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급등에 성장 둔화 우려 커져…국내외 기관들 잇따라 눈높이 하향

OECD는 이번 전망 조정의 주된 이유로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 확대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제시했다. OECD에 따르면 최근 중동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선적이 거의 멈추고 일부 에너지 인프라가 폐쇄·훼손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이 커졌고, 이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지난 27일(현지시간)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1.9%로 낮추고, 2026년 소비자물가지수 전망은 2.0%에서 2.4%로 올렸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유가 상승이 수입 물가, 무역수지, 원화, 경제활동 전반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환율 전망도 상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5일 2026년 연평균 달러-원 전망을 1445원에서 146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전개 상황은 전쟁 종료 이후에도 고유가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정적 시나리오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전쟁 종료 이후에도 유가가 연말까지 전쟁 이전 대비 높은 수준(월 평균 85달러 전망)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주식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중동 리스크 장기화가 유가·환율·금리 변동성을 키우며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관련 변수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3월 경제지표마저 부진할 경우 코스피 지수의 2차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편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홍해 차단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후티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를 수출하는 또 다른 길목인 홍해까지 방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1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로 전해지는데, 이 길마저 막힐 경우 운송 기간 상승으로 인한 운임·보험료 등의 증가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자문기관 유라시아그룹은 홍해 항로가 실제로 막힐 경우 전 세계 원유 공급 차질이 하루 1000만 배럴 수준에서 1700만 배럴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국제유가도 배럴당 150달러 선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월 4주차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은 70.5달러였으나, 지난 3월 4주 차 가격은 145.6달러로 한 달 만에 2배 이상 상승한 바 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