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배당·내란 동조 등 6개 사유 적시…범여권 “사법 쿠데타” vs 국힘 “사법부 독립 훼손”

‘일요신문i’가 확인한 탄핵소추안 초안에 따르면 탄핵소추의 사유는 △위법한 사전 배당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법원 자체 전원합의체 판결 위반 및 소부 심판권 침해 △적법 절차 원리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상고심의 본질적 한계 일탈 및 형사소송법 제383조 위반 △정치적 일정에 맞춘 노골적 선거 개입 및 헌법 제7·제24조 위반 △국회 위증 및 12·3 내란 사태 동조 및 헌법수호의무 방기 등 6가지다.
소추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정식 배당이 이뤄지기 전 특정 재판연구관 조직, 이른바 ‘별동대’가 사건을 먼저 검토해 결론을 정해뒀다고 주장했다. 발의 의원들은 해당 사건이 소부에 배당된 뒤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로 회부돼 헌법과 법원조직법이 보장한 ‘소부 우선 심리’ 원칙을 위배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소추안은 상고심이 법률심이라는 점을 전제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이 발언의 의미와 성격을 다시 따져 사실관계를 재판단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예외적으로 사실오인을 다투는 중형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대법원이 사실심에 가까운 판단을 해 상고심 구조를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소추안에서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이 기존 법리를 그대로 적용했다면 항소심 판단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결론만 뒤집힌 점도 지적했다.
또한 12·3 비상계엄 전후 상황에 조 대법원장의 지시로 내란 관련 사건 처리 과정에서 내란 관련 혐의자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재판을 늦추는 등 사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해 대법원장으로서 헌법 수호 의무를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6일 서면 논평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했다고 사법부 수장을 탄핵한다는 발상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탈을 쓴 의회 독재다”라고 날을 세웠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유튜버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진실로 둔갑시켜 사법 정의를 훼손하려는 당내 사법탄압 별동대부터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일부 여권 의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또다시 망국적 탄핵 카드를 꺼내 들며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탄핵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을 때만 가능한 최후의 수단인데 지금 제기되는 사유를 보면, 판결의 내용과 절차에 대한 불만을 정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이를 중대한 위헌·위법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법리의 왜곡이다”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특히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과 최종 판단을 상징하는 자리”라며 “그 자리를 겨냥한 탄핵 시도는 특정 판결에 대한 불복을 넘어, 사법부 전체를 정치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위험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소추안에 담긴 주장이 사법절차와 대법원 운영 방식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기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원합의체 심리가 예상되는 사건의 경우 공동연구관이 미리 사건을 검토하고 쟁점을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역시 상고이유서 제출 단계에서부터 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이 큰 사건으로 봤다는 것이다.
대법원 내규에 따르면 전원합의체 사건으로 지정할 수 있는 사건은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가치에 관한 결단을 제시할 만한 사건 △사회적 이해충돌과 갈등·대립 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건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한 쟁점을 다루는 사건 △중요한 일반적 법 원칙을 강조하여 선언할 필요가 있는 사건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준하는 사건 등 6가지 유형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가운데 이 대통령의 사건의 경우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사회적 이해충돌과 갈등 대립 등을 해소하기 위해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건 △중요한 일반적 법 원칙을 강조하여 선언할 필요가 있는 사건 등 3가지 기준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전원합의체 심리가 예상되는 사건은 사건을 맡은 재판부 재판연구관 외에도 공동 연구관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쟁점을 정리한다”며 “전원합의체로 회부될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소부에 배당됐다가 전원합의체 사건으로 회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대통령 사건은 충족 요건을 3가지 이상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중대성을 비춰 봤을 때 소부에서 4명의 대법관 판단으로 끝냈다면 오히려 ‘사법 장악’이라는 문제가 불거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