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이 무기·자금 지원 ‘대리 지상전’ 분석…트럼프 진짜 의도 두고 미국 내 의구심 확산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작전명 ‘장대한 분노’와 ‘포효하는 사자’를 통해 이란을 전격 공습했고,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폭사를 빠른 시간 내에 이끌어 냈다. 그러나 ‘핀셋 제거’ 방식의 성공이 전쟁의 빠른 종식을 의미하진 않았다. 이란은 자국 헌법에 따라 새로운 최고지도자 선출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미 지도자가 선출될 경우 추가적인 타격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4일 “(이란에서)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은 결국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반미 및 핵무기 개발 노선을 유지하려는 지도자를 선출할 시 핀셋 제거가 지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3월 5일 브리핑을 통해 “작전은 4주, 6주가 될 수도 있다”면서 “아니면 8주나 3주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공습 시한 데드라인을 정해놓지 않고, 장기전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이란 평가다. 미국 군사작전 장기화 여부를 결정지을 주요 분수령은 ‘지상군 투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결정은 중간선거와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과 관련해 ‘오락가락 발언’을 이어가며 심리전을 계속하는 모습이다.

AP통신과 CNN을 비롯한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쿠르드 민병대에 무기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AP통신은 “쿠르드족 지도자들이 ‘잠재적인 이란 작전과 관련해 미국 관료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이스라엘도 쿠르드 민병대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쿠르드족은 중동 일대에 분포돼 있는 소수민족이다. 이란과 튀르키예,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단 한 차례도 민족 기반 통일 공동체를 구성해본 적이 없는 소수민족이기도 하다.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쿠르드족 인구는 3000만~40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쿠르드 민족들 사이 문화적 갈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에 뿌리내린 쿠르드족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이란의 주류 민족인 페르시아인은 전체 인구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비페르시아인이 40%를 구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중 쿠르드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 언론이 짚은 ‘대리 지상전’ 주체는 이라크에서 건너온 쿠르드 민병대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엔 쿠르드 분리주의를 표방하는 ‘이라크 쿠르디스단 자치정부(KRG)’가 있다. KRG는 대통령을 자체적으로 선출해 국제무대서 ‘정상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도 KRG 대통령과 접견한 적이 있다.
3월 5일 미국 CNN은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 도시 아르빌에서 자동차 대리점주 발언을 인용해 “이란계 쿠르드 민병대가 사륜구동 도요타 SUV 차량 50여 대를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쿠르드 민병대가 지상 전투 준비에 착수한 정황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쿠르드 민병대는 하나의 완성된 군사조직이라기보다 여러 분파별 민병대가 산재해 있는 구조로 보면 된다”면서 “반이란 성향 이란계 쿠르드 민병대 또한 이라크에 거점을 두고 있는데, 미국의 ‘대리 지상전’에 이 집단이 투입될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군의 지상전 투입을 둘러싼 각종 리스크가 거론되는 가운데, 쿠르드족이 이란의 지상을 맡아준다면 미국 입장에서 손해볼 것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쿠르드족의 등장은 미국의 이란 공습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3월 4일 미국 상원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대통령 전쟁 권한 제한 법안’이 여당인 공화당 반대로 부결됐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적으로도 신속한 교통정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우리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신속하게 정립해야 한다”면서 “작전이 몇 주간 지속되며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군사력 사용 승인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파급력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정부와 정치권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국내 정치권에 직접적인 타격은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각종 경제 지표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는 데에 따른 ‘유탄’이 지방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 급등이 국내 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면서 “이는 ‘경제가 어렵다’는 인식으로 비화할 수 있고,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