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한·미·일 협력 확고히 하고 인도·유럽 등과 연대 확장해야”

윤 이사장은 “한·미 동맹이 대단히 중요하다. 안보 전략 핵심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며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무너져가는 상황이다.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과 동맹 관계인 나라가 일본이다. 동병상련 처지다. 이재명 정부가 일본과 관계를 중시하고 한·미·일 협력 기조를 확고하게 밀고 나가는 건 잘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에서 한 질문자는 “진보 정부에서 장관을 한 분이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보수적인 사람도 안심하게 메시지를 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이사장은 “안보 문제는 진보냐 보수냐 하는 당파적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 운명이 좌우되는,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다. 초당적으로 합의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안보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근 국제 정세는 혼란 그 자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지난 1월 기습 군사작전을 벌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다. 미국은 지난 2월 말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일각에서는 3차 세계대전 우려가 나온다.
윤 이사장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되고 세상이 요동쳤다. 법은 멀어지고 주먹은 가까운 세상이 돼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만 해도 합리적이고 전통적인 공화당 인사 충고를 따랐다. 이제 자신감이 생겨서 자기 말에 복종하고 충성할 사람만 백악관에 들였다. 거침없이 여러 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장은 “국제정치는 본질적으로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막가파식으로 세계가 돌아가면 곤란해서 유엔 등 국제기구가 만들어졌다”며 “요즘 유엔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 4년째 접어들었다”고 우려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2016년 판결했다. 하지만 중국은 국제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남중국해 점유를 이어갔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가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영토보전을 보장받은 각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윤 이사장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치명타를 가한 건 트럼프 2기 행정부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 틀을 만들고 리더십을 행사한 건 실패한 외교라고 규정했다. 심지어 미국이 동맹국한테 손해를 보고 갈취당했다면서 갈취당한 걸 다시 받아내겠다는 사고도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2차 세계대전에서 7100만 명이 사망했다. 그때 미국이 각성해서 유엔이 만들어졌다. 유엔을 통해 불법적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나라를 집단 제재하고 처벌하자는 정신이었다”며 “그때도 순탄치 않았다. 고립주의자들이 반대했다. 미국은 다른 대륙 신경 쓸 필요 없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게 고립주의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윤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인권, 자유는 쓸데없는 이야기다. 오로지 중요한 건 권력이다. 국제정치는 원래 권력 정치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신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업자 출신이라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거래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이사장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안보를 지속하도록 어떤 식으로든 설득해야 한다. 조선 산업과 같은 제조업 분야 협력이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조선 산업이 완전히 망한 상태다. 한국 도움 없이 중국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에는 떳떳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안보 사활이 걸릴 문제라 미국과 동맹은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윤 이사장은 “우리와 입장이 비슷하고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원하는 나라와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인도, 유럽, 글로벌사우스(신흥개발국)로 연대를 확장해야 한다”며 “인도는 미래 대국이다. 인도가 중요하다고 매번 강조했지만 호응을 못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윤 이사장은 “한국은 국방 분야 자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서둘러서 실행해야 한다”며 “특히 드론 전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드론 업계 상황을 보면 중국 저가 제품 공세 때문에 투자가 안 되고 있다. 드론 생산은 업계 문제가 아니라 국방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 이사장은 오는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트럼프 리더십 성격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을 만나자고 하면 김정은이 나올지도 예측하기 힘들다”며 “북·미 협상 국면에 진입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안보 우려는 무시한 채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북한에게 장거리 미사일만 제거하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식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 그걸 어떻게 막을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