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사’ 라이선스 취득 작업 지연, 그룹 신성장동력 발굴 차질 우려…“한온시스템 정상화에 집중”
#사업목적에 신기사 관련 내용 전부 삭제
지난 2월 27일 한국앤컴퍼니벤처스가 사업목적에서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투자’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경영 및 기술지도’ ‘신기술투자조합의 설립’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자금의 관리·운용’ 등 신기사 관련 내용을 전부 삭제했다. 대신 ‘경영컨설팅업 및 경영 자문업’ ‘기업구조조정 관련 컨설팅업’ 등 일반 컨설팅 사업과 연관된 내용으로 사업목적을 채워 넣었다.

하지만 한국앤컴퍼니벤처스는 출범 이후 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사는 자본금 100억 원 이상 요건을 충족해 금융위원회에서 설립 인가를 받아야 한다. 신기사는 장래성이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일종의 벤처캐피털이다. 투자조합을 만들 때도 금융위 감독을 받는다.
신기사 라이선스가 없는데 한국앤컴퍼니벤처스 사업목적에 신기사 내용을 그대로 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룹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지주회사는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에 따라 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다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한적으로 일반지주회사의 CVC 주식 소유가 허용됐다.
무엇보다 조현범 회장의 공백으로 한국앤컴퍼니벤처스가 방향타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벤처스 출범 전 설립 프로젝트를 5년 이상 직접 챙겼다. 조 회장은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5월 1심에서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12월 2심에서 2년으로 감형됐으나 법정구속은 유지됐다. 과거 삼성전자·삼성벤처투자에서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스타트업 등에 투자를 진행했던 전진원 전 한국앤컴퍼니벤처스 대표도 지난해 7월 회사를 떠났다.
재계에선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현범 회장과 형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과의 분쟁이 2023년에 일단락된 후, 조 회장 입장에선 CVC를 통해 위축됐던 신사업을 다시 키우려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조현범 회장의 나이대도 상대적으로 젊어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피지컬 AI 흐름이 이어지는 만큼 AI를 활용해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는 방향도 유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입장에서는 신성장동력 발굴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한국앤컴퍼니벤처스는 수백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 1호 펀드 결성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AI, 로봇, 모빌리티 플랫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 딥테크(선행기술) 부문을 투자 분야로 낙점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핵심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영위하는 타이어 사업은 안정적이란 평가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타이어 부문 매출은 10조 3186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조 원의 벽을 넘었다. 미국이 자동차 부품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매겼으나,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에 공장이 있어 어느 정도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타이어 산업은 자동차 판매 수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4년 한온시스템을 인수했다. 한온시스템은 세계 2위 규모의 자동차 공조·열관리 솔루션 기업이다. 한온시스템은 전사적 구조조정 효과로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024년 대비 184.5% 증가한 271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024년보다 8.9% 증가한 10조 8837억 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최근 한온시스템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수 후 3년 안에 한온시스템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이 부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VC에 대해서는 “현재 CVC는 설립 준비 중이다. 정관에서 CVC 관련 사업목적을 삭제한 것은 사업 중단이 아니라 설립 준비 과정에서 금산분리 등 법적 이슈를 사전에 검토하고 적법하게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이며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전략적 투자 기능으로 준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