혜 의원은 불출마했다. 심재철 원유철 함진규 전 의원과 양향자·조광한 최고위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지만, 모두 원외 인사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지사와 현역 의원들이 거론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중량감에서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왕사남’ 대 ‘먹사남’
민주당은 후보자 교통정리가 과제로 떠올랐다.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자 출마자들이 난립하고 있어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복심 김남준 전 대변인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내준 송영길 전 대표 맞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모두 이 대통령과 끈끈한 인연이 있다. ‘왕과 살았던 남자’ 김 전 대변인은 ‘성남·경기 라인 4인방’ 중 한 명이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일 때는 성남시 대변인으로, 경기지사에 당선됐을 때는 경기도 언론 비서관으로 있었다. ‘이재명의 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김 전 대변인은 3월 2일 출판기념회에서 “계양이 이재명 대통령과 나를 다시 시작하게 해줬다”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2022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고, ‘이재명 계양을 등판론’을 지지했다. 회고록 ‘송영길의 옥중생각: 진실은 가둘 수 없다’에서는 이 대통령을 제도권 밖에 두면 검찰 보복 수사를 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슬로건 ‘먹사니즘’의 원조 격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를 창립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먹사연을 통한 불법 후원금 모금·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으로 재판받다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송 전 대표는 5선을 지낸 정치적 고향으로의 귀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돈봉투 사건’으로 실추된 자신의 명예 회복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송 전 대표는 김 전 대변인에게 전화로 ‘대통령을 보좌해야지 5개월만 하고 나올 수 있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교통정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 정청래 지도부 고심이 깊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남준 송영길 교통정리를 두고 다양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최근 친명계에 퍼져 있는 ‘반 정청래 정서’와도 맞물려 있어 정 대표의 장고는 길어질 전망이다.
이미 경선이 갈등의 불씨가 된 전례가 있다. 2025년 8·2 임시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와 박찬대 의원이 ‘친명’ 기치를 내걸고 경선을 치렀다. 그러나 이 경선은 결국 ‘명청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박원석 전 의원은 “(경선은) 원칙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다. 경선은 언제나 후유증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장 경선에서는 ‘경선 룰’을 두고 불만이 나왔다. 김영배 의원은 3월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두 차례 온라인 후보자 토론’에 대해 “맹탕이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당원들에게 각 후보자의 검증·토론·정책을 충분히 알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김 의원은 “후보들의 문제 제기가 있는데도 당이 귀를 막고 있어 답답한 상황”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 대표가 표방해 온 ‘당원주권정당’의 맹점과도 연관이 있다. 당원들이 당 후보 공천에 직접 관여하게 됐지만, 실상은 그 후보자를 잘 알지 못한 채 인지도만으로 평가하게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한 친명계 관계자는 “지금 (후보자마다) 경력을 두 개씩만 제출하게 돼 있다. 그 경력을 보고 판단하게 된다. 정보가 모든 당원에게 균일하게 제공됐을 때 1인 1표가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정보 불균형이 있는 상태에서 이력 두 줄만 주고 찍으라고 하는 것은 당원을 우중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충북 지역은 ‘권리당원명부 유출’이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실제 명부 유출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충북 지역을 전략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기존 ‘권리당원 50%·일반 국민 50%’ 합산 방식 선거 규칙을 ‘100% 국민참여 경선’으로 전환할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국민의힘은 패색이 짙은 상황이라 개개인 능력 평가보다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크게 잡음이 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광역단체장 대진표를 어느 정도 확정 지었다. 서울·경기도는 경선으로 가기로 했다”며 “권력구조상 소위 정 대표가 친명계를 학살하는 그림도 불가능하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당원들한테 의존하는 방식으로 무난하게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