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없이 후보추천한다는 건 관행 유지 의도” 비판 직면…농협 “정상적 면접 진행했으며 사장 선임 원점 재검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논란에 사과하면서도 사퇴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강 회장은 지난 1월 농민신문사 사장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직을 유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내부에선 강 회장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신설 등 정관 변경 등을 통해 후임 사장으로 최측근을 앉히려 했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정부는 지난 1월 국무조정실·농식품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감사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을 구성, 농협중앙회와 자회사·회사 조합 등에 대한 특별 감사를 벌였다. 감사반은 공금유용·특혜성 대출 계약·분식회계 등 각종 문제성 사안을 포착,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등 농협 간부들을 횡령·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당정은 새로 출범한 농협개혁추진단의 논의를 토대로 마련된 농협개혁안에 의견을 모으고 입법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개혁안에는 농협 감사위원회 신설, 선거제도 개편안, 농식품부 지도·감독권 확대 등이 담겨있다. 농민신문사 사장 등 타 업무·직위에 대한 중앙회장 등의 겸직 금지 원칙도 세우기로 했다.
강호동 중앙회장은 3월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인 및 간부들의 각종 비위 행위가 드러난 것과 관련해 “일련의 불미스러운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며 “뼈를 깎는 쇄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농협중앙회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농협개혁위원회’를 출범, 자체 개혁안을 마련했다. 개혁안에는 △선거제도 개선 △인사 공정성 제고 △책임경영 강화 △내부통제 강화 등 농협 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담았다. 인사 부분에서는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가능 기간을 퇴직 후 1년으로 제한, 선거철마다 반복되던 퇴직자의 ‘회전문 인사’ 관행을 차단하기로 했다.

강 회장 측은 사임 의사를 밝힌 당시부터 농민신문사 사장직에 최측근을 앉히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농민신문사 대표이사 사장 선임 관련 투명성 강화 방안’에 따르면 농민신문사는 임원 선임 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야 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추가하기로 했다.
임추위는 회사에서 대표이사 등 임원을 새로 뽑을 때 거치는 단계다. 회장이나 대주주 및 측근 등이 이사회를 독차지하는 걸 막고 최적의 인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뽑기 위한 과정이다. 기존에 농민신문사는 이사회와 총회의 의결만으로 대표이사 임원 등을 선임했다.
이 문서는 지난 1월경 작성됐다. 2월 중순 농민신문사 이사회와 임시 대의원회를 거쳐 정관에 임추위 관련 내용을 추가한 뒤, 3월 초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임추위 구성을 의결, 3월 중순 임추위에서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18일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자 추천안을 의결해, 19일 대의원회에서 사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농협에서 수십 년간 일해 온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 지시로 당정에서 개혁 압박이 들어오니까 내부적으로 임추위를 만들어 변화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측근을 앉혀 계속 영향력은 유지하려고 했다. 임추위 구성부터 사장 후보자 추천, 사장 선출까지 2주 안에 속전속결로 진행하려고 면접도 생략한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농민신문사는 임추위를 통해 강 회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찬형 전 중앙회 부회장을 사장 최종 후보로 뽑은 상태다. 유 전 부회장은 2024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강 회장 후보 접수를 대리하는 등 선거캠프 업무를 총괄했다. 또 유 전 부회장은 강 회장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 중인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2024년에는 NH투자증권 사장으로 내정됐다가 노동조합 반발로 취임이 무산된 바도 있다.
유 전 부회장의 농민신문 사장 인사는 앞서 언급한 중앙회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개혁안의 ‘퇴직자의 회전문 인사 관행 차단’ 방향성에도 어긋난다. 3월 19일 정기 대의원회에서 의결이 되면 유 전 부회장은 농민신문사 사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임원 선임 시 정상적 절차로 임추위 면접을 했다. 그리고 유 전 부회장 NH투자증권 사장 내정 때 노동조합 반발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유찬형 전 부회장이 사장 최종후보가 된 것도 사실이 아니다. 사장 선임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면서 “강호동 회장은 등기상 대표일 뿐 직무대행을 선임, 농민신문사에서 손을 뗐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