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국정원장 ‘리호남 행적’ 발언 두고 부적절 제기…대북송금 전체 비용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방 전 부회장은 “2019년 7월 리호남 얼굴을 필리핀에서 직접 봤다”면서 “김 전 회장이 머무른 호텔 후문 입구에서 리호남을 만난 후 김 전 회장이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고 했다. 방 전 부회장 진술에 서영교 국조특위 위원장은 “위증하면 처벌 받는다”고 여러 차례 추궁했다. 방 전 부회장은 “위증하면 처벌받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리호남은 북한 공작원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가운데, 100만 달러를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4월 3일 국조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해 “리호남은 2019년 7월 필리핀에 없었다”고 발언했다. 서영교 위원장과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 원장 발언을 근거로 방 전 부회장에 대한 위증 공세에 나섰다.
서영교 위원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배상윤 KH 회장 확인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확인서는 국조특위 위원장실로 보내진 팩스인 것으로 전해진다. 확인서에 따르면 배 회장은 “대북송금은 쌍방울 대북 사업을 위한 사건으로 경기도와 무관하다”고 했다. 쌍방울 대북송금이 이재명 대통령이 지사로 있던 경기도와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취지에서 확인서를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 전 부회장 증언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남겼다. 범여권 국조특위 위원들은 4월 14일 방 전 부회장에 대한 위증 혐의 고발을 예고했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범여권 국조특위 위원들은 “방용철의 입을 통해 검찰과 쌍방울 일당이 벌인 협잡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방용철의 증언은 그 협잡의 산물”이라고 했다.
위원들은 “방용철은 검찰청 조사실에서도, 본인과 이화영 재판에서도 그리고 조작기소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장에서도 철저하게 검찰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어제 청문회에서도 국정원의 정보를 포함한 다수의 진술과 배치되는 위증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방용철은 김성태의 지시에 따라 검찰의 그림대로 진술하고 형량을 거래하며 돈을 지킨 부당거래를 자행한 인물”이라면서 “그런 사람이 국정조사 증언대에서 진실을 말할 리 없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 특위는 방용철의 위증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향후 법적 조치를 포함해 반드시 위증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면서 “검찰이 자행한 조작 기소와 검찰이 덮어준 주가조작을 포함한 범죄행위 역시 특검 수사를 통해 철저하게 진상규명하고 책임이 있는 자에게 확실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원내대표는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방북 대가로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리호남에게 70만 달러를 줬다는 증언을 다시 확인했다”면서 “국회에서 위증하면 처벌받는다는 서영교 위원장의 수차례 겁박에도 흔들리지 않은 건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종석 국정원장도 국회 기관보고에서 위증을 했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무리한 국정조사가 진행될수록 대법원의 이화영 유죄판결은 정당했다는 게 명확해지고, 이재명 대통령이 바라고 있을 공소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게 명확해지고 있다”고 했다.
서영교 위원장이 제시한 ‘배상윤 확인서’와 관련해 송 원내대표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4년째 해외 도피 중인 인터폴 적색수배자”라면서 “이런 사람이 국정조사장에서 하는 증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민주당이) 조작기소라는 결론을 억지로 끼워맞추기 위해 징역 7년 8개월 실형을 사는 대북송금 공범 이화영도 모자라, 인터폴 적색수배자, 사기범, 북한공작원까지 총동원하고 있다”면서 “보편적 인권을 짓밟는 김정은 정권에 800만 달러를 상납한 대북송금 사건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다.
4월 16일 국정조사 대장동 청문회에서도 여야는 ‘방용철 위증 여부’를 두고 격돌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번 대북송금 국조에서 방용철 전 부회장이 필리핀에서 김성태가 북한 대남사업 총책 리호남에게 70만 달러를 준 것을 시간, 장소, 방법까지 소상하게 진술했다”면서 “이번 특위가 얼마나 조작된 것인지 명백하게 알게 됐다”고 했다.

국정원 출신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방용철은 돈 전달 시점을 2019년 7월 24일이라고 했는데, 김성태는 25일과 26일로 번복했다”면서 “쌍방울 측 주장 자체가 타임라인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정원은 리호남이 (2019년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 있었고, 25일 이후에는 중국 베이징에 있었다고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과거에 진보진영이 안기부나 국정원 말이라면 다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엔 국정원장 발언이 진실이라며 사건 당사자 발언을 위증으로 몰아세우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기관 입장에서 보자면, 국조특위에서 이종석 국정원장이 리호남의 소재지와 관련한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실수일 수 있다”며 “리호남 행적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정보 수장으로서 더 책임 있는 자세였을 것이다. 민감한 대북정보를 공개된 자리에서 국정원장이 발언하면, 말한 정보가 맞아도 문제고 틀려도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직 정보당국 관계자는 “만약 이종석 국정원장이 리호남 행적 타임라인에 대한 발언에서 신뢰도를 높이려 했으면, 리호남의 얼굴과 본명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하며 브리핑했어야 한다”면서 “공작원이 자신의 행적을 명확하게 남기며 움직이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디테일을 입증을 했어야 하는데, 디테일을 입증하게 되면 보안상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이 리호남에게 건넨 70만 달러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도 “70만 달러에 초점을 맞추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리호남에게 건넨 70만 달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다뤄진 800만 달러 중 일부분에만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호남에게 준 70만 달러가 방북비용이 아니라고 가정해도, 영수증까지 있는 또 다른 방북비용이 남아 있다”면서 “‘70만 달러 방북 비용’ 발언을 한 방 전 부회장을 위증으로 몰아세우면서 ‘방북 비용’ 자체를 희석할 여지가 있다”고 바라봤다.
정치권 안팎서도 범여권 국조특위 위원들이 방용철 전 부회장을 향해 ‘위증 공세’를 펼치는 것이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검찰의 조작기소 의혹을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 ‘사법리스크’로 작용했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팩트를 재확인시켜주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망각해가던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이슈화시킨 건 중장기적으로 민주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 잊어먹고 긴가민가하던 사건들을 서영교 위원장이 똑부러지게 확인을 시켜주고 있다”면서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는데, 불리한 과거사를 끄집어내 복습시켜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